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지난 4월 28일부터 대학로 일대에서 서울 대표 예술축제 ‘제43회 서울연극제’가 대학로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극제 공식선정작들은 총 81편의 신청 작품 중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주제로 관객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을 선정하여 서울연극제에서 다시금 선보인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재관람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공식선정작의 첫 포문을 연 창작집단 LAS의 '우투리:가공할 만한'은 2021년 초연 당시 폭력과 젠더에 관한 감수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창작집단 LAS만의 섬세함을 보이며 호평 속에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재연된 이번 작품은 고전 설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영웅의 운명을 만들어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동시대 관객들에게 이 시대의 ‘영웅’과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소한 이야기 속에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만들어내는 창작집단 LAS의 이기쁨 연출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을 걸어야만 하는 고통의 삶 속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꿔볼 만큼 강한 여성 영웅의 탄생을 그려보고 싶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엄청 멋진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래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좋겠다.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면 더더욱 좋겠다”라는 소망처럼 관객들은 이번 작품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에 등장하는 갈릴레오는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한 나라’라고 말했다. 극 중 갈릴레오는 자신을 과학의 순교자로 만들려는 시도를 거부하지만, 이번 작품 속의 그녀는 다르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정의로운 대의’를 흔히 이야기하고, 적은 악마이며, 동맹은 영웅으로 둔갑시킨다. 하지만 ‘착한’ 전쟁은 있을 수 없다. 전쟁을 위한 전쟁을 거부하는 그녀는 처음부터 영웅도 아니었고 영웅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영웅을 바라고 기다린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비원이나 좌절 속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싶은 의지와 희망적인 미래가 담긴 이야기가 어쩌면 영웅에 대한 전설일는지도 모른다. 한두 번은 들었던 아기장수 우투리의 이야기는 뻔하겠지만, 무대 위 ‘3’은 여성이지만 한 사람으로 답답하고 옳지 않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스스로 선택을 한다. 희망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희망을 만들고 사람들의 희망이 된다.

“회피하지 않고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주는 이야기라면, 내일이 궁금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창작집단 LAS의 희망을 주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만나보고 싶기에,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지 즐거운 기다림을 시작해 본다.
서울연극제는 1977년에 시작된 전통 있는 서울 대표 예술축제로, 2021년 코로나19로 침체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92%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한 국내 최고 연극제이다. 올해 서울연극제에서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믹극부터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비판이 담긴 극까지, 각 극단의 다채로운 색이 고스란히 담긴 공식선정작 8작품과 지난 2021년 서울연극제 단막 희곡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단막 스테이지 두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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