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에 ‘매경한고(梅經寒苦)’라는 말이 나옵니다.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인봉간난현기절(人逢艱難顯其節)」 매화는 혹한의 추위를 겪어야 맑은 향기를 발산하고, 사람은 고난을 만나야 그 절개가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요즘 때가 때이니만큼 저는 넷플릭스에서 ‘프레지던트’라는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가 열연하는 영화로 꼭 우리 대선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드라마이지요. 주인공 최수종이 천신만고 끝에 여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최후의 고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야말로 고난에서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은 어려움을 만나야 자신의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모든 일이 순경(順境)일 때는 절제를 잃고 산만해져 많은 세월과 기회를 허비하기 쉽지요. 심지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아 원칙과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매경한고’와 같이 매화를 노래한 시 중에서 널리 알려진 두 시가 있습니다. 하나는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시입니다. 조선의 4대 문장가로 정승을 지낸 신흠(申欽 : 1566~1628)의 한시(漢詩) <野言)>에서 따온 것입니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제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고/ 버드나무 가지는 백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는다.」

오동나무와 매화, 달, 버드나무의 예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사람의 지조(志操)’를 강조한 글이지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도 마음속에 지닌 큰 뜻과 이를 위해 맺은 신의)信義)를 팔지 않는다는 선비정신을 노래한 것입니다. 지금 대선 판에서 ‘의리보다는 배신’, ‘지조보다는 변신’이 난무하는 정치인들이 곱씹어 봐야하는 금쪽같은 교훈이 아닐까요?

사람이 살다보면 원칙이 흔들리고 비굴해질 때가 있겠지요. 인정에 이끌려, 분위기나 먹고 살기위해 원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럴 때 조선 선비들은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구절을 새기며 중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우리 정치인들은 비록 가난을 부끄러워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이 그 옛날의 선비가 아닌가요? 이 시를 쓴 신흠도 선조의 유언에 따라 영창대군과 인목대비를 보필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광해군파로부터 유배를 당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굴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추위가 뼈에 한번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랴(寒徹骨撲鼻香)’는 시입니다. 이시는 당(唐)나라 선승(禪僧)인 ‘황벽희운(黃檗希運 : ?~850))선사’의 선시(禪詩)에서 따온 것입니다.

「번뇌를 벗어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화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공부할 지어다/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

매화가 뼈에 사무치는 혹한을 견뎌야 봄날에 코를 찌르는 진한 향기를 내뿜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넉넉함을 알아 늘 만족하면 종신토록 욕되지 아니하고, 그칠 줄 알아 늘 멈추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느니라.’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얼마나 많이 가져야 만족할 것인가요? 까닭 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는 것을 사람들은 어찌 모를까요? 하물며 현대의 선비라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고 부정축재를 하면서, 개인의 명리만을 추구하고자 했다면 근본부터가 잘못된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에도 “탐욕스러운 사람은 많은 재물을 쌓아놓고도 만족할 줄을 모른다. 어리석고 잘못된 생각으로 늘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만 한다. 그는 살아서 갖가지 괴로움을 만나고 죽어서도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줄 알아야한다.”하셨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은 훔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더군다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배운 사람들이,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려서야 도둑놈의 심보와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요? 과연 그들은 서민들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기는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탐욕은 또 다른 탐욕을 불러 오는 법입니다. 탐욕을 채우려고 한다면 그것은 마치 목마를 때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갈증만 더 할뿐이다. 스스로 탐욕을 끊지 못한다면 괴로움이 따를 뿐이지요.

모름지기 선비는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면서 살아야 부끄러움이 없을 것입니다. 욕심을 적게 가지면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부귀입니다. 언제나 청빈 속에 있으면 마음 편할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매화처럼 청초한 향기를 뽐내며 고고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보고 싶네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1월 2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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