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진 지(1800년) 만 222년이 된 백악관도 한국 풍수가 혹은 무당들의 눈에는 ‘귀신이 들린 집’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2대 대통령 존 애덤스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되었는데 그중에는 암살당한 대통령(링컨, 가필드, 맥킨리, 케네디)이 4명이나 있으며 암살당할 뻔한 대통령(레이건)도 있으며 취임식 때 걸린 감기로 재임 한 달 만에 죽은 대통령(해리슨)도 있으며 탄핵당한 대통령(닉슨)도 있다.

1814년 매디슨 4대 대통령은 영국군에게 쫓겨 도망가기도 했고, 그때 건물 자체가 영국군에 의해 불태워지기도 했다.

7대 잭슨 대통령은 취임 축하파티 때 “우리도 끼어달라~!”고 난입한 군중을 피해 뒷담벼락을 넘어 도망가기도 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극도로 경계했던 초기 미국 정치가들은 대통령의 거처를 세울 때도 버킹검이나 바르세이유 궁전 규모가 아니라 당시 대지주 저택 수준의 집을 지어주었다. 의사당 건물에 비하면 실로 초라하기까지 한데 그나마 여러 차례 증개축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1814년 영국군의 방화로 검게 그슬린 부분들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다가 아예 전체를 흰색으로 덮기로 한 것이 ‘화이트 하우스’라는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이런 풍상에도 불구, 백악관은 오늘날 세계 최고 권력의 상징이 됐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경계해 대지주 저택 규모의 집으로 시작했지만 오늘날 백악관은 버킹검, 바르세이유, 일본 황궁, 크렘린궁을 능가하는 세계적 권력을 구가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트럼프 같은 인물이 반짝 등장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대통령제 민주주의’의 확고한 상징이 되고 있다.

굳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고 떠벌이지 않아도 매년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주요 관광 명소가 됐다. 백악관 건물은 내셔널 캐피털 공원의 일부이며 1988년 박물관으로 승인되었다.

윤석열 당선자는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결사적으로 청와대 들어가는 것을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숭배하는 미국의 대통령 거처 백악관에 얽힌 이런 이야기들도 좀 참고했으면 한다.  

터가 백악관을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과 국력과 국운과 역사가 백악관을 만든 것이다. 그래도 굳이 옮기겠다면 말릴 수가 없는데 제발 번갯불에 콩 구어먹듯 국방부 건물로 옮기는 것만은 삼가는 것이 옳다.

자신이 제왕적 권력을 누리게 될까봐 3선을 거부한 워싱턴 대통령도 자기가 거처하지도 않을 후임 대통령들의 거처를 짓기 위해 8년 동안 정성을 다 했는데 대한민국도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후임 대통령의 거처 마련에 그만한 정성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자기가 제왕도 아니면서, 대통령 임기 5년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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