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의 메시지버스] 정직하지 않은 대통령에게는 국정 성공도, 임기 보장도 없다

최규하가 되어가는 윤석열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 이름의, 또는 용산 대통령실 명의의 간단한 유감 표명 정도로 이미 끝났어도 몇 번은 끝났을 이른바 비속어 파문이 정권 전체의 사활과 명운이 걸린 사태로 종국에는 확대·비화됐기 때문이다.

먼저 화끈하게 결론부터 내리자. 윤석열 정권은 실패했다. 공식 출범한 지 다섯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총체적 실패가 사실상 확정된 정권의 등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궁정동 안가에서 시해당한 10·26 사건의 여파로 탄생한 최규하 정권 이후 처음일 듯하다.

최규하는 유신헌법에 명시된 체육관 선거로 급조된 정통성도, 정당성도 결여된 간선 대통령이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1,639만 4,815표라는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사상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하며 당선된 명실상부한 직선제 대통령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국민들의 손으로 선출된 번듯한 직선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 아니면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냐의 성패가 아닌, 정권 유지가 가능하냐 혹은 불가능하냐의 존망의 기로에 서고 말았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간의 짧은 조우 직후에 내뱉은 품격 없는 언사로부터 비롯된 목하의 여당과 야당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정권과 언론 사이의 혼란스런 난타전이 소환한 공자님 말씀이다. 공자는 위정자가 백성들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이 거칠다는 사실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이건 올해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대다수 역시 일찌감치 충분히 인지한 부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출근길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신뢰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신뢰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 귀국 후 출근 길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윤 대통령.(사진=연합뉴스)

국민들이 윤석열에게 바라고 기대한 건 솔직함과 정직함이었다.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의연한 태도와 진실한 몸가짐이었다. 이재명이 윤석열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해 낙선의 분루를 삼킨 까닭도 결국에는 그가 경쟁자와 비교해 덜 솔직해 보인 데 있었다. 필자가 이재명이 성남 대장동 편법개발 부당이득 편취 사건이 자신의 불찰로 빚어졌다고 애기하며, 국민들 앞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면 오히려 대선에서 이겼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이다.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 당권 장악에는 성공했지만 정직하지 않다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는 여전히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이와 같은 지지부진함은 차후에 결정적 국면에서 그의 발목을 또다시 잡을 개연성이 높다.

윤석열 정권 최대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

주제인 윤석열로 돌아가자. 대통령 개인의 최우선 목표가 국정운영의 성공이 아니라 정권의 존립에 있다는 점은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결합된 복합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대한민국에게는 커다란 불행일 수밖에 없다.

현재 여러 정치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상당수 일반 국민들마저 윤석열 정권이 현행 헌법 조문에 명문화된 5년의 대통령 임기나 제대로 무사히 정상적으로 채울 수 있을지 불안과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20퍼센트대로 재차 주저앉은 현상은 더는 새롭지도 않다. 관건은 반대층의 비율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를 잘못 이끌고 있다고 평가한 국민이 전체 응답자 가운데 무려 71.3퍼센트에 달한 것이다.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설상가상인 건 지지율이 낮아진 내용적 측면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이번 순방외교에서 특별히 눈에 띌 만한 가시적 결과물은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영부인까지 동반해 요란하게 외국으로 출국했다가 빈손으로 귀국한 소위 외교참사가 발생한 경우가 윤석열 정부가 당연히 최초는 아니다. 일례로 직전 정권에서는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임있는 중국정부 고위관계자들은 거의 만나지 못하고, 한국 관료들과 밥을 먹는 혼밥 사태가 벌어져 국격 추락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문재인의 빈손외교와 윤석열의 빈손외교를 구분시켜줄 근본적 변별력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것일까? 문재인의 빈손외교는 대통령의 능력 없음이 시빗거리로 불거졌을 뿐이다. 윤석열의 빈손외교는 무능에 더해 대통령의 정직성마저 혹독한 비판의 대상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가도록 만들었다.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 한가지 탓에 분노한 게 아니다. 대통령의 정직하지 못함이, 진실하지 아니함이 민심의 역린을 뼈아프게 건드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민심이 들불처럼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김은혜 홍보수석 같은 용산 대통령실의 깜냥 안되는 참모들을 전위대로 출격시켜 특정 방송사와의 자존심 싸움에 매달리고 있다. 박수영, 배현진, 유상범 부류의 민심역행형 '윤핵관 호소인'들을 왕당파 행동대원으로 총동원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집권여당 공천권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기가 정권의 지속과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가열차게 투쟁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7할이 대통령을 걸핏하면 거짓말을 해대는 부정직한 위선자로 규정한 일촉즉발의 위험천만한 정세가 조성된 터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골몰하는 중인 이런저런 지질하고 자해적인 권력투쟁들은 혁명가 시몬 볼리바르의 저 유명한 명제를 잠시 빌리자면 바다에 쟁기질을 하는 짓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헛되고 또 헛되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시급하고 절박하게 요구되는 실천적 과제는 특정 방송사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는 일이 아니다. 이준석이 다시는 국민의힘 당사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끔 그를 완전히 요절내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왜 거짓말쟁이로 낙인찍게 됐는지 그 원인과 배경을 겸허하게 직시하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일이다. 위선자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있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 필자는 '메시지버스' 운영자(공희준.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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