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까지 무우수갤러리서 조이스 리, 윤주일 춘화전
"'인간의 감추어진 욕망에 대한 밝은 담론 계기되길 "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조이스 리와 윤주일의 ‘춘화-욕망(Desire)’전이 29일까지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린다.

봄의 생명력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봄그림’, 즉 글자 그대로 ‘춘화(春畫)’일 것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춘화는 성이나 성교를 표현한 그림을 의미하였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편찬한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춘화가 중국 북경으로부터 사대부들에게 유포되고 있는데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는 표현으로 볼 때 일찍이 성을 묘사한 그림을 춘화라고 부른 것을 알 수 있다. 춘화 속에는 생명의 건강함보다는 인간의 억압된 성적 욕망과 관음증을 수반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성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은 때로는 논쟁을 일으키고 여전히 터부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 작품 속 남자의 성기는 자유롭게 표현되어도 21세기 화폭에 그려진 남자의 성기는 부끄럽거나 청소년 관람 제한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도 있다. 그나마 우리 사회가 이제는 예술이냐, 포로노그라피냐의 진부한 논쟁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take off
윤주일 'take off'

당신이 그리는 것은 ‘섹스(Sex)’가 아니라 ‘욕망(Desire)’이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조이스 리(Joyce Lee) 는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작가이자 인스타그램 팔로워 40만명의 인플루언서다. 팔로어 중에는 최근 NFT 시장에서 떠오르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 등 다수의 해외 문화계 셀레브리티들이 있다. 그의 작품에선 여성 성기에서 발사된 빛이 미지의 우주선을 만나서 교감하고, 아디다스 신발을 신은 남자의 발 아래 펼쳐진 버섯 농장은 현대 자본주의 속의 끝없는 성적 욕망을 지향한다. 작품 ‘Winter solstice_The longest night’ 속 여인은 긴 밤 쪼개진 석류처럼 욕망을 갈구하고 ‘Water me daily’속 여성은 매일 남성의 성기에 물을 주기를 바라며 여성의 성적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choice 2’, ‘Peach dream’은 다산의 상징인 복숭아를 통해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고, 복숭아 속에 숨은 여성의 엉덩이는 여성의 신체를 해학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Fusion 5‘ 속 신윤복의 ‘목욕하는 여인들’에선 여인들이 목욕하던 시냇가가 여성의 신체와 남성의 성기로 둘러쌓여 있다. 전통 한국화와 결합된 퓨전 춘화의 모습이다.

윤주일 '혼수상태'
윤주일 '혼수상태'

작품 ‘Sweet & creamy 2’, ‘Secret room 4’에선 여성 성기와 구슬로 상징되는 듯한 남자의 정액은 화려하고 도발적이어서 성이 감추어진 욕망이 아니라 다채로운 자기 표현의 과정이라는 상상마저 하게 된다. 전통적인 여성의 상징인 물, 복숭아, 석류, 꽃 등과 남성의 상징인 바나나, 구슬 등의 오브제를 화려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윤주일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수원대학교 강사와 서울예고 강사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현대 사회의 ‘화려한 겉모습,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 점차 가치를 잃어가는 인간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을 수 없는 욕망’을 가장 저렴하고 흔히 볼 수 있는 건축 자재를 이용하여 도시 여성을 표현했다”고 했다. 도예 등에 사용하는 시멘트 혼합물로 여체를 표현하여 메마르고 건조한 듯하지만 화려한 회화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들이 많다.

조이스 리 'Water me daily 3'

작품 ‘혼수상태’ 시리즈 속 여성은 강조된 엉덩이에 감추어진 욕망을 담고 있지만 형태를 상실한 얼굴 속에서 자아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현대사회의 욕망만 극대화되고 단절된 인간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여성을 둘러싼 어지러운 레이아웃은 욕망의 타자인 여성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혼돈과 환상으로 끝없이 맴도는 착각에 이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중첩된 레이아웃을 통해 대상의 차원을 다양화시킴으로써 입체감을 주는 효과까지 아우르고 있다. ‘take’ 시리즈 속 여성은 선을 단순화하고 여성의 가슴을 강조하여 에로티시즘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형태를 그리고, 테이프를 붙이고, 시멘트 합성물을 바르고, 테이프를 뜯어내는 작업 과정에서 도예의 오브제를 회화적으로 새롭게 일궈나가고 있다.

조이스 리 'Fusion 5'

무우수갤러리 양효주 학예실장은 “전통적인 춘화를 퓨전-현대 춘화로 재해석한 조이스 리 작가의 작품과 공예-도예 오브제를 통해 회화적 작품 세계를 일군 윤주일 작가의 춘화로 인간의 감추어진 욕망에 대한 밝은 담론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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