追遠報本, 먼 조상을 추모하고 근본에 보답하여 제사를 반드시 정성스럽게 지내라.

어제가 6월 6일 현충일(顯忠日)이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충절(忠節)을 추모하는 날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산화(散華)하신 참전 16개국의 장병들의 은혜를 우리는 혹 소홀히 하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현충일의 추모 대상을 꼭 우리나라 선열들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외국 장병들까지 함께 기리는 날로 정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원불교의 예법(禮法) 중에 <대재(大齋>가 있습니다. 해마다 6월 1에 봉행(奉行)하는 <6.1 대재>와 12월 첫 주에 올리는 <명절대재(名節大齋)>가 있습니다. <6.1 대재>는 원불교를 창교(創敎) 하신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이 열반(涅槃)하신 날로, 소태산 부처님과 함께 원불교의 모든 조상을 추모(追慕)하여 정례(定例)로 합동 향례(香禮)를 올립니다.

그리고 <명절대재>는 여러 명절을 통합하여, 모든 부모, 조상, 심지어 일체 성현들을 함께 모시고 <추원보본(追遠報本)>의 ‘재(齋)’를 올리는 날이지요. 이처럼 아예 현충일이나, 특정 일을 따로 정해 우리나라를 위해 귀한 생명을 바친 외국 장병들까지 합동 향례(香禮)를 올리는 날을 제정하면 좋겠습니다.

캐나다의 한 노신사가 현대자동차를 구매하려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현대차 ‘미시소거’점을 방문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노신사는 구매계약을 하면서 한국인 딜러에게 한국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습니다. 딜러는 이 말을 흘려듣지 않았습니다. 노신사가 차를 찾기로 한 날 현대차 딜러가 준비한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노신사는 그 자리에서 아이처럼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이 흘러나왔습니다. “큰 형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가보지도 못했고, 이제는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 가볼 수도 없습니다.”

60년 전, 머나먼 낯선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떠난 형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고, 어려운 형편에 형의 묘지조차 찾지 못한 채 이렇게 세월이 흘러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자신의 형이 피를 흘리며 자유를 지켜준 나라라며 오히려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해도 어렸을 적 형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고 그의 가슴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그리움이 한국인 딜러를 보자 터져 나왔던 것이지요. 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한국인 딜러 ‘신상묵’ 씨는 뭔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한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형님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Roy Duglas Elliott입니다.” 신상묵 딜러는 손님과 고객 사이가 아닌 한국인으로서 정말 그를 돕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량 출고까지 남은 시간 3일, 72시간 안에 정보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거기 Roy Duglas Elliott 씨의 묘비가 있습니까?”

엘리엇 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큰 형님의 성함과 1953년에 전사하셨다는 것에 집중하여 신상묵 딜러는 혹시나 하고 부산 유엔 기념공원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유엔군 전몰 용사 리스트가 있었습니다. 이 리스트를 확인하던 신상묵 딜러는 심장이 벅차올랐습니다. 마침내 그토록 찾던 이름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Roy Duglas Elliott』, 사이트에는 묘비 사진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곧바로 사진을 현상해서 액자에 넣었습니다. 차를 인도 받으러 온 엘리엇 씨에게 딜러는 액자를 선물하며 형의 묘지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엘리엇 씨는 액자를 꼭 껴안더니 슬픔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엘리엇 씨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이에 신상묵 딜러는 이런 말을 건네었습니다. “당신의 큰 형님 덕분에 제가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고맙습니다.” 이 사연이 신상묵 딜러의 페이스북에 올라오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한국인이 고마운 공감하며 이야기가 퍼져나가게 되었고, 한국 정부에서도 그 사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 엘리엇 씨에게 또 다른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가 보훈처에서 엘리엇 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감사함을 전한 것입니다.

“형님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낯선 나라에서 자신을 희생한 용사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던 신상묵 현대자동차 딜러, 이들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R.D.엘리엇’ 상병이 속했던 캐나다 제2보병 대대는 1951년 4월 가평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운 부대입니다. 중공군이 캐나다군이 위치한 곳을 주요 공세 목표로 지정하면서, 캐나다군이 큰 피해를 본 것입니다.

그러나 캐나다군은 절대 그곳을 뚫려선 안 된다며 끝까지 사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캐나다군이 한국에서 수행한 작전 중 가장 위대한 전투입니다. 낯선 나라의 자유를 위해 기꺼이 달려와 준 당신들이 있었기에 한국은 아픔을 딛고 일어섰습니다.

우리 현충일을 맞이해 모든 참전 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그리고 이날을 외국 참전 용사들의 목숨 바친 거룩함을 기리는 <추원보본의 날>로 정하고 함께 기리면 어떨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6월 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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