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한밭대 통합 ③] 충남대생, “믿음·소통 없고 투명하지 않은 일방적 통합 추진 반대”

[대전=뉴스프리존] 이기종 기자= 2022년 1월부터 대전지역에 불고 있는 대학교 간의 통합 논의 갈등은 총장, 교수, 직원 등 대학본부와 학생 간에서 발생하고 있다.

충남대학교의 이진숙 총장, 한밭대학교의 최병욱 총장 등 양 대학의 관계자는 지난 2021년 후반기부터 ‘충남대-한밭대 통합’을 비공개 속에서 협의해 오다가 올해 1월부터 공개적인 일정으로 전환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충남대학교는 대학본부와 학생 간의 갈등 속에서 졸업생 등 내부외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득 과정을 거치고 있고 한밭대학교는 교수, 직원 등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충남대와 한밭대의 자체적인 통합 논의 과정에서 이진숙 총장이나 최병욱 총장 등 대학본부 측이 생각하지 못했던 반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임의적으로 설정했던 통합 논의의 업무협약(MOU) 시기인 3월을 넘겼다.

특히 충남대 총학생회가 지난 2월 18일 20시부터 22일 24시까지 진행한 학생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충남대 학생은 “통합 의사가 논의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에 대해 98.25%(4734명 중 4651명)로 압도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이 결과 이후의 다른 설문조사가 없기 때문에 이 결과가 충남대 학생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본지는 지난 1월부터 진행해 온 충남대, 한밭대 등의 현장 취재와 정보공개 자료, 그리고 총학생회, 학생과 교수 모임, 총동문회 등에서 제시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 “충남대-한밭대 통합”이라는 연재를 기획했다.

다음은 이진숙 총장 등 대학본부가 추진하는 ‘충남대-한밭대’ 통합 논의 간담회에서 충남대 학생이 ‘통합 논의 반대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는 통합 논의 결사 반대, 충남대는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라”고 적은 팻말을 설명회장 입구에서 들고 있으려고 하니 대학본부 관계자(교수)로부터 제지를 당한 사례에 대한 의견이다.<편집자 주>

- 이진숙 총장 등 대학본부가 추진하는 ‘충남대-한밭대’ 통합 논의에 대한 생각은?

▶ 본인은 올해 입학한 신입생으로서 충남대학교는 수험생 시절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만큼 명실상부한 학교이다.

이진숙 총장 등 대학본부가 주장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일반 및 특수대학교의 경쟁에서 위협을 받아 충남대학교가 위험한 상황에 빠진 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저는 원서조차 넣지 않았을 것이며 충남대학교는 이미 충분히 대규모 대학이다.

그런데 통합으로 많은 학생수를 확보해 대학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대학 본부의 입장이 재학생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옛말에 동량지재(棟樑之材) 라는 말이 있다.

이 사자성어는 한 집이나 나라를 맡아 다스릴 만한 인재라는 뜻인데 충남대학교의 대학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 계획은 동량지재를 만드는 대학의 본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왜냐하면 학생수가 많다고 무작정 경쟁력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수일지라도 그 학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게 대학의 명성을 드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통합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학우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통합 논의에 대한 사실 자체를 언론을 통해 접해야 했고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기 전에 학교에서는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

특히 언론을 본 학생들이 분노하자 그때서야 논의 추진에 대한 이야기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공지되기 시작했고 현재 설명회 또한 열리고 있다.

충남대와 한밭대 간 통합이라는 중요한 안건을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저를 포함한 많은 학우들이 대학본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본다.

그래서 설명회 자리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통합을 하기 전 대학본부에 대한 신뢰도 회복을 해야 한다고 제 의견을 표시했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거죠?” 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러한 식의 답변이 계속 되어 제 생각엔 이 통합 추진 논의 자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 이진숙 총장 등 대학본부가 추진하는 ‘충남대-한밭대’ 통합 논의에 대한 반대 의견 표시는?

▶ 저는 지난 4월 26일에 진행된 충남대학교 내부의 통합 논의 설명회에 참석했고 시작하기 전까지 강당 앞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는 통합 논의 결사 반대, 충남대는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라”라는 내용의 종이를 들고 서 있기 위해 문 앞에 있던 관계자(대학본부)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그 관계자는 답변을 어려워했고 그 대신 대학본부 기획처 소속 교수가 제게 다가와 제가 들고자 했던 종이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 이후 그는 “이 자리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모인 자리이고 현재 설명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텐데, 그때 하셔도 늦지 않을 건데 오늘은 설명회를 들으시는 게 어떻겠느냐” 라는 말과 함께 종이를 들고 서 있으려고 했던 제게 일단 설명회를 들으라는 식으로 지속 얘기하면서 저의 의사 표시를 방해했다.

이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서 저는 저의 의견이 적힌 종이를 계속 들고 있겠다는 의사 표현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대학본부 기획처 소속 교수가 다가와 계속 설명회를 들으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어 의사를 원활하게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 교수가 육체적인 저지, 또는 강압적인 저지를 하지 않았지만 저의 의사 표현을 방해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저는 불쾌함을 느꼈고 그 결과 강당 앞에서 제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실패했다.

- 충남대의 ‘통합 논의 필요성 공유를 위한 학내 설명회’를 들은 후 재학생으로서 느낀 점은?

▶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매우 불만족스럽고 불쾌한 자리였다.

처음부터 참석해 들은 설명회에서 충남대학교의 대학본부가 준비한 설명 자료는 이상적인 이점만을 담고 있었고 그것만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이상적인 점이 실현되지 못했을 경우에 대응책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또 통합시 생길 문제점에 대한 심도 있는 고려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러한 내용은 설명회를 반복하고 보강함으로써 학생들이 느끼는 대학 본부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제가 불쾌했던 점은 질의 및 응답에 대한 태도였다.

학생들의 질문 중에 말을 끊고 답변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질문하는 학생들을 비웃기도 했다.

강하게 표현하면 우리가 질의 및 응답을 하러 온 것인지, 이미 결정이 된 답안에 대해 의미없는 소리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인지 하는 회의감까지 들었다.

또 충남대학교의 대학본부는 의견 수렴을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통합 찬성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이를 토대로 학생들을 설득하고 반박하기에 급한 것 같았다.

- 충남대의 ‘통합 논의 필요성 공유를 위한 학내 설명회’ 자료를 본 후 재학생으로서 느낀 점은?

▶ 제가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하며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설명 자료에 대한 생각인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충남대학교는 한밭대학교와의 통합을 하는데 있어 이점으로 ‘산학 협력’을 꼽았다.

하지만 충남대학교의 비전은 연구 중심 대학이다.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 앞서 나가는 데 있어 산학 협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학교와의 통합을 이루어서 우리에게 크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일지 의문이 든다.

충남대가 추진한 ‘통합 논의 필요성 공유를 위한 학내 설명회’ 의 2차 설명회에선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을 하였는데 지난 4월 26일 설명회 당시에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때에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비전을 위주로 설명했을 뿐이다.

이렇게 1차와 2차 설명회 간의 내용이 다르니 설명회를 두 번씩이나 참석한 저로서는 혼란이 생겼다.

또 기존 충남대학교 교수들의 실적을 비하하는 분위기의 설명은 상당히 불쾌하고 대학본부로서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남대학교와 한밭대학교의 교수 수준이 얼마 차이나지 않는다,

최근 충남대 교수의 실적이 낮은 편이지만 이런 식으로 대학본부가 공식 석상에서 이야기를 꺼내면 스스로를 비하하는 셈인 것 같아 재학생으로서도 기분이 나쁘다.

또 기존 재학생들에게 영향이 없을 것임을 계속 강조하는데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향후 우리가 졸업했을 때 “학교가 변해 있는데 어떻게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을 하고 싶다.

특히 대학본부 기획처 소속 교수가 충남대의 ‘통합 논의 필요성 공유를 위한 학내 설명회’ 의 2차 설명회가 끝나고 강당에서 퇴실하는 저의 어깨를 붙잡고 “제가 언제 저지를 했어요?” 라며 이야기를 시도하는 과정은 상당히 불쾌했다.

아무리 제가 학생이고 대학본부 관계자가 교수일지라도 학생을 위한 ‘통합 논의 필요성 공유를 위한 학내 설명회’라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물어보거나 해명을 했으면 “괜찮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