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까지 이화익 갤러리 개인전... “시와 그림의 영원한 주제”

물을 통해 역사의 무게를 깊이 있게 사색하는 송필용 작가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기자= ‘물의 화가’ 송필용 작가가 31일까지 이화익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전의 작업들이 재현적 물이었다면, 지금의 작업은 사의적 물이다. 부조리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고매한 정신을 보여주는 김수영 시인의 ‘폭포'가 떠올려 진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곧은 소리는/소리이다./곧은 소리는 곧은/소리를 부른다//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이같이 부드러운 것 같지만 거침이 없는 폭포와 강물의 도도한 흐름의 기운을 응축시키기 위해, 작가는 진흙처럼 두껍게 쌓아올려진 유화 물감 화면을 붓 끝과 나이프로 긁어내는 표현법을 사용하고 있다. 조각칼로 문양을 새기는 분청사기의 장식기법인 ‘조화기법’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거칠지만 무의식적으로 긁어낸 선들이 화면의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

“일찍이 노자(老子)는 "상선(上善)은 물과 같다(若水)"라고 말하면서, 물은 도(道)에 가깝다고 했다. 물의 고유한 성질은 '흐름'과 '순환'에서 찾을 수 있다. 흐름이란 지나가고 바뀌는 물의 시간적 변화상이며, 순환이란 비·구름·수증기와 같은 공간적 형상의 변화상이다. 도도한 역사와 사회적 서사로서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래서 물은 시와 그림같은 예술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즐겨 다루어 왔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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