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홍콩 3-0 완승 거둔 벤투호 마지막 남은 미션에 집중하라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하 벤투호)은 24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2차전 경기에서 홍콩을 3-0으로 완파 2연승을 질주했다. 사실 경기전 화두는 벤투호가 개막전(19일) 일본에 6골 차 참패를 당한 홍콩에게 몇 골차 승리를 거두느냐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파격적인 로테이션으로 그 관심사는 무의미 해졌다.

한국과 홍콩의 공통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국 프로축구 리그 주축으로 팀을 구성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에 K리그는 11년째 아시아 NO1을 고수하고 있고, 반면 홍콩은 145위에 자국 프리미어리그는 아시아권 최약체 수준이었다. 결국 이 같은 지표는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한국의 완승으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번 동아시안컵 벤투호 특징 중 하나는 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벤투 감독의 과감한 변화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4년여 동안 선호하는 선수만 선발하고 기용하는 지도 철학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는 평소와 달리 신예들을 대거 발탁했고, 이들을 경기에 직접 기용하며 A매치 데뷔전을 경험하도록 하는 변화된 지도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전도 그 예외는 아니어서 송범근(26.전북 현대), 이재익(23.서울 이랜드), 박지수(28.김천 상무), 김동현(25.강원 FC), 이기혁(22.수원 FC), 김진규(25.전북 현대), 송민규(23.전북 현대), 강성진(19.FC 서울), 조영욱(23. FC 서울) 등이 경기에 출전하는 기회를 부여 받았다.

경기에서의 변화 모색에 첫 번째 카드는 젊은 영건은 물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던 선수의 출전 기회 부여다. 이들의 출전은 전술, 전략적으로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부족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경기 출전에 대한 강한 욕구에서 비롯되는 투쟁심과 많은 활동량은, 곧 경기 분위기와 흐름을 유리하게 작용시킬 수 있어 팀 전체적으로 가져다주는 영향력은 크다. 이는 한편으로 상대방에게는 대응, 대처 수단의 미흡을 초래시킬 수 있어, 이번 동아시안컵에서의 벤투 감독 지도 철학 변화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대표팀은 시리아전을 승리함으로써 월드컵 10회 연속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상대적 약체와의 대전이라는 점에서 본선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자아낸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은 본선무대에서 통할까?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대표팀은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숙명의 한일전만 남겨놓았다. 벤투호는 지난해 3월 '요코하마 참사'를 설욕해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결과적으로 홍콩전 대승은 이런 지도 철학 변화에 의한 결과물로 평가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180Cm 중후반 신장의 우위와 파워를 갖춘 홍콩을 상대로 공략 해법을 찾는데 아쉬움이 있었다는 점은 '옥에 티'다. 이점은 2022 카타르 FIFA월드컵을 약 4개월 앞두고 있는, 벤투호에게는 작전 스크랩에 빠져서는 안될 체크리스트다. 벤투호에게 이번 동아시안컵은 대회 4연속 우승은 물론 실험과 신예 발탁의 의미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비록 기량이 떨어지는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젊은 영건들의 뛰어난 활약상은 벤투호를 떠나 K리그와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 이어 홍콩전 완승으로 벤투호는 승리와 신인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결과물을 얻었다. 사실 벤투호 출범 4년 동안 상대적으로 상대가 약체이긴 했지만 이번 동아시안컵과 같은 순항을 한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현재의 벤투호 분위기와 신예 선수들의 자신감은 충만되어 있다.

이에 벤투에게 마지막 남은 미션은 대회 최종일(27일) 일본과의 한판 승부다. 일본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U-23세 이하 새내기 들로 구성된 팀이지만, 중국, 홍콩과는 비교되지 않는 선수 기량을 갖추고 있다. 늘 그렇듯 한·일전은 선수 기량 및 전술, 전략으로 승·패가 갈리기보다 운명이라는 경기가 갖는 의미 때문에 정신력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방심은 금물이다. 따라서 벤투 감독은 중국, 홍콩전 완승의 기폭제가 됐던 지도 철학 변화 지도력에 응집력을 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벤투 감독에게 두 경기 연속 3-0 승리는, 그동안 제기 됐던 지도 철학에 의한 지도력 비난을 쇄신시키는 승리로서 만족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0-3이라는 스코어를 되새겨 보며 한·일전 선수들과 같은 필승 의지와 응집된 지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는 바로 지난해 3월 일본에게 당한 악몽의 '요코하마 참사'를 지휘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번 동아시안컵 벤투호의 모든 결과물은 실패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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