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수도원 생활 접고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공부
"그림은 나를 가장 순수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의 드러냄"
22일까지 갤러리 이즈 개인전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작가의 이력이 특별하다. 6년간 수도원에서 수도자의 길을 걸었다. 어느 순간부터 자유로운 성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도자의 삶이 지속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수도원에서 나와 다른 수녀원 공동체에서 다시금 또 다른 수도적 삶도 모색해 봤다. 쪽방촌과 공부방에서 소외되고 힘든 이들도 만났다.

“열아홉 살에 수도원에 입회했어요. 꼬박 여섯 해를 수도원에서 보낸 후 수도원을 떠나 세탁공장 일, 아파트 청소, 일당 잡부 등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요. 무작정 1,000Km나 되는 순례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걷는 동안 깨달음을 얻어 가방 하나만 들고 이탈리아로 떠났습니다.”

전시장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이수 작가
전시장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이수 작가

물론 디자이너인 오빠의 영향도 컸다. 그는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귀국후 한동안 우울감에 젖어 있을 때 다가 온 것이 반려견이다. 인연의 순서대로 첫째, 둘째, 셋째... 그 중에서 둘째 또복이는 봄을 보지 못하고 훌쩍 가버렸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것이다.

“또복이는 내 삶에 또 다른 확장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동물을 넘어서 생명을 지닌 것에 대한 경외로 확장되었습니다. 나를 가장 순수하고 단순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로서 교감은 곧 위로가 됐습니다”

그의 그림은 그런 위로와 교감에 대한 감정이자 고마움의 드러냄이다.

“그림은 그것을 그리는 사람을 드러내게 마련이지요. 다른 이를 따라하거나 자신이 아닌것을 그릴 수 없어요. 그림은 단순히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행위를 넘어 영적인 일이기 떄문이지요.”

그는 반려견을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보았고, 다른 존재의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도 배웠다. 타인이 더 이상 타인이 아닌 경험, 그 끝에서 그가 토해낼 수 있는 언어는 그림이었다.

“ '그린다'는 행위는 무엇을 본 후의 감상이나 단순한 관찰 그 이상인 것 같아요. '그린다'는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떤 이야기의 마지막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비로소 그림으로 수도자 생활을 대신하고 있다.

“삶의 시간이 더해지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생각이 비슷하고, 뜻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인연들은 나의 공로가 아니라 철저하게 거저 주어진 선물이고 행운인 것 같아요.”

그는 수도원을 떠나 그림을 만나고 예술을 경험하면서 새러운 삶과 마주하게 된 것이이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시절 그림을 만나면서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땅히 즐겨야 할 놀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누구도 이런 즐거운 놀이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그리고 사람마다 가진 고유함이 예술을 통해 피어나길 바랄 뿐이에요”

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답게 살아가기를, 자기 안에 숨겨진 창작의 씨앗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이탈리아 예술학교에서 그림과 사람을 통해 삶을 새롭게 배웠고, 마음속 숨겨진 씨앗들을 발견했다.

“모든 사람 안에는 예술가의 씨앗이 숨겨져 있어요. 단지 불씨가 아직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요즘 그에게 반려견 사진을 가져다 주며 그림부탁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정중히 사양한다. 교감이 없는 작업은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림바탕에 숫자가 나열된 모습은 김선두, 오세열 작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반려견과 함께 한 시간들의 상징이지요. 그것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의 그림은 맑고 정겹고 따스하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믓해져 위안이 된다.

22일까지 인사동 이즈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서 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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