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신문 방송을 담 쌓고 살아도 무슨 큰일이 생기면 어떤 경로를 거치든 내 귀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포항제철에 이렇게 큰 재앙이 덮쳤는지는 오늘(15일) 아침 「뉴스공장」에 출연한 포철 노조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듣기 전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떠오른다. 사상 최악의 태풍 힌남도가 휩쓸고 지나간 지가 언제인데 그동안 대형 언론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서 무슨 취재를 하고 있었나.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현지에 내려가 자상하게 피해지역을 돌아보았다던데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인 포철을 놓아두고 도대체 어디를 돌아보았다던가.

옛말에 화재가 덮친 곳은 그래도 쓸 만한 것을 건질 수 있지만, 홍수가 나 물에 잠겼던 물건들은 아무 것도 쓸 수가 없다던데 포철 재앙이 1년, 2년으로 완전 복구될 것인지, 걱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치적이 경제발전이요, 그 핵심이 포철인데 결국 50년 만에 그를 이은 보수정권 때 망조가 들었구나. 박정희 대통령이 지하에서 통곡하겠다. 박태준 회장도 함께 통곡하겠다. 

안전과 치수는 국가(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하는데 정부는 사기업 포철에게 왜 재난을 막지 못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그 책임을 물을 태세라고 한다.

적발하고 수사하고(때때로 증거조작까지 해가면서) 처벌하는 일은 검사들이 제일 잘 하고 복지부동하다가 책임을 피하는 일은 공무원들이 제일 잘 한다. 이 사람들이 결코 못하는 일이 바로 사전 예방이요, 안전이요, 책임지는 일이다.

포철이야 말로 (보수)정권이 야금야금 빼먹을 알토란인데 이 지경이 됐으니 윤 정권 권력자들이 화도 날만 하다.

포철이 곧 포항시라고 할 만큼 경제적으로 포항시가 포철에 기대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제 포철이 저렇게 됐으니 포항시민들은 어떡하나.

포철에 홍수가 난 것은 인근 하천부지에서 각종 무리한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물길이 좁아져서 갑자기 불어난 물을 감당치 못해 범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관재(官災)라는 말인데 오랫동안 견제받지 않는 권력(국가든 지자체든)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포항시민들은 여전히 국힘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장을 뽑을까?

한 가정이나 나라에 큰 재앙이 닥치려면 반드시 그 전조가 있다던데 아무래도 나라가 망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철들고 나서부터 내 인생 자체가 알게 모르게 포철과 함께 해 욌던 것 같은데 오늘 아침 마음이 참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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