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심상정 등 의원 전원 명의로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 발의, '삼성 X파일' 공개하며 거대권력과 싸웠던 노회찬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4월 내 처리를 예고한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정의당에선 지난 국회 당시 '노회찬의 뜻을 받겠다'며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을 발의, 검찰의 수사 권한을 경찰에 완전히 넘겨주자고 한 바 있어 모순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 13일 오후 대표단·의원단이 참석한 연석회의를 열어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의 4월 처리를 공식 반대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정의당은 기본적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는 찬성하지만, 지금처럼 무리하게 강행 처리하는 것은 더 큰 후과를 만들 수밖에 없다"며 반대입장을 전했다.
법안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국회 차원에서 검찰개혁 논의 기구를 설치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3년여전 정의당은 의원 전원의 명의로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어, 이제 와서 '논의하자'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지난 2018년 11월 8일 故 노회찬 전 의원이 추진하다 미처 발의하지 못한 검찰·경찰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경찰옴부즈맨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은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게 하고, 검사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게 하는 것으로 현재 민주당이 통과시키려는 법안과 같은 취지다.
함께 발의한 '경찰옴부즈맨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검경수사권 분리에 따른 혼란을 보완하고, 사법경찰관리에 의한 인권침해·직권남용에 대해 경찰옴부즈맨에게 이의제기할수록 하는 법안이 담겨 있다. 당시 해당 법안은 심상정 전 대표와 윤소하·추혜선·이정미·김종대 당시 정의당 의원 전원을 포함, 의원 12명이 공동발의한 바 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당시 해당 법안의 취지에 대해 "이는 노회찬 전 의원의 뜻이기도 하며 정의당의 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시기는 노회찬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지 약 4개월 되던 시점이다. 노회찬 전 의원은 권력의 유착 비리와 앞장서 싸웠던 대표적 정치인으로 꼽히며, 이로 인해 심한 고초를 겪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8월 '삼성 X파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옛 안기부 불법 도청테이프(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 간 대화내용)에서 삼성그룹의 뇌물(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삼성 X파일' 사건은 정치·재벌·언론·검찰 등의 유착이 대대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꼽혔으나, 정작 이해할 수 없는 수사·기소·판결로 이어졌다.
'뇌물제공 총책'인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그리고 뇌물을 받은 전·현직 검사들은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으며 도리어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과 녹취록을 보도한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기자(당시 MBC 기자)가 기소됐다. 노회찬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선되고도, 이듬해 집행유예 형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그렇게 검찰과 앞장서 싸우다 고초를 겪은 노회찬 전 의원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정의당이, 정작 자신들이 낸 법안과도 모순된 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정의당에 연대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4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을 두고 "독자노선을 고수해달라"며 "정의당은 앞으로도 소금과 같은 존재로 역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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