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베스 여왕 조문한다고 영국에 간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가 정작 조문은 하지 않고 ‘조문 흉내’만 낸 데 대해 시끌시끌 말들이 많다.

애초 출발시간이 예정보다 두 시간 늦은 것이 윤 대통령 술이 덜 깨어서였기 때문이라든가, 김건희 여사가 옷 고르고 화장하는 시간이 늦어져서라는 등 말 같지도 않은 추측이 떠돌고 있다.

심지어 윤-김 부부가 신주처럼 모시는 천공스승이 “조문 잘못하면 4차원의 탁한 기운이 묻어 올 수 있다”고 한 가르침에 따라 조문을 하지 않았다는, 더욱 말 같지 않은 분석도 나돌 정도다.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으니 (그리고 언론이 제대로 취재 보도하고 있지 않으니)이런 ‘카더라’ 유언비어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의 사람들’이 열심히 변명이랍시고 하다 보니 “원래 조문이란 건 상주한테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번 윤 대통령은 상주인 찰스3세에게 직접 애도를 표했으니 조문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는, 강상의 도를 유린하는 잡놈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내가 지금까지 수백 번 상가집을 다니면서 내 나름 정리한 조문의 일반적 절차는 다음과 같다.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영정에 향을 사르고 재배 한 후 상주와 맞절을 하고 일정한 부의금을 전달하고 육개장을 먹고 소주 마시면서 다른 조문객들과 고인을 추억하거나 소소한 세상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는 다음날 혹은 그 다음다음날 새벽 발인식까지 참석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고인의 영정에 절을 함으로써 (옆에 있는 상주들에게도) 진정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다.

상가집까지 찾아가 고인을 뵙지 않고 상주에게만 “나 왔소~” 인사하는 것이 어떻게 조문의 예를 다 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아예 “육개장만 먹고 온 것”이라고 평가한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사람들이 조문가는 가장 큰 이유는 고인에 대한 추모 그 자체보다는 상주에 대한 의리, 혹은 다른 조문객들과의 친교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조문외교’라는 말이 나오고 장삼이사의 세상에서는 “재상집 개가 죽으면 조문객이 바글거리는데 정작 재상이 죽으면 아무도 조문하지 않는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조문의 가장 낮은 단계는 빈소를 찾지 않고 조위금만 보내는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좋은 점 중 하나가 굳이 장례식이나 결혼식에 참가하지 않아도 큰 결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아하니 이번에 찰스3세도 한국 대통령의 조문을 특히 반가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시간도 없고 말(영어)도 짧아 다른 나라 정상들과 제대로 외교도 못 했을 것 같다.

차라리 조문도 안 할 조문한다고 영국까지 가지 말고 적당히 조위금을 만들어 보내는 시늉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찰스3세는 극구 사양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명망있는 집안에서는 부의금을 받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가집 개’라는 말도 있다.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신세, 뜻을 얻지 못해 떠도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 상가집의 개도 아무도 자기를 신경써 주지 않는 가운데 땅에 떨어진, 혹은 누가 던져주는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신세일 것 같다. 그래도 모르지, 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은 하늘을 찌를지도...

나는 아무래도 “내 재임 중에 어떻게든 국가 정상의 자격으로 세계일주를 완성할 거야!”는 김여사의 야망이, 스페인에 이어 영국에 이르기까지 상가집 개 신세를 자초하는 원인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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