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세계 환상문학 3대 거장으로 칭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원작(번역 이현경)을 바탕으로 각색·재연된 창작조직 성찬파의 '반쪼가리 자작'은 칼비노의 대표작인 ‘우리의 선조들’ 3부작(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자, 존재하지 않는 기사) 중 하나로 전쟁에 참여한 청년 ‘자작 메다르도’가 포탄에 맞아 선과 악이라는 각각의 반쪽으로 나누어져 돌아오는 이야기다. 연극은 대사와 몸짓 외 인형 오브제와 그림자극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원작의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무대 위에 펼쳐내며 온전하지 못한 사람과 온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였다.
2017년 초연부터 꾸준히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낸 이번 작품은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제43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2년 만에 알과핵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다시 한번 만남을 이어갔다. 인형 오브제와 배우들이 함께 역할을 나누는 멀티캐스트는 이제는 생경한 광경이 아님에도 물 흐르듯 연결되는 역할들의 흐름에 감탄하게 만든다. 이는 2017년 초연부터 꾸준하게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함께 극을 발전시켜 온 창작조직 성찬파(연출가를 주축으로 재결성된 극단)의 힘일는지 모르겠다.
연극 ‘반쪼가리 자작’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어딘가 젊은 영주 메다르도가 이교도와의 전쟁에서 몸이 산산조각이 난 뒤 반쪼가리만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선과 악으로 나뉘어버린 청년 자작과 다양한 상징으로 표현되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박성찬 연출가는 다양한 단어의 맛을 살리는 칼비노의 원작을 재번역하였을 뿐 아니라 무대와 오브제들까지 직접 제작하며, 이번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또한, 연극적으로 과장되고 확장된 신체 언어를 통해 문학적 텍스트를 자유로이 표현하는 ‘홍익’, 염도‘ 등의 작품들에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김선권 배우는 초연부터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였을 뿐 아니라 움직임 연출을 더하며 극을 더욱 촘촘하고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사연으로 찾아온 이번 무대는 여러 무대에서 다양한 연기를 펼쳐온 배우들의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뿐 아니라 음악 중 일부를 직접 연주하며, 극 중 광대들의 유랑극단 분위기를 한껏 살려냈다.
극 중 자작은 선과 악이라는 대칭적 구조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이고, 그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일까? 그리고 판단의 주체는 절대적일까? 개인에게 최고의 선이 모두에게 또한 최고의 선일까? 순수함이 선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순수한 악마라고도 부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의 윤리·규범들과 개인의 윤리는 종속되는 것일까?
박성찬 연출가는 ’온전‘하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들과 질문들이 계속해서 더해갈 뿐일는지 모른다. “연출로서 소망이 있다면 공연의 의문과 질문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관객의 고민 속에서 변주되어 각자에게 질문으로 다시 이어지길 바란다”는 그의 소망처럼 이번 작품을 만난 후 고민과 질문은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즐겁게 유쾌하게 공연을 즐긴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니어도 심각할 일이 많다”라는 그의 이야기처럼 어차피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면, 그저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들의 향연을 그저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동화적 상상력과 철학적 메시지, 아이러니가 절묘하게 만나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칼비노의 3부작 중 다른 2부작 또한 창작조직 성찬파의 손길로 느껴보고 싶어진다. 칼비노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벼움, 신속성, 가시성, 다양성 그리고 일관성까지 그의 무대 위에서는 모두가 이뤄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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