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공통점은 현행 대통령제→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이들은 왜 '민의' 반영하지 못할까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은 17일 제헌절 축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개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라며 개헌 화두를 꺼내들었다. 이는 전임인 정세균·문희상·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과거 제헌절 축사와도 결을 같이 한다. 제헌절의 의미란 '헌법 수호'와 함께 '준법 정신'을 높이기 위함인데, 이들은 그것이 아닌 '개헌'만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들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현행 5년 단임제인 대통령제를 '의원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로 바꾸겠다는 의도가 짙게 드러난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7일 제헌절 축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개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라며 개헌 화두를 꺼내들었다. 이는 전임인 정세균·문희상·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과거 제헌절 축사와도 결을 같이 한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은 17일 제헌절 축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개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라며 개헌 화두를 꺼내들었다. 이는 전임인 정세균·문희상·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과거 제헌절 축사와도 결을 같이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16년 제헌절 축사에서 "3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현행 헌법은 '철 지난 옷'처럼 사회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여야 지도부가 국가개조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늦어도 70주년 제헌절 이전에는 새로운 헌법이 공포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개헌을 언급한 바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당시 축사에서 개헌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개헌 방향은 '이원집정부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가진 지난해 6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개헌 방안으로 거론한 뒤, "대통령의 권한도 분산돼야 한다. 대통령은 외교, 안보, 국방 중심으로 외치를 책임지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가 내치에 좀 더 책임지는 시대를 열어가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즉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맡자는 것으로 그의 구상은 '이원집정부제'라는 것이 확인된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지난 2019년 제헌절 축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의 일기 속에 '오랫동안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해왔지만,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라며 "이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촛불민심에 아직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전부 아니면 전무인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역시 개헌을 강조했다. 즉 그가 강조하는 개헌도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도 지난해 제헌절 축사에서 “현행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구제는 한 표라도 더 많으면 모두 다 가져가는 구조"라며 "역대 대통령이 왜 불행했는지도 냉철히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권력 집중이 낳은 정치폐해를 이젠 청산하자"라고 역시 개헌을 강조했다.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모두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총리'의 권한이 막강해진다. 최소한 국가내치를 총리가 담당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총리 자리에는 당내 계파 수장 혹은 정치적 입장이 모호한 다선 정치인이 앉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건배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모두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총리'의 권한이 막강해진다. 최소한 국가내치를 총리가 담당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총리 자리에는 당내 계파 수장 혹은 정치적 입장이 모호한 다선 정치인이 앉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건배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타협과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어내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격변의 세계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국민통합이 절실하다"며 "국민통합은 권력분산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나누면 더 커지는 정치를 하자.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즉 그가 강조한 것도 '현행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김진표 현 국회의장도 이번 제헌절 경축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개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는 이미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에 진입했다. 5년 임기인 한 정권, 한 정당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라며 역시 개헌 문제를 꺼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는 누가 여당이 되고, 누가 야당이 돼도 갈등을 되풀이할 수 없다. 권력 분산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뛰어난 한 사람의 지도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협력의 힘으로 운영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의장이 강조한 내용도 역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여야가 협력해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으로, 역시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를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전현직 국회의장 4인 모두가 입을 모아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강조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동의할 시민들은 드물다. 시민들은 신뢰도가 낮은 국회에 권한을 나눠주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 환영받지 못할 만한 발언들을 계속 반복하는 셈이다.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모두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총리'의 권한이 막강해진다. 최소한 국가 내치를 총리가 담당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총리 자리에는 당내 계파 수장 혹은 정치적 입장이 모호한 다선 정치인이 앉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현재 국회의장 자리는 당원과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아닌, 국회 다수 정당의 다선·고령 국회의원에게 '관행'처럼 주어지고 있어 대중정치보다 '여의도 정치'에 익숙한 이들이 선출된다. 시민들로부터 지지 받는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개혁'이 아닌 '여야협치'만을 강조하곤 한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회의장 자리는 당원과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아닌, 국회 다수 정당의 다선·고령 국회의원에게 '관행'처럼 주어지고 있어 대중정치보다 '여의도 정치'에 익숙한 이들이 선출된다. 시민들로부터 지지 받는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개혁'이 아닌 '여야협치'만을 강조하곤 한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회의원들이 선호하는 정치인과 시민들이 선호하는 정치인 간 괴리감은 상당히 크다. 그러한 국회의원들 사이의 '수장' 격이 국정을 담당할 경우 시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일본의 사례가 즉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시민들의 민의와는 먼 발언들을 줄곧 하고 있는 셈이며. '헌법수호'가 아닌 '개헌'만을 강조하면서 '제헌절'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것이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현행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현재 국회의장 자리는 당원과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아닌, 국회 다수 정당의 다선·고령 국회의원에게 '관행'처럼 주어지고 있어 대중정치보다 '여의도 정치'에 익숙한 이들이 선출된다. 이들은 시민들로부터 지지 받는 정치인 상과는 거리가 멀며, 공통적으로 '사회개혁'이 아닌 '여야협치'만을 강조하곤 한다. 국회의장이 이처럼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깨기 위해선, 시민들이 직접 국회의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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