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근 재미 변호사 '명예훼손' 출간… 사실 공개했는데 왜 '형사처벌'?

[서울 =뉴스프리존]김예원 기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가 형벌권의 남용입니다."

사법시험 30회(1988년) 합격 후, 국내 변호사 10년, 미국 변호사(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 D.C. 3개주) 16년 경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미 김원근 변호사가 정주명 변호사와 함께 쓴 저서 '명예훼손'이 지난 15일 박영사에서 출간됐다.

비록 국내 변호사 10년의 경력이 있지만, 현재는 미국 변호사로 활동중인 저자가 굳이 국내 법 체계의 '명예훼손'을 거론하며 힘든 공력을 쏟아부어 650여쪽에 달하는 두꺼운 전문서적을 펴낸 이유는 뭘까?

저자는 서문에서 "명예훼손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법률분야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명예훼손과 관련된 많은 케이스들의 피해자들이 법원이 아닌 수사기관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라고 생각의 단초를 풀어놓는다.

이어서, "또한 2020년도에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된 형법규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법이 너무 많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술회했다.

사실이든 거짓이든 명예를 훼손하면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명예훼손은 사실적시에(진실한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307조 제1항)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307조 제2항) 크게 둘로 나눈다. 여기에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다양한 개별 유형이 추가로 분화된다.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307조 제1항)의 경우 제 310조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위법성 조각의 단서가 붙어 있기도 하다.

얼핏 보면 잘 짜여진 법 체계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적어도 두가지 이상의 큰 함정이 있다.

첫째는, 공공이 반드시 알 필요가 있는 중요한 진실을 위험 또는 손실을 감수해 가며 알렸는데 왜 범죄인으로 처벌을 받느냐는 의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상대방이 공적 지위에 있는 경우와 개인간의 분쟁(프라이버시 보호)은 달리 취급된다.

저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가 형벌권의 남용입니다. 형법의 기본원리에도 반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관련 형법규정을 없애야 합니다. 특히 공인에 대한 혹은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는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하면 안됩니다."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두번째는, 수사기관을 통한 분쟁 해결은 민사적 다툼에 비해 훨씬 두려운 물적, 심적 고통과 절차의 강제성을 수반하는데 명예훼손을 형사문제화 하면 얼마든지 사적 복수의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은 괘씸죄로 괴롭히기에 딱 좋은 형벌 규정이다. 실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명예훼손으로 걸어 놓으면 사실을 공개한 당사자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 불려가 준 범죄인 취급을 받으며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이라는 내용이 입증을 거쳐 확정될 때 까지, 엄청난 물리적, 심적 고통을 겪게된다. 

특히, 언론보도에서 100%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직접 당사자도 기억이 흐려지면 잘못된 주장을 할 수 있는데, 하물며 이를 듣거나 추적하여 보도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100% 있는 사실 그대로를 기록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제 307조 제1항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구제 조항인 제 310조의 '진실한 사실로서'라는 표현에서 벌써 함정의 여지가 나오게 된다. 실제 사실을 공개했음에도 그 중의 일부 표현이나 추상적 태도를 허위의 사실로 문제 삼아 고소, 고발하고 처벌 받게하는 악의적 공격이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나라에는 수사기관을 통하여 명예훼손 관련 분쟁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아주 뚜렷한데 이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헌법가치가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형사사법권의 남용이며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라며 현행 명예훼손 체계에 대한 근원적 문제 제기와 함께 개선책 마련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하 김원근·정주명 공저 '명예훼손'의 서문과 목차, 저자소개를 전재한다. (원문 출처 = 박영사)
이하 김원근·정주명 공저 '명예훼손'의 서문과 목차, 저자소개를 전재한다. (원문 출처 = 박영사)

서문(초판발행 2022.07.15)
명예훼손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법률분야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명예훼손과 관련된 많은 케이스들의 피해자들이 법원이 아닌 수사기관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2020년도에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된 형법규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법이 너무 많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하여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합니다. 미국에서도 명예훼손과 관련된 형법규정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형법규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가 형벌권의 남용입니다. 형법의 기본원리에도 반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관련 형법규정을 없애야 합니다. 공인에 대한 혹은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도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따라서 형사처벌은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수사기관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아주 뚜렷한데 이는 명예훼손 관련 법률분쟁을 법원에서 해결하는 미국의 제도와는 완전히 상반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형사처벌하는 것을 합헌이라고 인정하는 등 형사처벌 법률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한 우리나라의 재판제도에서 (미국식의)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를 법원에서 증거로 사용하려는 목적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미국에서는 사실상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사 손해배상책임 위주로 실무가 이루어지고 있고 따라서 관련된 판결례가 많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케이스의 발전은 공인 대 언론의 분쟁에서 시작되었는데 점차 개인 대 개인 간의 분쟁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명예훼손과 관련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중요 케이스들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각 이슈별로 발전된 법리들을 중심으로 연방 법원뿐만 아니라 각 주법원의 대표적인 케이스들을 정리해서 독자님들이 이해하시기 편하도록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명예훼손과 관련된 (미국법원의) 증거조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론사와 기자는 어느 범위까지 증거를 공개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케이스들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러한 증거조사가 법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면 수사기관에 분쟁해결을 호소하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발언의 내용이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명예훼손의 법리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공인이고 공적인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에 비례하여 국민들의 알권리가 더 많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명예훼손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범위가 좁습니다. 하지만 개인간의 분쟁이고 문제가 된 발언이 언론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될 만한 가치가 적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명예훼손법에서 보호되는 범위가 더 넓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원근 변호사

목차

CHAPTER 1 미국 명예훼손 핵심 케이스
A.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연방 대법원, 376 U.S. 254, 1964) 3
B. Curtis Publishing Co. v. Butts (연방 대법원, 388 U.S. 130, 1967)   19
C. St. Amant v. Thompson (연방 대법원, 390 U.S. 727, 1968)   32
D. Rosenbloom v. Metromedia, Inc. (연방 대법원, 403 U.S. 29, 1971)   39
E. Gertz v. Robert Welch, Inc. (연방 대법원, 418 U.S. 323, 1974)   53
F. Herbert v. Lando (연방 대법원, 441 U.S. 153, 1979)   71

CHAPTER 2 주제별 미국 명예훼손 케이스
A. 실질적 악의 (Actual Malice)   83
B. 형사처벌 (Criminal Defamation)   132
C. 편집권과 증거조사 (Editorial Privilege)   196
D. 손해배상 (Damage)   232
E. 익명의 악플   254
F. 공직자 (Public Official & Public Conduct)   298
G. 공인 (Public Figure & Public Concern)   320
H. 공적인 관심사 (Public Concern)   392
I. 암묵적 명예훼손 (Defamation by Implication)   399
J. 연예산업 명예훼손 (Entertainment Defamation)   416
K. 비즈니스 명예훼손 (Business Defamation)   437
L. 방어방법 (Defense)   494
M. 입증책임 (Burden of Proof)   558
N. 입법론 (Code Section in Virginia)   570

부록 미국법원의 증거조사 실무   577
부록 미국 법률용어 해설   616
부록 Case Index   626

저자소개

김원근 한국 및 미국 변호사

[주요경력, 자격 및 학력]
•현재 미국의 3개주 변호사(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워싱턴 D.C. 변호사)
•워싱턴 D.C. 변호사 자격 취득(03/2017)
•메릴랜드주 변호사 시험 합격 및 자격 취득(04/2014)
•버지니아주 변호사 시험 합격 및 자격 취득(10/2006)
•American University, Washington College of Law 상사중재과정 과정 수료(2014)
•American University, Washington College of Law, LL.M. 법학석사 졸업 (2005)
•대한민국 변호사(1993-2003) 10년 경력
•Law firm ‘Digital’, 성남시 소재(대표 장영하 변호사)
•대한민국 1998년부터 2003년까지 Partner 변호사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약 1,000여건 소송사건 처리함
•대한민국 사법연수원 제22기(1993년 수료)
•대한민국 사법시험 30회 합격(1988년)
•단국대 법대 법학사 졸업(1985)
•전주고등학교 졸업(1981)
•익산 남중학교 졸업(1978)
•Weon G Kim Law Office
•8200 Greensboro Dr Suite 900 McLean VA 22102 (2007년 1월 - 현재)

저서: 실제 사례로 알아보는 최신 미국 이민법, 미국비자 총람(2021)

정주명 미국 변호사

[주요경력, 자격 및 학력]
•워싱턴 D.C. 변호사 시험 합격 및 자격 취득(04/2019)
•WK Law Group, PC (2022-현재)
•Law Office of Won Jong Lee, P.C.(2016-2020)
•Fordham University School of Law LL.M. 법학석사 졸업(2016)
•(주)이롬 법무팀(2008-2014)
•한동대학교 법학부 졸업(2008)

공저: 실제 사례로 알아보는 최신 미국 이민법, 미국비자 총람(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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