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공간확장 위한 도구...회화 설치를 넘나들고 싶다"
호리아트스페이스(6월18일까지)이어 10월 노화랑 전시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나무궤짝에서 쏟아져 내릴듯한 사과들이 화폭을 압도적으로 채우고 있다. 넘치는 풍성함이다. 사업가나 가정에서 복을 불러오는 그림으로 선호하는 이유다. 마음마저 풍요로워지는 그림이다. 사과그림으로 유명한 윤병락 작가의 작품 이야기다. 요즘 그의 그림은 2년은 기다려야 손에 넣을 정도로 인기다.

사과라는 대상과 20여년을 씨름해 온 결과다. 사실 작가에게 사과는 단순한 그림소재라기 보다 ‘그 너머’로 가기 위한 수단이다. 캔버스 앞에서 수없는 붓질을 해가며,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 이유다.

나무궤짝에 넘칠듯 담긴 사과에서 공간확장의 화두를 얻게 됐다는 윤병락 작가.  고향이 영천인 그에게서  사과는 고향같은 존재이자 행복의 메신저나 다름없다. 

“20년 가까지 1~3시간 정도만 수면을 취하며 작업을 했습니다. 등근육이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희열을 느꼈지요”

밤을 샌 그는 통트는 해를 바라보며 뿌듯한 충만감에 취했다. 제대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뒤로하고 짧은 잠에 빠져들었다.

“근래 들어서야 4시간 정도의 잠을 자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이후 부터 이러다가는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오랜 천착의 시간을 통해 그는 이제 사과형상을 넘어서서 색과 선, 면과 비로서 정면으로 조우하고 있다. 회화의 기본 요소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사과는 근본에 이르기 위한 매개체라 할 수 있다.

그의 사과그림에는 배경이 없다. 그림이 걸려져 있는 공간이 배경이 된다. 게다가 정형화된 사각의 캔버스도 깨고 있다.

“사과궤짝에 넘치도록 풍성하게 채워진 사과의 모습에서 공간에 대한 화두를 얻게 되었습니다. 궤짝에서 삐져나온 사과의 모습이 캔버스 모양이 됐지요. 이른바 변형캔버스로 공간확장을 시도한 것입니다.”

사물모양이 캔버스형태가 되면서 더욱더 실감나는 극사실회화가 됐다. 최근 들어선 낱개 사과가 캔버스를 벗어나 공간에 위치하기도 한다.

“평면화화가 설치 작품이 되는 모습이지요.”

그는 그림 구도에서도 일반적으로 안 좋다는 것을 시도하곤 했다. 사과라는 정물대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으로 그린 것이다. 대상을 겹겹이 놓아 거리감을 두고 그리는 정물의 원칙을 부셔버린 것이다. 궤짝에 담긴 사과가 그렇게 이끌었다.

윤병락 작가의 고양시 작업실엔 목공실이 따로 딸려 있다. 변형캔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올이 고은 캔버스천을 주로 사용한다. 사물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견고한 자작나무합판으로 캔버스를 삼기도 한다. 그럴땐 한지를 바르고 미디엄 처리를 한후 채색을 해 사물의 질감을 살린다.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과들이 있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트로이 전쟁으로 점화된 그리스신화 속 황금사과, 중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가 대표적이지요. 세잔은 고전적 원근법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다시점으로 입체주의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 또한 저만의 시각과 조형어법으로 완성된 사과작품으로 훗날 ‘윤병락의 사과’로 회자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의 개인전이 호리아트스페이스(6월18일까지)에 이어 오는 10월 노화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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