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명쾌한 삶

팔십 여 년 살아오는 동안 참 여러모로 복잡 다단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아마 기쁜 일과 골치 아픈 일이 뒤죽박죽 인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이젠 단순 명쾌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지난 15년 간 덕화만발 카페를 개설하면서 쓰기 시작한 저의 졸문(拙文) <덕화만발>을 정말 열정적으로 써왔습니다. 1주일에 다섯 번, 토, 일요일을 제외하고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오늘 현재 3,329번째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갑자기 기력이 떨어져 많이 힘이 듭니다. 아마 고심 끝에 카페지기도 허주 강영기 선생에게 무사히 넘겨 마음의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기운이 달려 이제는 매일 덕화만발을 쓰기에는 한계가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는 당분간 <월 · 수 · 금> 3회 씩 올리려 합니다. 그것도 힘이 들면 더 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덕화만발 가족 모든 분에게 사죄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여하튼 이제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본질적인 삶은 본래 단순 명쾌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놓고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둘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셋은, 되는 대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최상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사는 것입니다. 단순 명쾌하게 살면, 삶 또한 담박 해지고 순수해집니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면 복잡한 일들이 사라지고, 탐·진·치(貪瞋痴) 삼독심(三毒心)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생각이 복잡한 사람은 산만하고, 그런 만큼 삶 자체 또한 복잡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이 많은 사람은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본질적인 삶의 의미는 단순함에 있기에, 자신의 삶에 보다 만족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단순 명쾌합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또한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해 합니다. 좁은 골목길에서 차가 마주쳤습니다.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한동안 후진을 하다가 마주 보며 웃습니다.

길거리 좌판에 광주리를 놓은 할머니와 새댁이 실랑이를 합니다. “덤으로 주는 거니까 이거 더 가져가슈.” “할머니 괜찮아요. 제가 조금 덜 먹으면 되니까 놔두고 파세요.” 지나가던 행인들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번집니다.

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꽃을 받쳐주고 있는 푸른 잎이 있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에 별이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건, 하늘이 까맣게 물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이처럼 비우고 낮아질 때, 가까이 다가오며, 고요하고 아름답게 번져갑니다.

우리네 인생을 기독교에서는 ‘잠깐 있다 없어지는 안개’로, 불교에서는 ‘한 조각 뜬구름’으로 표현합니다.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인간의 삶이 그만큼 덧없고 허무한 것이라는 의미 아닌가요?

또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어찌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밉기도 하고 화나는 일도 억울한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길지 않습니다. 사람이 백 년을 살지도 못하면서 늘 천 년 만큼의 근심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과의 비교에서는 걱정거리는 많이 찾아옵니다. 도움도 안 되는 걱정거리는 털어버리는 것이 즐겁고 건강한 삶의 첫걸음입니다. 어려운 일도 좋은 일도 슬픈 일도 즐거운 일도 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입니다. 어떤 일도 시간을 당하는 것은 없습니다.

늙어서도 욕심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합니다. 행복이 성적 순이 아니듯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우리 원불교의 경전에 <휴양(休養)의 도>가 있습니다. 휴양의 도란 사람이 휴양기에 당하여는, 생사에 대한 일과 정신 통일이 가장 크고 긴요한 일임을 철저히 알아서 일상생활을 오직 수양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휴양의 도>

첫째,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기어이 보려 하지 말 것이요,

둘째, 귀에 들리지 않는 일을 기어이 들으려 하지 말 것이요,

셋째, 나에게 관계없는 일을 기어이 간섭하지 말 것이요,

넷째, 의식 용도를 자녀에게 맡긴 후, 대우에 마음을 두지 말 것이요,

다섯째, 젊은 시절에 지내던 일을 생각하여 한탄하지 말 것이요,

여섯째, 재산이나 자녀나 그 밖의 일에 착 심(着心)을 두지 말 것이요,

일곱째, 원망스럽고 섭섭한 생각이 있으면 다 없앨 것이요,

여덟째, 과거에 대한 시비에 끌리지 말 것이요,

아홉째, 염불과 좌선 공부를 더욱 부지런히 할 것이요,

열번째, 무시선(無時禪) 무처선(無處禪) 공부에 노력할 것이니라.

어떻습니까? 이제는 이 ‘휴양의 도’를 연마하며 여생을 단순 명쾌하게 살고 싶은 것이 저의 열망(熱望)입니다. 그간 써 온 덕화만발을 주 3회로 줄이려는 저의 고충을 우리 도반(道伴) 동지들께서 많은 이해가 있으시면 제 마음이 한결 편하겠네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7월 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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