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연심(風憐心)이란 말이 있습니다.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마음이 무엇이길래 바람까지도 부러워할까요? ‘마음’을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첫째, 사람의 지식·감정·의지의 움직임. 그 근원이 되는 정신적 상태.

둘째, 시비, 선악을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정신 활동. 또는 사려분별.

셋째, 속에 품는 생각. 본심(本心).

참으로 마음의 뜻을 말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풍연심이란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장자(莊子)》<추수편(秋水編)>에 원문이 나옵니다.

「夔憐蚿 蚿憐蛇 蛇憐風 風憐目 目憐心 心憐夔

(기연현, 현연사, 사연풍, 풍연목, 목연심, 심연기)」

옛날 전설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이 있었습니다. 이 기(夔)라는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어 발이 100여 개나 되는 지네(蚿)를 몹시 부러워하였습니다. 그 지네도 가장 부러워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발이 없는 뱀(蛇)이었습니다. 발이 없어도 잘 가니 까요.

이런 뱀도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風)을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냥 가고 싶은 대로 어디든지 싱싱 불어 가는 바람이기에 말입니다. 바람에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目)을 부러워했지요. 눈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心)을 부러워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물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습니까? 마음은 의외로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전설 상 동물인 외 발 달린 기(夔)”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어쩌면 서로 서로 부러워하는지 모릅니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상대적으로 가진 상대를 부러워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것을 모르는 채 말입니다.

세상이 힘든 것은, 부러움 때문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지위와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면서 늘 자신을 자책하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부러워하고, 부자는 권력을 부러워하며, 권력자는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화목한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결국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나’입니다. 슬픔의 땅, 팔레스타인에는 2개의 바다가 있습니다. 하나는 갈릴리 해이고, 하나는 사해 입니다.

똑같이 요단강에서 흘러 들어가는 바다인데 갈릴리 해는 물이 맑고, 고기도 많습니다. 강가엔 나무가 자라고, 새들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생명의 바다입니다. 그런데 사해는 더럽고 바다에 염분이 너무 많아 고기도 살 수 없습니다. 새들도 오지 않고 어떠한 생물도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이지요.

똑같은 요단강 물줄기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갈릴리 바다와 사해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왜 하나는 생명이 숨 쉬는 바다가 되고, 하나는 이름 그대로 죽음의 바다가 되었을까요? 요단강 때문도 아니고, 토양 때문도 아니며, 기후 때문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다른 것에 있었습니다.

갈릴리 해는 강물을 받아들여도 그것을 가두어 두지 않습니다. 한 방울이 흘러 들어오면 반드시 한 방울을 흘려보냅니다. 주는 것과 받는 것이, 똑같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반면, 사해는 들어온 강물을 절대 내어 놓지 않습니다. 한 방울이라도 들어오면 자신의 것이라고 그것을 가둬버리고, 한 방울의 물도 내놓지 않습니다.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바다와 죽은 바다는 받은 만큼 주느냐 아니면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것이냐 차이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사해가 될 수도 있고, 갈릴리 바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족할 것 없이 한없이 살고 싶었던 중국의 진시황도, 영원한 소녀의 이미지를 자랑한 오드리 햅번도, 세계 주먹을 제패하고 한 시대를 풍미하던 미국의 흑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돈이라면 부족할 것 없는 스티브 잡스도, 영원할 것 같았던 북한의 김일성도, 재물과 명예를 다 가진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도, 한껏 웃겨주던 코미디의 배삼룡도, 한 번도 돌아온 적이 없는 인생 왕복 열차를 못 탔습니다.

우리 아낌없이 주는 것입니다.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이 없이 길이 길이 돌고 도는 것입니다.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되며,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만고에 변함없는 상도(常道)이지요.

그러므로 남 부러워할 것 없습니다. 내가 우주의 주인공입니다. 욕심 껏 움켜 잡아봐도 한여름 밤의 꿈입니다. 무조건 베푸는 것입니다. 자기의 형편대로 정신, 육신, 물질 삼 방면으로 주는 것입니다.

재물이 있으면 재물로, 재물이 없으면 튼튼한 몸으로, 저처럼 잘 걷지도 못하면, 마음이라도 나의 인연들이 잘되라고 빌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상공덕(無相功德)입니다.

우리 조금은 바보같이, 무조건 베풀며, 세상을 위해 맨발로 뛰는 사람이 이 우주의 주인공이 아닐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8월 1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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