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용천사 꽃무릇

선암사 도솔천의 꽃무릇
선암사 도솔천의 꽃무릇

새로운 세대들이 요구하는 관광은 어떤 유형일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고 찾아가는 관광지는 무리지어 핀 꽃단지가 끝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주변 환경을 배경 삼아 포토존을 스스로 만들고 일반 사진기보다 더 나은 사진 촬영의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들로 다양하고, 그들이 줄기는 모습의 개성있는 사진들을 담아낸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은 각종 매체에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그런 정보가 공개되면 그곳을 찾아가서 공유하여 더러는 유명세를 타는 곳이 되고 인파로 몸살을 앓는 핫한 관광지가 된다.

선암사 산문
도솔산 선암사 산문

꽃무릇은 일반 꽃과는 생육 자체가 다르고 색상과 모양도 강렬하고 특이하다. 잎이 11월에 돋아 앙상한 숲속에서 겨울의 차가운 햇살로 자양분을 만들고 추위를 당당히 이겨낸다. 그러다 여름 초엽인 6월에 잎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잎으로 겨우내 구근인 뿌리에 영양분을 비축했다가 가을로 접어든 9월에 튼튼한 꽃 대공이 대지의 표면을 송곳처럼 솟구치며 돋았다가, 일주일 정도 지나면 긴 수술들이 펼쳐지면서 강렬하고 화려한 꽃무릇 자태가 완성되는 꽃이다. 꽃이 필 때 잎이 없으니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여 일명 상사화라 널리 알려진 꽃이다.

고목들 그늘 속에 핀 꽃무릇 무리
왕성한 번식력을 가진 꽃무릇은 고목들 그늘 속에서도 생존한다. 
도솔천 고목들과 꽃무릇 반영
선운사 도솔천과 천변 고목들 

 꽃무릇 뿌리인 구근은 마늘이나 수선화를 닮았는데 독성이 강해 인도에서는 화살 묻혀 큰 짐승을 사냥할 때 사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사찰 부근에 간간이 심어진 이유는 그 구근을 으깨어 나무에 바르면 좀이 침범하지 못하니 사찰의 단청과 건축자재에 사용되었고, 또 불교 탱화 보존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선운사로 가는 길섶 은행나무 자락 아래 강한 햇살 속에 피어낸 강렬한 색상의 꽃무릇 군락
선운사로 가는 길섶 은행나무 자락 아래 강한 햇살 속에 피어낸 강렬한 색상의 꽃무릇 군락

매년 추석 연휴를 전후로 꽃을 피우는 꽃무릇 군락지는 단풍관광이 시작되기 전 눈길을 끄는 가을 여행 1번지가 된다. 그래서 전국 사찰이나 공원에는 각 지방자치 단위로 공원이나 빈 공터, 길섶이나 공한지에 꽃무릇을 심어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가을꽃이 되었다.

9월 꽃무릇 대표 3대 관광지로는 전북 고창 선운사, 전남 영광 불갑사, 전남 함평 용천사로 꼽는다. 이곳은 서해안 고속도로로 이동 가능하여 3곳을 하루에 찾아볼 수 있다. 전남의 불갑사와 용천사 꽃무릇 절정은 2022년 기준으로 9월 15일 전후 자동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의 전북 선운사는 한 주 늦은 22일 전후다.

이 시기가 되면 전국관광 인파가 하루에 몇만 명이 찾아 몇천 대 주차 가능 공간이 연일 만차로 북새통이다. 최근 3년간은 코로나로 나들이를 하지 못했으니 그 공포에서 벗어나자 어디로든 떠나고자 하는 움추린 여행 갈증으로 올해 꽃무릇 관광지는 연일 인파로 붐볐다.

선운사 꽃무릇 주제의 시 경연대회 작품들
선운사 꽃무릇 주제의 시 경연대회 작품들

9월 23일 하루에 선운사, 불갑사, 용천사 꽃무릇 취재를 했다. 처음으로 들린 곳은 고창 선운사다. 꽃의 절정 시기였다. 절을 감아 돌며 흐르는 실개천인 도솔천 주변은 천년 고목들로 운치를 더하는데 그곳 숲속에 핀 꽃무릇이 냇가 웅덩이에 반영되니 천상의 화폭이 된다. 선운사로 향하는 길섶 아래로 늘어뜨린 은행나무 가지 끝자락에 강한 아침 햇살이 내리쬐니, 그 아래 핀 붉은 꽃무릇 무리는 금세 요염한 기운을 넘어 내방객 발걸음을 한없이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산문 옆 광장에 무리지은 꽃무릇
산문 옆 광장에 무리지은 꽃무릇

사찰 아래는 널따란 평지가 조성되고 그곳 입구에 절의 산문을 세우고 `도솔산 선운사′란 간판을 걸고 입장객을 압도한다. 그 주변으로 공설운동장 두어 배 되는 너비의 평지에 심어진 꽃무릇은 10여 년 전에는 널따란 잔디밭이었는데 그곳에다 꽃무릇 구근을 띄엄띄엄 심어 잔디밭 사이로 간간이 꽃을 피웠는데 이제는 꽃의 강렬한 번식력으로 잔디는 간곳없고 꽃무릇 천지가 장관을 이룬다. 선운산의 풍치와 어우러진 붉은 천지의 모습에 매료되어 꽃을 찾은 사람들은 각자 나름으로 예쁜 사진을 담으려 바쁜 모습들이다.

생태공원을 덮은 꽃무릇
생태공원을 덮은 꽃무릇

선운사 경내로 들어가니 대웅전은 수리하느라 천으로 둘러쳐 동백숲 아래로 핀 꽃무릇 속 선운사를 상상했던 기대가 무산되었다. 절 마당에서 선운산을 호령하듯 선 백일홍나무는 여름 내내 꽃피우다 이제는 꽃을 떨어뜨리고, 지쳐 힘없이 축 늘어져 널따란 마당을 지키고 섰다.

선운사 대웅전은 수리 중이다
선운사 대웅전은 수리 중이다

두어 시간 탐방을 끝내고 영광 불갑사로 향했다. 9월 25까지 꽃무릇축제기간이라 주차장부터 붐빈다. 자동차 운행을 일방통행으로 하여 내방객들의 혼잡을 완하하였다. 꽃무릇 단지로 향하는 길 양쪽은 각종 전시와 여러 형태의 공연장이다. 이곳의 꽃 절정 시기가 조금 지난 듯하다. 꽃무릇 군락은 사찰 앞쪽 평지인데 선운사에 비하면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고 수목들도 공원 조성의 기간이 짧은 만큼 크지가 않다. 그러나 꽃을 집중적으로 심어 관광객들이 한눈에 꽃이 핀 장관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꽃무릇 시기에 가장 많은 관광인파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곳이다.

불갑사 꽃무릇 단지
불갑사 꽃무릇 단지

불갑사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의 함평 용천사 꽃무릇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앞서 소개한 선운사와 불갑사와는 다르게 꽃무릇이 사찰을 중심으로 하여 평지가 아닌 절 앞 소류지 둑과 주변 논의 논둑, 경사진 야산 울창한 숲에다 심어 절 뒤쪽으로 산책길을 내어 숲속에서 꽃이 핀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 절정 시기는 인접한 불갑사와 함께 일주일 전인 16일 전후로 조금 지난 듯하다. 그러나 용천사의 경내 유형문화제인 석등 주변 꽃무릇은 절정이었다.

용천사의 유형문화재 석등주변에 핀 꽃무릇
용천사의 유형문화재 석등주변에 핀 꽃무릇
꽃무릇 단지를 지나면  불갑사 금강문이 나타난다
꽃무릇 단지를 지나면 불갑사 금강문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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