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주교, 하느님 곁으로 떠나간…"그가 남긴 어록들"
새해 첫날 남아공 투투 대주교 장례식 엄수…비오고 맑아 '축복'
라마포사 대통령 "용기와 겸손으로 아파르트헤이트와 맞서고 피해자 위로"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세인트조지 대성당에서 고(故)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세인트조지 대성당 앞에서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의 장례식 후 그의 관이 성직자들에 의해 운구되고 있다. 화장 후 투투 대주교의 유해는 나중에 이 성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2022.1.1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세인트조지 대성당 앞에서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의 장례식 후 그의 관이 성직자들에 의해 운구되고 있다. 화장 후 투투 대주교의 유해는 나중에 이 성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2022.1.1

성공회 신부 출신인 투투 대주교의 장례 미사는 타보 막고바 현 케이프타운 대주교의 집전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아침부터 비를 흩뿌리던 날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맑아졌다. 많은 현지인에게 이는 '축복'으로 여겨졌다.

장례식을 특별 공식 1급 국가 행사로 지정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직접 조사를 하고 남아공 국기를 부인 레아 투투 여사에게 전달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오늘 투투 대주교가 여기에 계신다면 털털 웃으며 우리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하실 것"이라면서 "사회적 약자를 돌본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으려고 한 고인은 용감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와 맞서고 그 피해자를 위로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레아 여사 위로하는 막고바 대주교=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세인트조지 대성당에서 열린 데즈먼드 투투 성공회 명예대주교의 장례식에서 타보 막고바 대주교(왼쪽)가 고인의 부인 레아 투투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2022.1.1
레아 여사 위로하는 막고바 대주교=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세인트조지 대성당에서 열린 데즈먼드 투투 성공회 명예대주교의 장례식에서 타보 막고바 대주교(왼쪽)가 고인의 부인 레아 투투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2022.1.1

대성당 내 참석 인원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고려해 100명으로 제한됐다.

투투 대주교의 네 자녀 등 가족과 친지 우선으로 참석했으며 타보 음베키 전 남아공 대통령,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부인인 그레이스 마첼 여사, 프레데리크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의 부인 엘리타 여사,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총리 등이 함께했다.

투투 대주교의 오랜 친구이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팬데믹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직접 서명한 편지를 유족에게 전달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

투투 대주교의 마지막 가는 길은 국영 SABC방송을 통해 국내외에 생중계됐다.

앞서 투투 대주교의 시신은 소박한 소나무 관에 덮인 채 지난달 30, 31일 이틀간 대성당 내에서 낮 동안만 일반 참배객에 공개됐다. 케이프타운 시장은 이날 장례식 후 취재진에 케이프타운 시민을 비롯해 수천 명이 참배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시신은 이날 장례식 후 화장을 거쳐 나중에 따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당 안쪽 제단 부근에 안장될 예정이다.

투투 대주교는 죽어서도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조성된 무덤에 묻히길 원치 않았다고 장례식을 주관한 교회 관계자가 설명했다.

투투 대주교가 1986년부터 10년 동안 인종차별에 맞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세인트조지 대성당은 '피플(people) 대성당'으로 불릴 정도로 노조 등 아파르트헤이트 투쟁 세력의 정신적 후원기지 역할을 한 곳이다.

이날 장례 미사에선 소웨토 가스펠 콰이어 등이 아프리카 토착 언어로 된 노래를 부르고 성공회 기성 찬양곡이 어울리는 레퀴엠 (진혼곡) 형식이었다. 성경 낭독은 영어, 아프리칸스어(토착 백인어), 투투 대주교가 속한 흑인 코사 종족의 언어 등으로 진행됐다.

장례식까지 당일 성당 주변은 교통이 전면 통제되고 교회, 케이프타운시청, 대통령 경호팀 등의 조율로 통행도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투투 대주교는 지난 26일 90세를 일기로 케이프타운의 한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선종했다. 고인은 1984년 아파르트헤이트 투쟁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백인 정권이 종식된 뒤에는 진실과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진실규명을 전제로 한 용서와 화합을 주창했다.

그는 2013년 타계한 흑인 자유투사 출신의 만델라 남아공 초대 민선 대통령, 최후의 백인 소수 정권 대통령으로 2021년 11월 별세한 데 클레르크에 이어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남아공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남아공 세인트조지 대성당 앞에 마련된 투투 대주교 추모소= 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세인트조지 대성당 앞에 마련된 고(故)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 추모공간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메모와 조화가 놓여 있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맞서 싸워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투투 대주교는 전날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투투 대주교의 장례미사는 다음 달 1일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1.12.28 
남아공 세인트조지 대성당 앞에 마련된 투투 대주교 추모소= 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세인트조지 대성당 앞에 마련된 고(故)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 추모공간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메모와 조화가 놓여 있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맞서 싸워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투투 대주교는 전날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투투 대주교의 장례미사는 다음 달 1일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1.12.28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선종했지만, 그가 남긴 말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 한편에 남아 감동을 주고 있다.

AFP 통신은 투투 대주교의 장례식이 거행된 1일 그의 어록을 정리해 보도했다.

 반(反)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 투쟁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투투 대주교는 평생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맞서왔고, 이러한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특유의 유머와 함께 표출해 세계인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아래는 그가 생전에 남긴 주요 발언 중 일부.'

▲ "백인들에게 잘 대해줘라. 그들은 인간성을 재발견하기 위해 당신을 필요로 한다."(1984년 뉴욕타임스 인터뷰 중)

▲ "어느 날 잠비아인과 남아공인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잠비아인이 자국 해양부 장관에 대해 허풍을 떨었다. 남아공인이 '잠비아엔 해군이 없고 바다와 접해있지도 않은데 무슨 해양부 장관이 있냐'고 묻자 잠비아인은 '이런, 남아공에는 법무부 장관이 있잖아, 그렇지 않아?'라고 응수했다."(1984년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 중)

▲ "제발 그들이 들을까? 백인들이 우리가 말하려 노력하는 것을 들을까? 우리가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란 걸 인정하라는 것뿐이다. 당신이 우리를 할퀴면 우리는 피를 흘린다. 당신이 우리를 간지럽히면 우리는 웃는다."(1985년 남아공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연설에서)

▲ "당신네 대통령은 흑인에 관한 한 아주 질이 안 좋다. 그는 '흑인들이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모른다'고 말하던 옛날 위대한 백인 추장처럼 저기 앉아 있다."(1986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남아공 정부에 대한 경제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언급하며)

▲ "남아공의 집에서, 나는 종종 백인과 흑인이 함께 하는 큰 모임에서 이렇게 말한다. '손을 드세요', 그리고 '손을 움직이세요'라고. 그대들의 손을 보라. 다른 색깔은 다른 사람을 보여준다. 당신들은 하느님의 무지갯빛 백성들이다."(1994년 저서 '하느님의 무지갯빛 백성들' 중)

▲ "동성애를 혐오하는 하느님이라면 숭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나는 이 사안을 예민하게 느낀다. 나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천국이라면 차라리 다른 곳에 가겠다. 아파르트헤이트에 그랬던 것만큼이나 나는 이 캠페인에 열정을 느낀다."(2013년 유엔의 동성애자 인권 캠페인과 관련한 연설 중)

▲ "달라이 라마를 창조한 하느님께 크게 감사드린다. 일각의 주장처럼 정말로 하느님이 '알잖아, 그 친구 달라이 라마는 나쁘지 않아. 그가 기독교도가 아니라서 참 애석하다'라고 말씀하실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하느님은 기독교도가 아니기 때문이다."(2006년 6월 2일 달라이 라마의 생일 연설 중)

▲ "그는, 무슨 말인가 하면, 굉장히 믿기 힘든 뭔가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그는 정말로 그의 백성들에게 일종의 프랑켄슈타인으로 변했다."(호주 ABC 방송 인터뷰에서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며)

투투 대주교 동상과 사진 찍는 남아공 시민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운동의 상징 인물인 데스몬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별세한 26일(현지시간) 케이프타운의 V&A 워터프런트에서 시민들이 투투 주교의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남아공 대통령실은 반(反)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 투쟁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투투 대주교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2021.12.27 
투투 대주교 동상과 사진 찍는 남아공 시민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운동의 상징 인물인 데스몬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별세한 26일(현지시간) 케이프타운의 V&A 워터프런트에서 시민들이 투투 주교의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남아공 대통령실은 반(反)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 투쟁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투투 대주교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2021.12.27 

▲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언제나처럼 내 일에 신경을 쓰는 와중에 한 여성이 다가와 칭찬을 쏟아냈다. 그는 참으로 열렬했고, 내게 '안녕하세요, 만델라 대주교님'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일종의 한 개 값으로 두 개를 받은 것이었다."(2008년 미시간대 연설 중)

▲ "우리 정부는 중국인에게 잔혹하게 탄압받는 티베트인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파르트헤이트 정부의 몰락을 기도했듯이, 우리의 뜻을 잘못 대변하는 정부의 몰락을 기도할 것이란 점을 그대들에게 경고한다."(2011년 달라이 라마에 대한 남아공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 조처에 대한 언급 중)

▲ "그에게 약점이 있을까? 물론 그렇다. 그 가운데 하나는 결과적으로 그를 실망하게 할 일부 동료와 조직에 대한 변함없는 충심이다. 그는 업무수행력이 떨어지고 솔직히 무능했던 내각을 유지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성자 같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다른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기 때문이다."(2013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 "나는 죽음을 준비했고, 어떤 일이 있어도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내가 선택한 방식대로 연민 속에 삶의 여정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허락되길 희망한다."(2016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 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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