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부담을 덜어냄에 따라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연임 도전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달 22일, 서울고등법원은 손태승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금감원이 손태승 회장의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하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즉, 2심도 징계 처분을 취소하는데 손을 들어 준 것이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DLF 출시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며 지난 2020년 1월 우리은행에 제재를 가하면서 당시 은행장이던 손 회장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후 금감원이 8월 11일,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다시 손 회장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어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에서 터진 잇단 사고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 법적 제재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비치면서 금감원도 결국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CEO) 등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한 추궁이 전혀 안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정상적인 운영이 안 되고 경영자들이 소극적으로 금융기관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11일 금감원 이준수 부원장의 발언도 재조명 되고 있다. 이 부원장은 당시 "대법원 판단을 통해 내부통제 관련 법리를 명확하게 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선고 이후에는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더욱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상고 이유를 밝혔는데, 이는 상고가 승소가 목적이 아니라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 사고 책임소재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을 목적으로 '금융권 내부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사진=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사진=우리은행)

이 같은 상황에서 17일, 우리금융그룹은 '취약계층 지원'을 내세우며 향후 3년간 23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 사업은 물론, 그룹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직접 지원 사업도 병행하는 '상생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손태승 회장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전 그룹사가 동참해 달라는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다.

손태승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직접 챙겨 사회적 책임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으로서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서민과 취약계층이 다시 일어서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국가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향후 정부 정책에도 적극 협력해 그룹 차원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총력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생금융 프로젝트'는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개 그룹사가 우선적으로 참여하며, 부문에 약 1조 7000억 원을 투입해 '저신용 성실상환자 대상 대출원금 감면' 제도를 비롯한 취약차주 대상 금리 우대 및 수수료 면제 등을 지원하는 '취약계층 부담 완화', 17조 2000억 원 규모로 청년 주거안정을 위한 대출 지원과 청년사업가 재기 프로그램, 소상공인 안정자금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는 '청년·소상공인 자금 지원',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의 상품을 3조 5000억 원 규모로 확대 운영하는 '서민금융 확대' 등으로 이뤄졌다.

이밖에 취약계층 및 지역사회에 기부금을 지원하는 등 향후 3년간 5000억 원 규모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측은 2심 판결 발표 이후 한 언론사를 통해 "이제는 복합위기 상황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협조로 금융산업의 신뢰회복과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도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종종 대법원 판결을 통해 명확한 기준을 잡으려 하는 경우가 있는데, 1, 2심의 연이은 패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대법원에 상소를 한 것 역시도 이 같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승소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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