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을 일구듯 바탕작업...수행적 고통 감내
8월 6일까지 예화랑 개인전서 신작 선보여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나는 땅에 씨앗을 뿌려 곡식을 거두듯 캔버스에 색을 뿌려 빛을 거두고 있다”

빛을 화두로 작업하는 중견작가 박현주의 신작 전시 ‘INTO Light’전이 8월6일까지 예화랑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그녀가 선보였던 반입체작업에서 벗어나 캔버스 평면 작업 ‘빛, 그림’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다.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 작업이라고 말하는 박현주 작가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 작업이라고 말하는 박현주 작가

일본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현주는 화지(畵地)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어휘를 그의 신작에서 ‘바탕(Ba-tang)’이라는 새로운 표현으로 자신의 작품세계에서 개념화했다.

‘바탕(Ba-tang)’은 그녀의 작업에 있어서 철저한 밑작업의 시작이자 작업 완성의 끝을 보여주는 그만의 작가적 고집이다. 제소(gesso)가 칠해진 기성 캔버스 대신 생아사천에 토끼 아교로 초벌 칠을 하고, 탄산칼슘(호분, 대리석 등의 백색 안료)과 티타늄 화이트 그리고 중탕 가열한 토끼 아교 용액을 섞어 직접 만든 제소 용액으로 바탕 작업을 한다. 토양을 가꾸는 모습이다.

“몇 해 전부터 작은 텃밭 가꾸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겨우내 잠들었던 땅을 뒤집어서 밭갈이를 하고,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물을 준다. 파릇파릇한 싹들이 얼굴을 내미는 순간 자연의 경이로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텃밭 가꾸는 일이 자연스럽게 작업 과정과 닮아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땅, 토양, 흙을 의미하는 ‘ground’라는 단어는 회화 재료학 용어로 그림의 바탕지라 하겠다. 물과 양분, 그리고 햇빛을 흡수하여 생명체를 움트게 하는 자연의 섭리가 그렇듯이, 나는 백색 ground 위에 씨를 뿌리고, 가꾸면서, 열매가 맺히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예민한 대지위로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쌓여가는 숨결과 흔적들을 지켜보게 된다”

박 작가는 비옥한 토양처럼 기초를 다진 바탕에 검정 안료로 어두운 유색 바탕지을 만든 후, 안료와 여러 미디움을 혼합한 물감으로 점차적으로 밝은 색을 올려 나가는 방식으로 반복작업을 한다. 색을 가꿔 빛을 추수하는 것이다. 은근히 빛이 스며나오는 듯한 아우라가 그의 작품의 매력이다.

“반 입체 형식의 회화적 오브제 작업들이 빛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평면 캔버스 작업들은 시간의 흔적들이 쌓여가면서 만들어지는 빛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회광반조(廻光返照)라는 불교 용어를 좋아한다.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는 뜻이다. 불교의 선종에서 언어나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마음속의 영성을 직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시 온전한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매 순간 매일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행위와 삶을 돌아 비추어보라는 가르침이다. 내 자신을 늘 바탕지 위에 올려다 놓는 시간이 나의 작업과정이라 생각한다” 

그에게 빛은 내면으로 향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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