[이정랑 칼럼] 위위구조(圍魏救趙)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을 보면 전국시대 제나라가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한 사실이 나온다. 이것이 ‘위위구조’라는 고사성어의 출전이다. 그 기본 사상은 반드시 구원하러 나올 대상을 포위 공격함으로써 그 구원하러 온 적을 섬멸하며, 반드시 후퇴할 곳을 공격하여 후퇴하는 적을 섬멸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이익을 좇고 손해를 피하면서 기동성 있게 적을 섬멸하는 목적을 달성한다.

위가 조를 치니 조의 형세가 위급해졌다. 조는 제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제의 위왕은 손빈(孫臏)을 장군으로 삼으려 했으나 손빈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 적당하지 않습니다.”며 사양했다. 그래서 전기(田忌)를 장군으로 삼고 손빈을 군사(軍師)로 삼아 수레에 태운 후 계략을 세우도록 했다. 손빈이 말했다.

“무릇 엉킨 실을 풀려면 주먹으로 때려서는 안 되며, 맞붙은 싸움을 말리려면 그저 공격만 해서는 안 됩니다. 급소인 목을 움켜쥐고 허를 찌르면, 형세가 불리하게 되어 절로 풀리게 됩니다. 지금 위는 조와 맞붙어 싸우면서 날랜 정예병을 다 동원한 까닭에 나라 안에는 노약한 잔병들만 남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적의 허약한 곳을 찌르는 전술을 써서, 신속히 위의 수도인 대량으로 달려가 점령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면 적은 틀림없이 조를 버리고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달려올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조의 포위를 단숨에 풀고 위를 갉아 먹는 방법입니다.”

전기는 그 계략에 따랐다. 과연 위는 조의 서울인 한단(邯鄲)에서 철수하여, 제군과 계릉(桂陵)에서 싸웠으나 크게 패하고 말았다.

‘위위구조’의 성공은 첫째 위나라와 조나라가 서로 다투어 심신이 지쳐있는 유리한 시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며, 둘째 정확한 작전 방향을 취해 적을 수동적인 상태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손빈은 그로부터 13년 뒤인 기원전 341년, 한(韓)을 구원하는 전투에서도 또 한 번 이 계략을 사용했다. 다만 시행 과정에서 전쟁터의 실제 상황에 근거하여 취사용 솥을 줄이는 계략으로 적을 유인, 위나라 군을 대파하고 꿈에서도 잊지 못하던 자신의 원수 방연(龐涓)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대지약우 참조)

13년 뒤, 위와 조가 연합하여 한을 공격했다. 위기에 몰린 한은 제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제는 전기를 장군으로 삼아 곧장 위의 수도인 대량으로 진격하게 했다. 위의 장군 방연은 이 소식을 듣고 한에서 철수하여 귀국하였으나 제군은 이미 국경을 넘어 서쪽으로 진격, 위나라 안까지 침입하고 있었다. 손빈은 이런 상황에서 전기에게 다음과 같은 계책을 건의했다.

“저 삼진(三晋-한‧위‧조)의 병사는 원래 사납고 용맹하여 제나라를 경멸하고 겁쟁이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적의 세력을 이용하여 내 쪽에 유리하도록 만들 줄, 아는 자입니다. 병법에도 ‘백리 밖에서 승리하고자 급히 진격하다가는 상장군을 전사하게 만들고 승리에 눈이 어두워 50 리 밖에서 진격하다가는 병사의 절반밖에 도착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제군은 위나라 땅에 들어가 10만 개의 취사용 솥을 만들게 한 다음, 그다음 날에는 5만 개, 그다음 날에는 3만 개로 줄여나갔다. 방연은 제군을 사흘간 추격하고 난 다음 기뻐하며 말했다.

“내 본디 제나라 군사들이 겁쟁이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 땅에 침입한 지 사흘도 안 되어서 도망친 병사가 반이 넘을 줄이야.”

방연은 보병을 버리고 날랜 정예기병만을 이끌고 밤낮없이 제군을 추격했다. 손빈은 방연의 군대가 해가 질 무렵이면 마릉(馬陵)에 이를 것이라 예측했다. 마릉은 길이 좁고 양옆에 험한 산이 많아 병사들을 매복시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손빈은 큰 나무를 하얗게 깎고, 그 위에다 ‘방연은 이 나무 밑에서 죽을 것이다’고 썼다. 그리고 제나라 군사 중에 서, 활을 잘 쏘는 자 1만을 골라 좁은 길 양옆에 매복시켜놓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해가 넘어갈 무렵이 되어 불빛이 오르는 것을 보면 일제히 발사하라!”

밤이 되어 그 나무 밑에 다다른 방연은 과연 거기에 씌어져 있는 글을 자세히 보기 위해 부싯돌을 쳐서 불을 밝혔다. 그가 글을 다 읽기도 전에 1만 명에 달하는 제나라 사수들이 일제히 활을 당겼다. 방연은 자신의 지혜가 다하고 패배했음을 직감하고 한탄했다.

“마침내 더벅머리 애새끼(손빈)가 명성을 얻게 되는 구나!”

방연은 목을 찔러 자결했다. 제군은 승세를 몰아 적군을 모조리 무찌르고 태자 신(申)을 사로잡아 개선했다. 이로써 손빈의 이름이 천하에 알려졌고, 그의 병법도 전해지게 되었다.

‘위위구조’의 계략은 역대 군사 전문가들에 의해 많은 칭송을 받아왔으며, 『36계』에서는 「제2계」로 편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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