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차만의 공연으로 아쉬운 마무리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연일 기립박수와 함께 약 8천 명의 관객을 동원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에 이어 극한의 위기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어떠한 선택을 통해 삶을 회복하고 변화시키는가에 주목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투:페레스트로이카”가 오랜 연습 기간을 통해 배우들은 무대 위 더욱 내밀해진 호흡으로 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악명 높은 변호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 역 박지일 배우와 따스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연기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은 한나 역 전국향 배우의 아쉬운 인사말 /(제공=국립극단)
악명 높은 변호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 역 박지일 배우와 따스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연기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은 한나 역 전국향 배우의 아쉬운 인사말 /(제공=국립극단)

파트 원의 엔딩을 장식했던 공중 플라잉 장면이 더욱 과감하게 구현되고, 5막 천국에서의 대담은 파트 투의 백미로 지난해부터 8시간이 넘는 대장정을 함께 해 온 관객들은 더욱 탄탄해진 무대 위 스토리를 감상하며 2번의 인터미션을 가진 공연의 시간을 길다고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7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1달간의 여정으로 펼쳐질 예정이던 이번 공연은 계속되는 프로덕션 내 확진자 발생으로 단 9회차만의 공연을 끝으로 아쉬운 마무리를 지었다.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프라이어를 만들어 낸 정경호 배우와 파트 투에서 더욱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준 벨리즈 역 박용우 배우의 아쉬운 인사말 /(제공=국립극단)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프라이어를 만들어 낸 정경호 배우와 환상과 현실을 오고가지만 공감갈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하퍼를 만들어 낸 김보나 배우의 아쉬운 인사말 /(제공=국립극단)

천사와 인간, 백인 보수주의 환자와 흑인 간호사, 동성애자와 독실한 종교인 등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캐릭터들이 자신의 삶을 대변하며 치열하게 논쟁하고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이번 작품은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혐오와 분열의 역사를 영리하게 포착해내는 한편,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문학적 상상력을 무대적 스펙터클을 통해 다채롭게 구현하며 현재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함께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파트 투에 이르러 자신의 진심을 자각하고 깨어난 복잡함을 자신의 색으로 연기한 루이스 역의 김세환 배우와 파트 투에서 더욱 무르익은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준 벨리즈 역 박용우 배우의 아쉬운 인사말 /(제공=국립극단)
파트 투에 이르러 자신의 진심을 자각하고 깨어난 복잡함을 자신의 색으로 연기한 루이스 역의 김세환 배우와 파트 투에서 더욱 무르익은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준 벨리즈 역 박용우 배우의 아쉬운 인사말 /(제공=국립극단)

파트 투의 부제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는 1980년대 후반 구소련 공산당의 서기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시도한 일련의 개혁정책을 지칭하는 말로 이번 작품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서는 절대 안돼!”라는 볼셰비키(Bolshevik)의 파격적인 연설을 전국향 배우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지르며 시작부터 관객들을 도발한다. 사전 준비 기간을 포함해 1년이 넘는 제작과정 동안 체중이 많이 줄어 보이던 신유청 연출가는 “파트 투는 우리 사회의 혐오와 편견, 갈등과 분열의 장벽을 허물고 용서와 화합의 순간으로 향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는 소망을 전한 바 있다.

드라마에서 마주 했던 천사의 이미지를 완전히 잊게 만들어 준 천사 역 권은혜 배우와 이중적인 감정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던 조셉 역의 정환 배우의 아쉬운 인사말 /(제공=국립극단)
드라마에서 마주 했던 천사의 이미지를 완전히 잊게 만들어 준 천사 역 권은혜 배우와 이중적인 감정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던 조셉 역의 정환 배우의 아쉬운 인사말 /(제공=국립극단)

파트 원의 출연진이 한 명의 변동 없이 모두 출연한 이번 작품은 지난 7개월간 동고동락 하다시피 쌓아온 호흡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연기를 고스란히 무대 위에 펼치며 관객들이 캐릭터에 미워할 수 없는 애정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 1부와 2부 모두 다시 한 번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고대해 본다. /(제공=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 1부와 2부 모두 다시 한 번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고대해 본다. /(제공=국립극단)

저작권 계약 때문에 기간 내 라이브 공연 상연만 가능하며, 영상화 등 다른 매체를 통한 상품화를 진행할 수 없다. 현재까지 연장공연 또는 재공연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길지않은 공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꼭 다시 보고픈 공연으로 손꼽고 있는 이번 작품이 다시 한번 관객들과 마주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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