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여로(旅路)입니다. 세상에 죽지 않을 장사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사가 ‘거래(去來)’이고 ‘여수(與受)’인 것입니다. 즉, 인생이 죽음이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은 대로 받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 죽어야 잘 와서 잘 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뿐이 아니라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이라도 죽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죽음에 관해 무심할 수가 없습니다. 그 죽음에 관한 공부를 우리는 ‘사학(死學)’이라 합니다. 그 사학에 관한 공부를 10년 넘게 강의하고 있는 분이 ‘정현채’ 서울대 의대 내과학 교수입니다. 그래서 2회에 걸쳐 그분이 밝힌 죽음학에 관한 의문을 풀어 봅니다.

첫째, 인간은 죽어서 영혼이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일까요?

부모와 친척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죽음에 관한 관심을 끌게 된 수많은 과학적 연구성과를 접한 결과, “죽음은 사방이 꽉 막혀있는 벽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문이라는 걸 확신하게 됐다.”라고 합니다.

둘째, 우리가 죽은 다음 어떻게 되나요?

육체는 분해돼 자연으로,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건너갑니다. 그럴 때, 임사체험(臨死體驗)을 알고 있으면,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런 사실을 실증주의 교육을 받아 체화(體化)한 과학자로선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던 영적 체험들이 단순한 착각이나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과학자로서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우리의 육체가 이제는 기능하지 않게 되어 부패해 가더라도, 우리의 의식은 또렷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경이로움은 이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죽음을 내포한 생명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깊이 인식하게 돼 고난과 역경을 영적인 성장의 기회로 껴안게 되었고, 주어진 삶을 더욱 충만하게 향유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셋째, 임종 직전 신체 변화를 알아야 합니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신체에 몇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체중감소·식욕감퇴·쇠약·부종 같은 신체적 증상과 더불어 정신착란, 불안, 흥분 같은 정신적 증상이 같이 나타납니다.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하거나 수면시간이 늘어나고, 세상사에 관한 관심도 옅어집니다.

임종이 좀 더 가까워지면 소변 배출량이 감소하고, 호흡 변화와 함께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며,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푸른 빛이나 자줏빛 반점이 나타납니다. 이밖에 떨림, 발작, 근육경련, 정신착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이 같은 발작 증세를 보일 경우, 뇌 MRI 같은 정밀검사를 하거나, 간질을 억제하는 주사약을 투여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는 적절치 못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도 병원 처지에서는 어떻게든 치료를 해야 해서 이 같은 조처를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의료진은 살인죄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어서 그런 조치를 합니다. 의사들은 노쇠(老衰)도 질병의 하나로 보고 치료하려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나 노쇠는 고장이 난 것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기계가 수명을 거의 다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음식물을 삼키는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어떻게 해서든 음식을 먹이려고 하다 보면, 흡인성 페렴이 유발돼 오히려 환자를 고통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눈 딱 감고 먹이지 않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고령의 노인은 먹지 않아서 죽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다해서 다시 말하면 죽을 때가 임박했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스콧 니어링은 100세가 돼 세상을 떠날 때가 되자, 주위 사람들에게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나 또 다른 깨어남이므로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사학’의 선각자로 일컬어지는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인간의 육체는 영원불멸한 자아(自我)를 둘러싼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스 박사의 이런 주장은 오랜 임상 경험의 결과였습니다. 수많은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관찰한 삶의 종말 체험과 근사(近死) 체험을 통해 이끌어낸 결론이었던 것이지요.

넷째, 삶의 종말 체험은 죽음과 관련해 일어나는 중요한 영적 현상입니다.

근사 체험과 공통되는 부분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개념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어떤 환영을 보는 현상이 종말 체험입니다.

이렇게 근사 체험은 죽음 직전에 경험하는 사후 세계로서, 자신이 죽었다는 인식을 갖고, 체외 이탈을 경험하며, 터널을 통과하거나 밝은 빛과 교신하면서 천상의 풍경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이제 어느 정도 ‘영혼의 여로’, ‘사학’에 대해 이해가 되는가요? 아마 이 죽음학의 영역은 끝도 없고, 한도 없을 것입니다. 하여간 우리 죽음에 관한 비밀을 조금이라도 풀어보는 것으로 다음 회를 기대해 보시면 어떨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5월 2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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