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한 개념미술가 ... 8월28일까지 한가람미술관 회고전
"시적인 정경에서 진실이해 못하면 원리주의 재앙 초래"

영국현대미술의 대부
영국 현대미술의 대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UNC제공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매혹적이고 컬러풀한 개념미술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82)의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8월28일까지 열린다. 현대미술의 스타작가인 데미안허스트(DamienHirst)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의자, 전구, 헤드폰, 테이크아웃 커피잔, 노트북, 샌들 같은 일상용품을 화폭에 초대하고 있다. 검은 윤곽선과 선명하고 대담한 색으로 면을 채우고 원근법을 무시한 구도가 눈길을 끈다. 사물의 윤곽만을 강조한 다채로운 색상의 대형 조각들 또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평범한 일상용품이 그의 손을 거치면 매력적인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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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술을 하나의 은유이자 상징이라고 늘 느껴왔습니다. 산문이 아니라 시인 거죠. 이미 만들어진 어떤 것에서 더 큰 진실을 찾는 과정 말입니다. 현대의 재앙이라면 바로 근본주의, 시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경과 코란도 시입니다, 그냥 기록이 아니에요. 시적인 정경에서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건조한 사실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고, 그건 끔찍하겠죠.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하나의 시적인 은유와 상징으로써 작용합니다. 신이 일주일 만에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도 창조의 힘을 우화적으로 전하는 것이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입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여기는 일상의 오브제들이 실제로는 가장 특별한 것이라고 여긴다. 생활 깊숙이 깃들여 있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고, 음유시인처럼 그것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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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표현하고 하는 대상과는 다른 것을 만드는 일입니다. 신발을 그린 그림과 실제 신발의 관계와 같습니다. 실제 신발은 사실 그림과 많이 다릅니다. 그림에는 실제 신발이 없죠. 우리는 신발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모든 이미지 메이킹의 핵심이자 시작입니다. 이미지 메이킹 없이는 우리의 세계가 없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이러한 능력 위에 구축되었으며, 그 능력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이미지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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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마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단순한 형태와 화려한 색이다. 얼핏 보면 팝아트 같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팝아트는 유명인이나 상업상품같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완성되는 반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오브제나 그가 직접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는 물감을 섞지 않고 강렬한 색을 표현하기 위해 적게는 5번에서 많게는 40번까지 물감을 덧칠한다.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의 레이어를 쌓는 것이다. 선과 면, 색만을 사용해 오브제의 이미지를 최대한 단순화 시키는 심플함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검은 윤곽선이 키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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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렸던 때를 기억합니다. 그때 연필 드로잉은 너무 개인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것처럼 비개인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드로잉에 테이프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이프 드로잉은 어떤 의미에서 완벽한 드로잉이죠. 이 드로잉들은 매우 단순하지만 오브제를 축약하지 않아요. 만화도 아니고, 스케치도 아닙니다. 이것은 특별합니다. 사물을 전통적인 시각이 아닌 새롭게 이미지 메이킹하는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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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 표현’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의식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자신의 일부, 하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 심오한 자신의 일부라는 것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본능을 강점으로 믿고, 밀고 나가야 합니다.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풍부하니 지나친 독창성에 집착하지 말라’고 늘 강조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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