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강제투표' 조항 파문, 양문석 "박근혜 창조경제도 아니고 아주 뛰어난 창의력"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4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8월 28일 전당대회 룰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당내 개혁을 원하는 당원·지지층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당내 '계파-줄세우기' 정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중앙위원회와 대의원의 권한을 전혀 내려놓지 않고,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반복하겠다는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서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 개혁파인 정청래 의원은 4일 밤 유튜브 시사방송 '새날(새가 날아든다)'에 출연해 비대위가 결정한 룰에 대해 "근현대사 100년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투표방식"이라고 질타했다.

정청래 의원은 비대위를 향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만명 뽑아놓고 대통령 뽑는 거랑 뭐가 다르냐"라고 일갈했다. 즉 박정희 유신독재정권과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당시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소수의 대의원 투표만으로 선출했던 일에 비유한 것이다. 사진=KTV 방송영상 중
정청래 의원은 비대위를 향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만명 뽑아놓고 대통령 뽑는 거랑 뭐가 다르냐"라고 일갈했다. 즉 박정희 유신독재정권과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당시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소수의 대의원 투표만으로 선출했던 일에 비유한 것이다. 사진=KTV 방송영상 중

앞서 정당혁신위원회(위원장 장경태)가 발표한 혁신안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를 거치며 대폭 후퇴했는데, 우상호 비대위를 거치며 사실상 변경하나마나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당초 혁신위는 당대표·최고위원 예비경선시 '중앙위원회 50%, 권리당원 50%'를 요청한 것이었으나 전준위를 거치며 '중앙위원회 70%+여론조사 30%'로 대폭 후퇴했고, 비대위는 아예 기존 '중앙위원회 100%' 단독 결정으로 되돌려놓았다. 

이를 두고 정청래 의원은 비대위를 향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만명 뽑아놓고 대통령 뽑는 거랑 뭐가 다르냐"라고 일갈했다. 즉 박정희 유신독재정권과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당시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소수의 대의원 투표만으로 선출했던 일에 비유한 것이다. 

비대위를 거치며 이른바 '권역별 강제투표' 안이 포함된 것도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해당 안에 따르면 권역을 수도권, 영남권, 충청·강원, 호남·제주 4개로 나눈 다음, 권리당원이 행사할 2표 중 1표는 강제로 본인의 권역 내 출마한 후보에게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 입장에선 상당히 불리한 룰이며, 반면 당원수는 많은데 인구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호남 지역 후보 입장에선 크게 유리하다. 

이에 정청래 의원은 "이건 비판할 수 없을 정도로 웃음만 나온다"며 "(지역구가 없는)비례대표가 출마하면 어떡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2표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한 표 찍고, 그 다음 좋아하는 사람 찍고 전략투표할 수 있잖나"라며 "그런데 한 표를 의무적으로 고향 사람 찍으라는 거 아니냐. 근현대사 100년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투표방식"이라고 짚었다.

4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8월 28일 전당대회 룰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당내 개혁을 원하는 당원·지지층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당내 '계파-줄세우기' 정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중앙위원회와 대의원의 권한을 전혀 내려놓지 않고,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반복하겠다는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서다. 사진=연합뉴스
4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8월 28일 전당대회 룰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당내 개혁을 원하는 당원·지지층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당내 '계파-줄세우기' 정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중앙위원회와 대의원의 권한을 전혀 내려놓지 않고,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반복하겠다는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서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의원은 "우리 당이 한 때 시도당 위원장이 돌아가면서 최고위원한 적이 있다"며 "차라리 최고위원 투표하지 말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권역별 강제투표를 할 경우 그 권역에 속한 후보자들은 서로 누가 나갈지 협의할 수밖에 없기에, 결국 '계파 나눠먹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함께 출연한 양문석 전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박근혜 창조경제도 아니고 아주 뛰어난 창의력을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경상남도 민주당 16개 지역위원회 권리당원 수는 3만명을 살짝 넘고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 지역구의 권리당원 수는 1만3천명이라고 한다. 그러면 마포구와 경상남도의 권리당원 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문석 전 후보는 "어디서 이런 상상력을 발휘했는지, 말 그대로 밀실야합거래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족보에도 없고 이러한 전례나 사례가 있었나"라며 "이건 명분도 레퍼런스도 없다"고 질타했다.

또 권리당원의 본선투표 반영비율을 기존 40%로 유지하고 대의원 투표비율을 3분의 1만 줄인 것(45%→30%)도 기존 혁신안에 비해 후퇴한 것이다. 당초 혁신위는 대의원표 반영비율을 45%→20%로 줄이고 권리당원은 40%→45%로, 여론조사는 10%→30%로 늘리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전준위·비대위는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여론조사 25%' 안으로 받았다.

양문석 전 후보는 "(대의원)30%라는 개념이 족보에 없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수치냐"라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속도레인징(속도조절) 위해 20%라는 장경태 안이 있었는데 30% 안은 무엇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개딸(개혁의딸)·양아들(양심의아들) 현상이 일어났고, 주위에 '밭갈이'까지 자발적으로 하는 열혈 지지층이 생겼음에도 정작 민주당의 기득권들은 이들을 담아낼 그릇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사진=고승은 기자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개딸(개혁의딸)·냥아들(양심의아들) 현상이 일어났고, 주위에 '밭갈이'까지 자발적으로 하는 열혈 지지층이 생겼음에도 정작 민주당의 기득권들은 이들을 담아낼 그릇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사진=고승은 기자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현근택 변호사가 계산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 1표 가치가 권리당원 49표와 맞먹었는데, 이번 8월 전당대회에선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57표와 맞먹는다. 즉 권리당원이 대폭 증가했음에도 그에 맞는 비율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도리어 더 불공정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준위·비대위는 대선 직후 '민주당을 개혁하자' '민주당은 할 수 있다'고 외치며 민주당에 들어온 수십만 신규당원들에겐 8월 전당대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개딸(개혁의딸)·냥아들(양심의아들) 현상이 일어났고, 주위에 '밭갈이'까지 자발적으로 하는 열혈 지지층이 생겼음에도, 정작 민주당의 기득권들은 이들을 담아낼 그릇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도리어 당원 수가 증가하는 것을 그들 입장에선 상당히 꺼려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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