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찬 서울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의 큰 테두리 안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직업을 갖고 d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필요하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생활능력이라고 한다. 인간이 사회생활 속에서 직업을 갖고 직업과 관련된 일을 수행할 때 이를 직업능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직업능력은 문화가 발달하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사회에서의 직업능력 요구수준이 변한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 역시 변하게 되고 그 시대의 기술발전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훈련 수단과 방법이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 교육제도의 변화로 증기기관이 개발된 1차 산업혁명의 단계에서는 학교에서 글을 익히고 말과 수리를 배우는 주입식 교육훈련방식 이였으나 전기·전자적용되는 2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사회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교과과정이 개발되고 학교도 단계적으로 전문화와 계열화 과정을 적용하였으며, 정보화가 도입된 3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응용력과 창의력이 중시되고 산업현장 중심의 교육훈련이 적용되었다.

우리나라는 2차 산업혁명시대에 공업국가로 발돋음 하면서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을 1967 최초로 도입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직업교육훈련제도를 정부 주관으로 우리나라 산업사회에 맞는 제도로 발전해 세계에 직업훈련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개도국의 모델이 되고 있다.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성공적인 교육훈련제도로 인정되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개도국들이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를 도입하였다. 독일 직업훈련제도는 교육훈련기관의 이론 교과내용과 산업현장의 실습 교과내용이 적절하게 편성되어 「이원화된 직업교육훈련(Dual System)」을 통해 실무 중심의 교육훈련을 실시함으로서 산업사회에서 바로 실무에 배치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을 양성하여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일에서는 급속한 국제화에 따른 기술의 진보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이와 같은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가 지금까지와 같이 독일 경제 및 사회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2000년 OECD가 주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가 처음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독일은 청소년의 기초학력 측면에서 OECD 회원국 중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고,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한 고급기술을 가진 대학교육을 받은 인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이원적 직업교육훈련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교육제도에 대하여 독일 내외에서 여러 가지 논쟁이 일고 있다.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의 특징은 첫째, 엄걱한 선별로 조기에 직업교육훈련 경로와 대학 진학 경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4년을 마친 만 10~11세에 해당하는 모든 독일 학생들은 까다로운 심사를 통하여 졸업 후 대학 진학 자격이 주어지는 인문계 학교로, 전체 10~11세 독일 학생 중 40% 정도가 이 학교에 배정되는 김나지움(Gymnasium/ Grammar School), 김나지움에 비해 평이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며, 이수 후 중졸에 해당하는 자격을 얻는 레알슐레(Realschule/ Intermediary School), 학업소양이 가장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실용적 직업훈련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Secondary General School) 등 이와 같이 세 가지 경로 중 하나의 중학교에 배정된다. 보통 배정 심사는 교사추천서, 시험성적 및 학업활동 결과, 학부모 면담, 학생의 희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다.

둘째, 낮은 대학 진학률과 높은 직업교육훈련 진학률로 능력별 조기 진로가 결정되어 대학 진학 대상 자체가 적고,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이 활성화된 산업구조로 인하여 기능공이 필요한 일자리가 다량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매우 낮은 반면, 직업교육훈련 진학률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2013년 기준 25%(김나지운 재학생 기준 40%)로 우리나라 70.7%, OECD 평균 59%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반면, 직업교육훈련 과정에 진학하는 비율은 2013년 기준 35% 이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2013년 이후 도제교육훈련을 선택하는 학생수는 줄어들고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원화 된 직업교육훈련으로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숙련된 인력을 양성하여 공급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훈련은 19세기 초반부터 시작하였으며, 고등학교 단계의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 대부분(전체의 75%)이 직장에서의 현장실습과 학교 교육이 병행되는 이원화된 직업교육시스템으로 교육훈련을 받으며,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직업교육훈련을 이수하여야 했다. 2010년 349개 직종에서 이원적 직업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고 학생들은 일주일에 3~4일은 직장에서 도제(Apprenticeship)로서 현장실습을 하고, 1~2일은 학교 수업을 받는다. 현장실습은 도제 기간, 직종의 특징, 자격시험의 요건 등을 상세히 규정하는 직종별 훈련지침에 따라 이루어지고, 훈련생들은 숙련인력 초봉의 1/3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다. 기업의 규모가 극히 영세하여 종합적인 훈련을 제공하기 힘든 경우에는 다른 기업과 연합하여 훈련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업은 자체 훈련생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여러 기업이 연합하여 훈련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동종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부담하는 기금으로 훈련비용을 충당하며, 직업훈련생을 채용하는 경우 저리의 근로자금을 대출받을 수도 있다. 직업학교와 훈련기업, 학생 간의 계약을 통해 직업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학교가 학생을 기업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학생을 직접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필요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음을 기업체에 홍보해야 하고, 기업체는 학생의 능력을 모니터링 한다. 학교 수업의 1/3은 일반 교육과정, 2/3는 직종에 따른 교육과정으로 구성되므로 두 가지 유형의 직업학교 교사가 존재한다. 이론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는 대학 졸업이 필수 요건이나, 현장실습을 담당하는 교사는 현장감독(Foreman), 숙련공, 장인자격(Meister) 등 대학 졸업보다는 현장경험이 필수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50만 개 이상의 기업에서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 중 99% 이상이 종업원 50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기업들은 보통 자사에서 직업교육을 이수한 학생 중에서 필요 인력을 바로 채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가 있기에 독일의 청년 실업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훈련제도는 다음과 같은 많은 장점으로 작용하였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하여 바로 채용함으로서 구인·구직 간 미스매칭을 줄이고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였으며, 창업을 촉진하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직업교육훈련을 통하여 매우 다양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일정기간의 직장경험 이후에는 전문가(마이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독일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은 장기간에 걸쳐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려져 있어 사회적 인식 또한 매우 좋은 편이다.

독일의 기업, 상공회의소, 노동자 단체 등 사회적 파트너들은 직업교육훈련의 계획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직업교육훈련지침 개발 및 개정에 함께 참여하고, 임금협상을 통해 훈련생들의 임금을 결정한다. 특히, 직업교육훈련에 관한 정부의 규정을 실행에 옮기도록 정부와 기업 사이를 중개하는 각종 회의소(Chambers)의 역할이 아주 크다. 산업 및 상공회의소, 기능공 단체, 농업회의소 등 각종 전문 회의소들은 정부의 규정에 따라 기업체가 적절한 교육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교육훈련기간의 수료도 이들 회의소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 자격시험은 훈련생이 훈련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쳤는지 그리고 숙련된 기술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며, 평가는 고용자 대표, 피고용자 대표, 그리고 직업학교 교사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상공회의소 등을 통한 기업의 적극적 참여는 기업들로 하여 금 도제시스템에 대한 더 높은 관심과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는 중앙 및 지방정부, 기업, 상공회의소 등 관련 기관 간 정교한 역할 분담과 상호견제와 균형 시스템으로 기업의 단기적 필요에 따라 직업교육훈련제도의 교육적·경제적 목적이 왜곡되는 일이 드물다.

직업교육훈련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으로 도제훈련의 대부분이 민간기업에서 이루어지지만, 훈련생이 숙련된 기술자로서 이후의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정부는 적절한 기술과 지식에 대한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 즉,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직업교육훈련일지라도 민간기업의 책임을 넘어 사회적 책임으로 간주된다.

직업교육훈련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때도 정부는 고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의 합의를 전제로 한 공감대 형성을 원칙으로 한다. 연방직업교육훈련연구소(Federal Institute for Vocational Training)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고용자 및 노동자단체가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며, 직업교육훈련계획 수립과 제도 개선 등에 대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직업교육훈련정책 전반에 대한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고, 교사 봉급, 시설 및 장비 등 직업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은 지방정부가 담당한다. 기업은 훈련생에 대한 훈련비용을 부담하는데, 보통은 부문별로 동종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부담하는 기금으로 충당한다. 더불어, 훈련생을 받는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훈련기업을 찾는 데 애로가 있는 직업학교 학생 및 이민자 또는 저소득층 학생 등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하여 훈련비를 지원하고 있고, 인턴을 6~12개월간 시험적으로 채용하는 기업은 인턴에 대한 임금 및 기타 비용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지방정부 차원의 다양한 직업교육훈련 인센티브가 있는데, 어떤 주에서는 파산한 기업 또는 몇 개 기업이 연합한 훈련센터의 훈련생을 고용한 경우 재정 지원을 하기도 한다.

독일 정부는 재정 위기 시에도 직업교육훈련에 대하여 재정 지원을 축소하지 않았고, 기업은 도제에 대한 일자리를 계속 제공해 왔다. 이는 청년 실업률을 줄이고,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감소에 대처하는 데 기여하였다.

우리나라는 2014년도부터 전국 16개 광역시도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지역에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력수요·공급조사를 실시하여 산업현장 기술 및 기능인력을 양성·공급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에서는 NCS(직업능력표준)을 개발하여 훈련과정을 개발하는데 적용하고 인학습병행제를 실시하여 기업 현장에서 직접 현장기술을 선임자가 지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 중 90% 이상이 종업원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기업들은 훈련생을 채용하거나 채용예정자를 대상으로 일학습병행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종료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 같은 제도로 인하여 독일의 청년 실업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도입단계에 있으며, 기업의 구조나 인력채용 방법, 교육훈련시설의 미흡 등으로 발생되는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발전시켜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같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훈련 방식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하여 바로 채용함으로서 구인·구직 간 미스매칭을 줄이고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직업교육훈련을 통하여 매우 다양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은 독일은 장기간에 걸쳐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려져 있어 사회적 인식 또한 매우 좋은 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도입된 기간이 짧아 아직은 사회적 인식과 기업의 현장훈련 준비가 미흡하여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제도 개선에 있어서도 독일은 기업, 상공회의소, 노동자 단체 등 사회적 파트너들은 직업교육훈련의 계획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직업교육훈련지침 개발 및 개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관 주도의 제도개편이 일반화 되어 있고 운영에 있어서도 관 주도의 운영이 교육훈련의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또한 독일에서는 상공회의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관 주도로 운영되고 있어 상공회의소 등 사업주 단체의 역할이 미미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공회의소 등 사업주 단체,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거쳐 수료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인력의 질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공회의소 등 사업주단체을 통한 기업의 적극적 참여는 기업들로 하여 금 직업훈련 시스템에 대한 더 높은 관심과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게 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