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정은미기자]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려는 정부 방안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과제 중 하나인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IT 업계도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이 줄어든다면 싫어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차가 큽다. 특히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12일 업계에 따르면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밸런스)’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직원들의 복지 수준을 높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 내에서 일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오는 4월부터 도입한다. 예를 들어 업무량에 따라 첫 번째 주는 30시간, 두 번째 주는 50시간 등으로 유동적으로 나눠서 일하는 방식이다. 대기업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 윤창호 씨는 최근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사진: 현재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1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2004년 이후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1주일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올해부터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면서 여유시간이 생겼다. 이같은 결정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에 부응하면서도,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독자적인 해법이라는 설명이다. 한 달 일정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기 보다, 2주 단위로 쪼개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주 40시간 근무를 염두에 두고 ‘9 to 6(하루 8시간, 주52시간)’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전 8시 20분에 시작하는 사내방송 KBN의 일정도 25분 뒤로 늦췄다. KT 관계자는 “현재 9 to 6가 상당부분 안착됐다”며 “야근이 불가피한 업무를 제외하고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직원이 윤 씨처럼 근로시간 단축을 반기는 건 아니다. 노조 등 일부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해야할 일은 그대로이다 보니 오히려 근무강도는 더 세졌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찬반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부 대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 선제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잦은 야근과 높은 업무강도로 비판을 받아온 넷마블도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5시간만 근무하고 나머지는 총 근무시간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그룹사 전체로 야근과 주말 근무를 없애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제조업체들에게 근로시간 단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문 물량을 기한에 맞춰 생산하기위해서는 초과근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 중소기업에만 총 8조원 가량의 비용 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이 외 NHN엔터테인먼트, 카카오 게임즈, 엔씨소프트, 카페24 등이 유연한 근무제도를 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역시 주52시간 근무 체제에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강도보다 워라밸이 보장되는 회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실제 탄력근무제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온도차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양극화의 또 다른 단면이라는 지적이다.앞서 KT는 맺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정해 임직원의 정시 퇴근을 독려중이다. 이날에는 퇴근 후 업무지시, 회식 등을 금지한다. 유연근무제도 시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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