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칼럼] 조국에 분노한 ‘2030의 공정과 정의’를 이용하는 수구보수, 언론의 민낯들

요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참모진 인선 문제로 시끄럽다. 연일 터지는 참모진의 비리와 의혹은 ‘공정’과 ‘상식’을 따지는 윤 당선인이 명확한 국가 비전을 가지고 참모진을 구성했는지에 대해 의심하게 만든다. 이에 쐐기를 박은 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정 후보가 경북대 원장, 부원장 시절에 딸과 아들이 잇따라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고, 학부생 시절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며 편입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 논란, 어딘가 모르게 데자뷰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불과 몇 년 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때 서울대, 고려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국 부녀가 불공정하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조국 장관 사퇴까지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조 전 장관에게 불공정하다고 말한 대학생들이 왜 정 후보에게는 잠잠한 것인가? 그토록 공정에 대해 투철한 2030이라면, 조 전 장관에게 그랬던 것처럼 정 후보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는 것을 넘어 후보 검증 및 사퇴도 요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조 전 장관 때 시위를 주동했던 대학생들의 행동이 정 후보와는 무척 다른 것을 보면서, 2030들이 말하는 공정이란 정확히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2030이 외쳤던 공정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정의를 기반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어떤 사안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떤 결과를 보며 스스로 불공정하다고 규정지은 사안에 대해 투쟁적으로 공정을 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었을 때, 이를 정의라고 여기는 듯하다. 달리 말하면, 2030의 공정은 ‘선택적’ 공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출처 노컷뉴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현 기성세대인 586 세대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586 세대도 현 2030의 인식처럼 자신들의 ‘공정’을 따지며 주장을 관철하고자 시위를 했는가? 논점을 전개함에 앞서 현 586 세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잠시 내려놓고, 그들이 과거에 이루었던 민주화에 대한 것만을 말하고자 함을 명확히 밝혀둔다.

586 세대가 2~30대이던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군사정권의 독재 시기였다. 이들은 역사적·철학적 사유를 통해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으로 다수 국민의 삶을 억압하고 통제하던 방식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수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면, 공정한 환경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러한 사고가 일종의 공동체로 여기던 국가에 대해 애국적 면모로 드러나기도 했고, 급기야 시대적 사명이었던 민주화를 일궈내는 주체로서 기능했다. 이들은 사회를 정의롭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나 사람에 대해 투쟁하고 저항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586 세대는 ‘선(先) 정의, 후(後) 공정’을 주창했다. 그 결과 힘들게 민주화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반면 현 2030은 ‘선(先) 공정, 후(後) 정의’를 외쳤다. 그렇다면 2030은 ‘공정과 정의’를 말하여 무엇을 얻었는가? 이를 위해 다시 조 전 장관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현재 정 후보의 논란에 잠잠히 대응하는 언론과 검찰의 수준과는 확연히 다르게, 조 전 장관의 논란 때에는 자유한국당과 더불어 보수 언론과 검찰이 지속적으로 이를 문제 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경쟁적인 삶으로 자신의 기회를 뺏길까 두려워하는 2030에게 조국은 불공정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끊임없이 인식시켜 주었다. 거기다 불공정한 조 전 장관과는 반대로 당시 수사를 진행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정한 인물이라 규정했다. 훗날 윤 총장이 보수 대권 후보가 되었을 때, 보수 진영은 바로 이런 배경 하에 공정하다는 프레임을 자연스럽게 씌우는 빅 픽처를 선보였다. 보수가 공정을 정치적 개념으로 만들어 갈 동안, 2030은 자연스럽게 보수시각의 공정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이 제기되며 많은 논란에 휩싸였고, 대부분 조국 전 장관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2030은 침묵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정의'는 무슨 정의인가? 사진=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이 제기되며 많은 논란에 휩싸였고, 대부분 조국 전 장관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2030은 침묵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정의'는 무슨 정의인가? 사진=연합뉴스

그러한 상황에서 2030은 조 전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광화문 집회나 조 전 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서초동 집회에 참여하여 각자의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분열했다. 누군가는 불공정한 조국을 사퇴시키는 것이 정의라고 여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강압적이고 지나친 수사를 받는 조국을 지지하고 지키는 것이 정의라고 여겼다. 누구나 옳다고 여기는 ‘정의’라는 공적 개념이 사적 영역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보수는 공정이라는 단어로 2030의 심리를 계속 자극하여 조 전 장관의 불공정에 분노하도록 했고, 결국 그는 66일만에 사퇴하였다.

문제는 현재 정 후보의 경우 역시 상당히 불공정한 것인데도, 대다수의 2030이 조 전 장관 때처럼 들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보수가 2030의 공정을 굳이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하며 자극하지 않기 때문이다. 2030의 공정을 이용해봤던 보수이기에, 이제는 그들의 방식대로 2030을 다룰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2030이 ‘공정과 정의’를 외침으로써 얻은 건 보수의 정치적 이용대상이 되었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교육팀장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교육팀장

이제라도 2030 청년들은 과거 586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정의와 공정’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586 세대가 시간이 지나 기득권이 되어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586 세대가 자신의 삶을 내던지면서까지 외쳤던 정의와 공정은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2030들의 '정의에 대해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공정을 이야기할 수 있고, 2030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정의와 공정으로 각성된 2030들이 많아져, 진정한 정의가 회복된 대한민국을 선도해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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