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김예원 기자= 고물가 시대에 등장한 신조어 스티커 쇼크가 방역 조치 완화와 더불어 지난달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국내 소비가 24년여 만에 4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생산과 투자는 두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 아직은 경기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스티커 쇼크’가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 심리를 압도하고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물가 상승이 급격한 속도를 가지면서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냉각이 진행 중”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통화 긴축 등을 고려하면 전망은 밝지 않다.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 경기 둔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으로 수출 타격도 우려된다.

◇ 재화 소비 0.9%↓…통계청 "서비스 소비 호조라 전체 소비는 회복세"

29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18.3(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9% 줄었다.

소비 감소는 3월(-0.7%), 4월(-0.3%), 5월(-0.2%)에 이어 넉달째 이어졌다. 소비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24년 5개월 만이다.

2월에는 보합, 1월에는 2.0% 감소였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 부진은 넉달보다 더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2.3% 줄었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강우 일수 증가의 영향으로 야외 스포츠용품을 비롯한 준내구재(-0.9%)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3%) 판매도 일제히 감소했다.

물가 상승·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이른 무더위와 잦은 비 등 날씨 요인, 화물연대 파업 등이 소비 감소에 복합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내구재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차량 인도 지연, 준내구재는 강수일수 증가 등으로 인한 외부활동 제약, 비내구재는 물가 상승과 방역 안정 영향 등으로 각각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통계청은 숙박·음식점업 등 대표적인 소비자 서비스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소비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봤다.

산업활동동향의 소매판매액지수는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으로 의약품과 가정 내 식료품 등 재화 소비가 줄어든 대신 외식 등 서비스 소비는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소비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소비심리 위축, 4개월 연속 감소' =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6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2.7.29
'소비심리 위축, 4개월 연속 감소' =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6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2.7.29

◇ 생산·투자는 두달째 증가…정부는 경기 회복흐름 지속 판단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7.9(2015년=100)로 전월보다 0.6% 높아졌다.

전산업 생산은 4월(-0.9%) 감소에서 5월(0.8%) 증가로 전환한 뒤 6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제조업이 지난해 12월(3.5%) 이후 최대폭인 1.8% 늘어 전산업 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가 완화하면서 반도체(4.2%), 자동차(7.4%) 등의 생산이 특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등 전자 부품 생산은 주요 업체의 생산 중단과 스마트폰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14.4%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도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5.6% 늘었다.

지난 3∼5월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온 서비스업은 감소세로 돌아서 0.3% 줄어들었다.

특히 도소매(-1.6%)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가 줄면서 생산이 꺾였다.

폭염의 여파로 예술·스포츠·여가(-4.9%) 생산도 감소했고, 숙박·음식점(1.7%)도 증가 폭이 전월보다 둔화했다.

지출 측면에서는 설비투자가 4.1% 증가했다.

공급망 차질로 밀렸던 반도체 장비들이 일부 들어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건설기성은 앞선 파업 등에 따른 시멘트 수급 문제로 2.0% 감소했다.

생산과 투자가 나란히 두달째 증가해, 정부는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경기가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판단했다.

산업활동 생산ㆍ투자 증가, 소비 감소
산업활동 생산ㆍ투자 증가, 소비 감소

◇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심리 둔화 현실화…수출 타격도 우려

그러나 향후 경기는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기재부는 "2분기 전체적으로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을 합친 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성장둔화 등 해외발(發)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로 전월보다 0.2포인트(p) 올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보합이었다.

5월 0.1포인트 상승했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다시 전월대비 보합으로 돌아선 것은 경제심리가 다소 부정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고금리·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재화 소비를 중심으로 한 소비심리 둔화는 4개월 연속 소매판매액지수 감소로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연준의 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고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를 기록하며 침체 공포를 키우면서 한국 수출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향후 수출증가세 제약 소지, 제조업 재고 증가 등이 생산 회복 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소비·투자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지속, 가계·기업심리 위축 등이 불안요인으로 잠재한다"고 진단했다.

1,3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과 고금리·고물가 등 ‘삼면초가’ 경기 상황은 기업에게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고, 물가 대응 총력전에 나선 정부도 유류세 인하율 확대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책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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