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의 세계...생활공간에 스며든 예술 꿈꿔
8일까지 스타필드 하남 '작은 미술관'서 개인전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무늬석과 오석을 캔버스 삼아 쪼고 채색해서 화폭을 만드는 김종호 작가가 8일까지 스타필드 하남 작은 미술관(센트럴아트리움B1웰컴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는 대리석 무늬의 흐름에 잉어를 각인해 채색함으로써 마치 흐르는 물에 잉어가 노니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붓과 장지보다는 석공같은 작업을 해 온 김종호 작가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붓과 장지가 아닌 보다는 석공같은 작업을 해 온 김종호 작가
돌위에 형상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요즘엔  에어툴로  
쪼는 작업이 수월해 졌다.

“1970년대 고향 밀양 인곡저수지가 조성되면서 수천 마리의 잉어가 방생되는 모습을 어린 눈으로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후 우리집과 마을에 경사스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물속에서 자유분방하게 노니는 잉어에서 무한 자유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잉어는 옛부터 우리들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무병장수와 부귀영화, 그리고 입신양명을 논할때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영물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시공을 초월하여 잉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수와 길상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기대라는 어떠한 이념이나 사상을 초월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잉어에 대한 유년기의 소중한 기억은 고착화된 관념을 넘어 중장년층이 되어서도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인생을 살아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습니다”

홍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가 지난 20년간 돌에 매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평면회화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기억 속에 담겨진 잉어와의 교감을 각인한 돌그림에서 회화의 새로운 현대적 변용을 꿈꿨지요”

그는 팝아트 중심의 미술 시장과 서구적 사고 방식의 일방적 통행에 대한 태클이라고도 했다. 무분별한 획일성에 대한 반항을 돌 속에 새기도 있는 것이다.

 

오석 위에 쪼고 채색해서 만든 풍경은 오래된 유적지 같기도 하다. 비문이 새겨진듯한 돌은 깨어진 절개면이 꽃 나뭇가지가 됐다. 그 위로 새가 날아들고 있다. 마치 버려진 무덤가를 연상시키며, 삶의 덧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도 꽃은 피고 새가 날아드니 삶도 만물순환의 이치를 거역할 수 없음을 웅변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들어서 화려한 무늬의 수입 대리석과 옥돌을 사용해 보다 밝고 경쾌한 작업을 하고 있다.

“돌작업은 건축에 녹아드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욕심에서 시작됐습니다. 제 작품이 생활공간인 건축에 스며들어 향유되는 예술이 되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그는 오늘도 정과 망치로 돌을 쪼고, 붓으로 채색을 한다.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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