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분리 방침에 반기 "사력 다해 지키겠다", 본인 말에 대한 책임의식조차 없는 고위공직자들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즉 검찰의 수사기능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총장직 사퇴까지 걸었다. 이는 김오수 총장의 인사청문회 때 발언과는 상반된다. 즉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이며, 자신의 적은 자신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김오수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지검장회의 모두발언에서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즉 검찰의 수사기능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총장직 사퇴까지 걸었다. 이는 김오수 총장의 인사청문회 때 발언과는 상반된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즉 검찰의 수사기능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총장직 사퇴까지 걸었다. 이는 김오수 총장의 인사청문회 때 발언과는 상반된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총장은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형사사법제도가 제대로 안착하기도 전에, 검찰 수사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는 "형사사법 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극심한 혼란을 가져온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오수 총장은 특히 "저와 대검은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사력을 다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지키겠다"고 하면서,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면서도 조직의 직무범위·권한을 내놓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같은 김오수 총장의 발언은 내일(12일)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여론전을 벌이려는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검찰·언론개혁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기 직전, 친검 언론들과 함께 여론을 흔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오수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인사청문회 당시 답변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는 지난해 5월 26일 열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이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공감을 표하면서 “현재 만들어진 개혁입법들을 제대로 안착시켜 검찰이 절제된 권한을 행사하게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오수 총장은 이어 "공소의 효율성 측면도 있지만, 수사하는 사람이 기소까지 하게 되면 확증편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검찰의 직접수사 같은 권한을 절제해 가급적이면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까지 했다.

이처럼 총장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서의 답변과 현재 총작직을 수행하면서 하는 답변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는 앞서 윤석열 당선자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와 그 이후 행동에서도 그대로 확인된 바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청 설립 이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해 긍정적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검찰총장 취임 이후엔 '검찰당 대표'라고 줄곧 불리며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임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청 설립 이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해 긍정적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검찰총장 취임 이후엔 '검찰당 대표'라고 줄곧 불리며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임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청 설립 이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해 묻는 금태섭 당시 의원의 질의에 "아주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른 답변에서도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총장 취임 이후엔 '검찰당 대표'라고 줄곧 불리는 등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임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사퇴를 며칠 앞두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하는 등 자신의 입장을 아무렇지 않게 뒤집었다.

이처럼 국회의원이나 장·차관급의 고위공직자가 자신이 한 약속이나 공약 등을 무시하는 사례는 흔히 발견된다. 고위공직자일수록 자신이 한 말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함에도, 최소한의 책임 의식마저 실종된 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입장을 아무렇지 않게 뒤집어도 '징벌' 조치 등이 전무하기에, 계속 '인사 참사'와 '효능감 없는 정치'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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