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유출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
심지어 가까운 일본에서의 일이기에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아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쿠시마 핵발전소.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하였다. 그곳에서 위험을 무릅쓴 채 복구 작업을 진행하는, 불안함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이야기하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극 '공포가 시작된다'가 제43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관객들과 만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핵발전소의 비극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사진_다다미방을 연상케 하는 중앙의 /(사진=Aejin Kwoun)
무대사진_다다미방을 연상케 하는 중앙의 사각무대에는 불단이 놓여있다. 그리고 앙상히 마른 가지를 지닌 나무가 불단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ejin Kwoun)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 류주연 연출은 이러한 세밀한 일상의 모습을, 상징적인 무대 위에 구현함으로써 남의 일만 같은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일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아가 이러한 위기와 난관은 자연재해라기보다 인재이며,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자 하였다.

공연사진 |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공연사진 | 숫자를 세며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이들, 방호복을 입은 그들의 움직이는 경고음이 들리면 멈추고는 한다.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작품의 작가 토시노부 코죠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아픔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닌 일본 전체의 문제이며,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고통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들의 안위는 배제하며 나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책이 정말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왜곡과 외면이 가질 수 있는 잔인성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더 나아가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우리네 삶의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하고 있다.

공연사진 |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공연사진 | 어느 날, 비참하게 비명횡사한 남편의 49일을 하루 앞둔 여자, 그녀에게 한 여자가 찾아온다.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현재 일본에서 발표하는 바로는 후쿠시마 사태에서 피폭으로 인해 사망한 인원은 현재까지 0명이다. 극단 산수유의 류주연 연출에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안겨 준 바 있는 ‘기묘여행’의 원작자 토시노부 코죠우의 ‘공포가 시작된다’는 일본에서 사고 2년 후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6년과 2021년 삼연까지 공연이 이어졌으며, 올해 12월 다시 한번 무대가 올려질 예정이다. 작가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분노가 솟아났다고 이야기하는 마음이 너무나 공감되고 이해된다.

공연사진 |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공연사진 | 과거와 현재가 함께 펼쳐지는 무대...아무렇지도 않은 대화들로...그들의 일상을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 류주연 연출은 사람이 웃고, 다투고 죽고, 사는 문제는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일상을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어떤 사실에 대해 인식하는 많은 시선을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지금도 펼쳐지고 있는 너무나 무거운 주제는 나의 일도 될 수도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공연사진 |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공연사진 | 힘든 일상 속에서 개그프로를 따라하며 웃음 짓는 그들의 웃음이...그래서 더 아프다. 여자들의 대화가 펼쳐지는 속에 과거 작업자들의 일상이 함께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지난해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가장 유력한 처리 방안으로 가장 값싸고 빠른 해결책인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까지 오염수를 희석해 순차 방류할 예정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량의 오염수의 실험 결과만 있으며 매일 다량의 희석수를 보관 및 방출하는 과정에서 생성될 문제에 관해서는 구체적 연구는 밝혀진 바 없다.

공연사진 |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공연사진 | 주위의 흙과 물건들...방사선에 오염된 모든 것들은 저절로 사라질 수 없기에...지금도 현재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사진=양동민, 극단 산수유)

APLS(알프스,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처리한 물에 남는 삼중수소(약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와 탄소14(약한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 등의 핵종들은 희석 후 방출시킨다면 IAEA와 미국은 일본의 해양방출을 합리적 방법이라 인정했다. 하지만 IAEA는 방출에 대해 반대하거나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만큼 중립적인 입장에서 관망만 하게 될 듯하다.

도쿄전력에서 지난해 2022년에는 오염수 저장 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했었으며, 지난 19일 승인된 해양 방류 계획안으로 내년 4월부터 태평양 방류가 시작될 예정이며, 몇 년에 걸쳐 매일 몇백 톤의 희석수가 태평양에 방출되게 된다. 또한, 지난 정부와 다르게 현 정부에서는 반대하지 않고 있기에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민국도 적극적인 모니터링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원전밀집도 1위 국가로 후쿠시마 반경의 주민들보다 원전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고준위방사선물질의 처리 정책이나 법 제도가 낙후한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준위폐기물의 최종처분실시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스웨덴, 스위스, 독일,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의 외국 법제에 비교, JRC(Joint Research Collaboration) 보고서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시설이 현재 세계 어디에도 운영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10년 이내에 일부 시설이 건설 및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하가 침출될 가능성이 큰 곳에 지어진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자연재해에 기인하였지만, 그곳에 지어지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이기에 인재가 아니라 하기만은 어려울 것이다.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철 전력량은 폭증할 것이고, 우리나라 전력의 30%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관한 이야기는 다시 한번 속도전을 펼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떤 대한민국을 남겨 줄 수 있을까?

관객들의 호응이 높았던 수작들을 공식선정작으로 하였던 올해 서울연극제는 오는 2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32일간의 대장정을 마치며, 시상 및 폐막식이 진행된다. 그리고 31일에는 올해 서울연극제에 대한 합평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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