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기차를 타고 신경주로 향하는 그 날, 오랜만에 만난 정현과 현서는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만났을까?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엄마라는 존재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가득 담긴, 극단 감동프로젝트가 젊은 창작자들과 함께 한 세 번째 작품 '먼 자리'는 엄마의 부재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삶을 잘살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의 시간 앞에 놓인 두 사람은 서로를 극복하는 순간 비로소 성장이라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고, 그리고 두 사람은 그렇게 살아간다.
누구도 버려질 수 있고 버릴 수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작품 “먼 자리”는 2016년 ‘그렇게 산을 넘는다’로 한국국제2인극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배우 겸 작가 임정은의 희곡으로 ‘에스메의 여름’으로 2020 올해의 베스트연극 7을 수상한 홍성연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이 밖에도 ‘1984’,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의 정새별 배우가 정현의 젊은 시절로 영상에 출연하며, ‘덤웨이터’. ‘패션의 신’의 이종무 배우가 예술감독으로 함께 하였다.
국내 창작극 활성화와 더불어 2인극의 부활과 각 분야의 아티스트와 공연단체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둔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지난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장호 무대디자이너, 손정은 조명디자이너 등 젊은 창작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번 무대를 보여주었다. 소극장 산울림의 무대 위에 간이의자를 깔고 관객석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바라보는 독특한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해 준 작품 '먼 자리'는 그들의 거리만큼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현서의 마음속 미움은 부모 중 엄마에 대한 미움이 더 큰 것만 같다. 세상에 나오고 싶어서 나온 것이 아니기에 부모는 자식을 무조건 사랑하고 아껴줘야만 하는 것일까? 부모라는 존재는 ‘엄마’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나’를 버려야만 하는 것일까? 모든 부모는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자식의 부모에 대한 애정의 갈구와 기대는 당연할까?
이런저런 마음속 질문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 '먼 자리'에 등장하는 두 엄마는 아직 세상에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아픈 사람들이다. 마음의 상처는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 시간이 지나도 쉬이 치유되지 않고,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후벼 파는 듯한 아픔을 준다지만, 세상이 말하는 ‘어른’들이라고 상처를 입으면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일부 박새류는 여우와 너구리는 물론 사람의 머리카락 등 포유류의 털을 뽑아 둥지의 마감재로 쓴다고 한다. 순수하고 철없는 듯 보이는 정현이 박새가 목숨 걸고 여우 털을 뽑아 둥지를 만드는 이야기를 딸에게 말할 때, 그가 살아온 시간이 온전히 전해지는 듯했다. 젖먹이를 키우며 자식을 버린 엄마를 이해 못하는 현서도 엄마의 시간을 온전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바로 받아들이진 못하더라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엄마가 되었기에 엄마를 이해하는 모습이 아니기에 어쩌면 더 그들의 감정이 더 공감이 갔을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으로, 한 여자로 서로서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모습에서 이제 그들은 서로서로 몰랐던 시간을 서서히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1991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2006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은 이영숙 배우가 연기한 정현은 사랑 때문에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슬픔을 처연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1 100페스티벌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이후 출산과 육아로 공백의 시간을 보낸 후 2013년 감동프로젝트를 창단하며 작가·연출가·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임정은 배우는 사랑에 굶주려 건조하고 메말라 있는 듯 보이지만 행복의 조각을 놓치고 싶지 않은 현서의 아픔을 실제인 듯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 삶, 위로'를 주제로 관객들을 만나고자 하는 극단 감동프로젝트는 2013년 창단공연 '맘스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2016년 '그렇게 산을 넘는다'를 제작했다. 그리고 올해 '먼 자리'를 시작으로 '엄마를 찾습니다', '알바엄마'까지 엄마 3부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따스하지만 절제된 시선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바라보는 극단감동프로젝트의 다음 시선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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