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손지훈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러시아의 침공에 아이를 잃은 어머니는 "누가 내 아이들을 돌려줄까요"라고 울부짖었다. 꼬마 아이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죽고 싶지 않아요. 어서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러시아가 죽음과 빈곤을 퍼트리고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회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전쟁의 참상을 겪은 한국도 군사적 지원을 포함해 함께 맞서달라고 촉구하며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중계된 화면에 군용 녹색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며칠간 수염을 깎지 않은 듯 피곤한 모습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EU와 미국, 영국 등에 이은 24번째 연설로 약 17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의 무자비함과 전쟁의 참상을 전달하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전투복 차림에 결연한 표정으로 나타나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고 책상을 가볍게 내리치는 등 제스처도 함께였다. 그가 연설 막바지에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영상은 장내를 더욱 숙연케 했다.

살상용 무기 지원을 거절해 온 한국을 향해선 공개적으로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6.25 전쟁을 이겨냈듯, 우크라이나 역시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문화와 언어를 없애려 하는 건 물론, 교육시설과 병원 등 민간 시설을 전략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상에 등장한 마리우폴 시내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피에 젖은 시신을 안고 절규했다. 심장박동을 되돌리려는 의료진의 처치에도 이미 아이의 손은 힘없이 쳐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 달 넘게 포위돼 집중공격을 받은 마리우폴의 모습을 영상으로 전하며 "마리우폴에서 일주일 이상 체류한 기자가 촬영한 영상"이라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런 장면들을 48일째 매일 목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이와 같은 전쟁을 겪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영상을 봐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상영 후 "이런 짓은 바로 러시아 짓이다.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한다. 감사하다"며 화상 연설을 마무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과 전쟁의 참상을 전한 영상 상영이 끝나자 시종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채 숙연했던 장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전쟁을 거론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영국,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각국의 역사적 배경을 적절히 거론하는 '맞춤형 연설'로 이목을 끌어왔다.

그는 이날 국회 연설에서 "우리는 20세기에 이런 파괴를 많이 봤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1950년대에 전쟁을 한 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하지만 한국은 이겨냈다. 그때는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무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다수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만큼, 평화도 곧 찾아올 거로 생각한다, "전쟁 겪은 한국, 도와달라"평화를 바라는 마음에 대한민국 국회는 여야가 따로 없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국회도 한마음으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쟁이 가져다주는 비극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조속한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었기에 전쟁이 가져다주는 비극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여전히 남과 북은 반으로 나뉘어 대치하고 있으며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결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인 마을이 지역구에 있는 민주당 이용빈 의원은 이광재 위원장과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촌을 둘러봤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쟁에 따른 피난민의 처지가 우크라이나의 고려인 모두에게 강제이주를 되풀이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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