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대장동 사건의 뿌리가 됐던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가 주요 관련자인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의 음성파일이 전격 공개되며, 대선 본투표를 코앞에 두고 큰 파문이 터졌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수많은 부산시민들을 울린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다수 언론들은 대장동 사건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관련 비리인 것처럼 묘사해왔고, 대선 TV토론회에서도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집중적으로 화력을 쏟아부은 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김만배 전 부국장의 증언은 대장동 사건이 국민의힘 정치인과 특수부 검사 출신 전관변호사들이 연루된 게이트임이 점점 짙어지는 부분이다.

탐사전문매체인 '뉴스타파'는 6일 밤 김만배 전 부국장의 육성을 전격 공개했다. 해당 시기는 지난해 9월 15일이며 대장동 건이 언론에 터진지 초기 시점이었으며, 김만배 전 부국장이나 박영수 전 특검 등의 이름은 아직 언론에 나오지 않은 때다. 그 시기 김만배 전 부국장은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과거 동료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뉴스타파'가 신학림 전 위원장을 통해 공개한 음성파일에서 김만배 전 부국장은 두 가지 중요한 발언을 했다. 윤석열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비리 봐주기 수사의 뒷배 역할을 했다는 점, 그리고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자신들에게 특혜를 주기는커녕 공원이나 터널 조성 비용 등을 잇달아 부담시키고 당초 계획을 무산시켜서 '공산당 같은 새끼'라고 주위에 욕설까지 했다는 것이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문제의 돈을 불법적으로 대출 알선해주는 데 관여한 '브로커'였던 조우형씨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밝혔다. 오랜 법조기자 출신인 김만배 전 부국장은 당시 전관변호사였던 박영수 전 특검을 조우형씨에 소개해줬다고도 시인했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특히 윤석열 후보가 박영수 전 특검과의 깊은 '인연' 때문에 조우형씨는 봐주고, 부산저축은행 회장·부회장만 구속시켰다는 내용을 증언했다. 조우형씨는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장동 관련 부실 대출을 주선, 10억3천만원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기소를 면했다.

김만배 전 부국장 :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신학림 전 위원장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만배 전 부국장 : "응. 박OO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신학림 전 위원장 :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김만배 전 부국장 :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신학림 전 위원장 :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김만배 전 부국장 :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
김만배 전 부국장의 이같은 증언은 대장동 건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남욱 변호사는 “일주일 안쪽으로 2회 조사가 있었는데 저(남욱), 김만배, 조우형이 2회 조사 출석 전에 대법원 주차장에서 만났었다"며 "그때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남욱 변호사는 "그래서 조우형이 검찰에 출석해서 2회 조사를 받고 나왔는데, 실제로 주임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했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만배 전 부국장의 이야기는 윤석열 후보의 TV토론회 발언과 전면 배치된다. 지난달 25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조우형한테 커피는 왜 타줬나"라고 묻자, 윤석열 후보는 "그 사람 본 적 없다. 참 갖다 붙이려고 10년 전 일까지"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그의 본래 계획은 화천대유 밑에 천화동인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18개 만든 뒤 이를 자신과 가까운 법조인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성남시가 대장동에서 발생하는 수익 가운데 3700억원을 먼저 배당받아 가기로 사업을 설계하면서 당초 계획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천화동인 1호부터 18호까지 팔기로 했었는데 하나도 안 팔렸다"며 "왜냐하면 성남시가 너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공모 조건을 만들었다. 법조인도 엄청나게 여기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성남시에서) 3700억원 (우)선 배당 받아가겠다니까 법조인들이 ‘아, 우리는 그러면 안 해’ 이렇게 해서 내가 많이 갖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이재명 후보가 화천대유에게 250억원의 운영비를 부담하게 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걸 이재명이 했는지 누가 했는지 아주 기가 막히게, 정밀하게 했다"며 "이재명이 난 놈이다"라고도 했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특히 이재명 후보가 공원이나 터널 조성 비용 등까지 화천대유에 추가 부담토록 하자,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욕설까지 했음을 시인했다. 즉 이재명 후보의 수많은 통제 때문에 화천대유 민간사업자들은 큰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이제 또 땅값 올라가니까, 이재명 시장이 '터널도 뚫어라', '배수지도 해라', '저류지에…'”라며 "내가 (이재명 후보에게)욕을 많이 했다. X같은 새끼, XX놈, 공산당 같은 새끼했더니 성남시의원들이 찾아와서 ‘(욕 좀)그만 좀 하라’고(했다)"고 밝혔다.
김만배 전 부국장의 이같은 증언들은 그간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과 '조선일보' 등을 비롯한 수많은 언론들이 얼마나 이재명 후보에게 어이없는 '누명'을 씌우고 지난 수개월간 공격해온 것인지 확인되는 부분으로 읽힌다.
또 검찰은 거대한 돈의 흐름이 어디로 갔는지만 추적하면 비리의 본질을 당장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재명 후보 관련해서만 불을 지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수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즉 자신들의 선배인 고위직 검사 출신 전관변호사 이름이 무더기로 등장하니,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일관해온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한편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만배 전 부국장의 녹취록을 보도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보도가 나간 이후에 '명백한 허위'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윤석열 후보는 김만배와 아무런 친분이 없다. '석열이 형'이라고 부를 사이가 전혀 아니다"라며 "김만배의 말 대부분이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된 후 검찰 수사를 앞두고 김만배가 지인에게 늘어놓은 변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김만배의 일방적인 거짓말을 토대로 봐주기 수사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보도는 윤석열 후보와 김만배 전 부국장 간 친분을 따지는 것이 아닌, 윤석열 후보와 박영수 전 특검과의 '검찰 선후배' 관계를 통한 수사 무마 여부를 묻는 것이기에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해명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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