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젊은 시절 전 세계 유명교당을 찾아 여행을 자주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는 데마다 우리 한국인이 살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미국의 시애틀교당에 갔을 때도 교무님의 안내로 5천 미터가 넘는 ‘레이니’ 산을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산 중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슈퍼마켓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찡짱열차’를 타고 티베트에 도착하자, 역에 한국인 민박 주인이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이런 예를 들면 한이 없지요.

그런데 그분들을 만날 때마다 반갑기도 하지만 마치 유랑 민 같은 서글픔도 동시에 느낀 것 같았습니다. 그런 유랑민을 영어로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디아스포라는 원래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 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렇게 세계 각 처에 한국인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런 곳까지 가서 사는지 각자 사연도 다양합니다. 조국을 떠나면 춥고 배고픕니다. 역사에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등장하지요.

그리고 21세기 현재는 ‘디아스포라 중국인’들과 ‘디아스포라 한국인’들이 대표적이라고 합니다. 현재 중국인들은 세계에 흩어져 음식점을 가장 많이 하고 있으며, 음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한인교회를 가장 많이 세웠습니다.

‘유엔 중앙 긴급 대응 기금’ 자문위원 최석영 외교관의 <한국인 디아스포라, 그들은 누구인가?> 라는 글이 있습니다. 그 글을 요약 정리하여 함께 감동에 젖어 봅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디아스포라는 조국을 떠난 해외 이주자, 난민, 노동자, 소수 민족 등을 포괄한다. 역사적 또는 정치·사회적 관점에 따라 정의를 달리할 수 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720만 명에 달한다. 세계화 확산으로 증가 추세다.

1910년 이전에는 해외 이주가 드물었으나 일제 강점기 중, 강제로 해외 노동자로 끌려갔거나 경제개발 시기에 도입된 적극적인 이민 정책 일환으로 고국을 떠나기도 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이주 원인만큼 특징이 다양하다. 전 세계 170 여 개국에 분포하고 미국·중국·일본 및 러시아 등, 강대국에 성공적으로 착상했다.

강인한 민족 성을 드러내는 증거다. 다른 민족에게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분포다. 미국에서는 유학 후 정착하거나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떠났던 이민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자발적인 이주가 가장 많다. 중국에는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오랜 역사가 있고, 근 년에는 인적 교류의 확대와 탈 북 주민의 증가로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의 교포들은 식민 통치와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아픔, 한·일 간 정치적 마찰을 고스란히 감내하면서도 오랫동안 정체성을 지켜 왔다. 러시아 사할린부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에 흩어진 한국인 후예와 그들의 상처는 살아 있는 우리의 역사다. 파 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유럽에서 한민족의 신화를 일궈 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각종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버텨 냈고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국은 이들에게 버팀목이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원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낌 없는 성원을 보냄으로써 한민족의 놀라운 단합과 정체성을 과시해 왔다.

이주는 인류의 역사다. 급속한 세계화와 기술 발달로 더 확산할 것이다. 떠나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든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架橋)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세대 교체를 이루면서 정체성 유지에 갈등을 겪기도 하고 주류 사회 편입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같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다. 미국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이스라엘정치행동위원회(AIPAC)’의 조직과 활동이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미래 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같은 시각에서 살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일자리나 배우자를 찾아 한국에 온 200만 외국인들이다. 과거 우리 해외 이주자가 가졌던 꿈과 애환이, 이들 가슴속에 코리안 드림으로 녹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재 외 동포와 함께 국내 다문화 사회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어떻습니까? 저도 ‘디아스포라 한국인’ 가족의 한 사람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보냈던 큰 딸애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지금은 뉴욕에서 가정을 이루었으며, 세계적인 의류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로 성공적인 디아스포라의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장차 재 외 교포가 1 천만 명, 남한 5 천만 명, 북한 4 천만 명, 모두 1억 명이 될 때, 어쩌면 대한민국은 ‘동방의 등불’로 세계를 밝히는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9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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