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식의사와 김점자 책임간호사, 김라희 간호조무사 등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대피를 위해 애쓰다,.숨진채 발견

▲사진: 밀양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당직의사 민현식 씨가 평소 입었던 의사 가운

[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대형 참사 속에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들을 구조하다 희생되거나 부상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의료진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의 유일한 1층 사망자인 행복한병원 의사 민현식(59)씨는 지난 26일 당직 근무 지원을 갔다 불길을 만났다.

민씨는 김점자(49) 책임간호사, 김라희(37) 간호조무사 등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대피를 위해 애쓰다 1층 응급실 주변에서 환자 4명과 함께 엘리베이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이미 연기가 차오르기 시작한 30여명이 입원해 있던 2층 병실을 뛰어다니며 “대피하라”고 외친 뒤 혼자 거동할 수 없는 환자 4명을 데리고 환자용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가 죽음을 맞았다. 살아남은 나머지 의료진 8명도 모두 부상했다. 자신이 돌보던 환자 10여명을 끝까지 대피시킨 50대 요양보호사의 활약도 뒤늦게 알려졌다. 자신도 유독가스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 중인 요양보호사 이모(58·여)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얼굴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밀양 현지에서는 이들의 구조 활동이 4년 전 승객들의 안전은 내팽개친 채 앞다퉈 구명정에 몸을 실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세월호 선장, 승무원들의 행태와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씨는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행복한병원 소속 정형외과 과장이다. 그를 아는 환자들은 “평소 인성 좋기로 유명하신 분”, “남편 수술 때문에 만났는데 너무 좋은 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28일 행복한병원 1층 민씨의 진료실. 그가 진료를 위해 기록한 차트와 모니터를 가득 채운 메모지, 이름 석자가 선명한 가운 등이 기약 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한병원은 산부인과, 내과, 정형외과가 핵심 진료과목으로 민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가까이 정형외과 과장으로 근무했다.

민씨는 정형외과 전문의 아버지를 따라 진주고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해 한림대 조교수, 세종병원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행복한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근무해 왔다. 경기도에 있는 아내와 두 아들과는 떨어져 밀양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민씨의 유족들은 사건 당일 급하게 밀양으로 내려와 현재 밀양 한 병원에서 장례절차를 준비 중이다. 김진국 행복한병원 원장은 “평소에도 꼼꼼하게 교과서적으로 환자들을 대했던 만큼 사건 현장에서 다른 환자들을 챙기면 챙겼지 혼자 도망갈 사람은 아니다”며 “다른 병원 당직을 서지 못하게 말렸더라면 이번 참변을 막았을 수 있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경남도의사회를 통해 어렵사리 유족과 연락했다. 민씨는 지난 26일 사고 당일 숨졌지만 빈소가 부족해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안치돼 있으며 29일 빈소가 꾸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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