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국내 유일 전투기 제조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화그룹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SBS에서 한화그룹이 KAI 및 수출입은행과 물밑접촉을 하는 등 구체적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실제 인수가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KAI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적자에 시달리던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우주산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사업 부문을 정부 주도로 통합해 출범한 기업이다.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이 최대주주인 만큼 공기업 성격을 갖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화 측은 이달 들어 수출입은행 및 KAI 측과 수차례 접촉하며 KAI의 사업 현황과 미래 먹거리, 민영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논의했으며, 수출입은행과 KAI도 민영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주항공과 방산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삼겠다는 정부 방침도 민영화에 우호적 요소다. SBS 측은 인수 공식 결정은 이르면 연내 한화 이사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한화빌딩 전경(자료=한화그룹)
한화빌딩 전경(자료=한화그룹)

KAI는 전투기, 헬기, 드론 등 다양한 항공 플랫폼 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형 초음속전투기 KF-21과 최근에 수조 원대 수출 계약이 이뤄진 경공격기 FA-50, 그리고 수리온 헬기를 개발한 곳이다. 자체 기술력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한화그룹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대한항공 등도 인수를 원해왔다. 따라서 한화 측에서 KAI 인수를 타진한 것이 특별히 이상한 것은 아니다.

보도 후 KAI와 수출입은행, 한화그룹 측 모두 인수 논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 뿐 아니라 대부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유는 한화그룹이 '한국판 록히드마틴',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 목표를 제시하며 방위산업 강화를 위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 그룹 내 분산된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기로 한데 이어 최근 잠수함 등 특수선에서 강점을 지닌 대우조선해양 인수예정자로 선정돼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여기에 KAI가 합쳐지면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현실화할 수 있다.

9월 6~9일 열린 폴란드 MSPO 2022 전시회에 한화디펜스의 K9자주포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한화디펜스)
9월 6~9일 열린 폴란드 MSPO 2022 전시회에 한화디펜스의 K9자주포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한화디펜스)

한화그룹이 우주항공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KAI 인수의 근거로 꼽힌다. 한화그룹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는 누리호 발사 준비 과정에서 누리호의 엔진 제작과 전체 조립을 맡으면서 이미 손발을 맞춰본 바도 있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한화솔루션 김동관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한화솔루션 김동관 부회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이사)이 그룹 우주산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고 있는 만큼 차기 먹거리로 우주항공 분야를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을 전망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자금이다. 한화가 KAI를 인수할 경우 이미 대우조선 인수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만만하지 않아서다. 참고로 KAI의 시가총액은 4조 7000억 원 선에 형성돼 있는데, 한화그룹이 인수할 경우 인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26.41%는 1조 26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민영화에 대한 국내 여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KAI의 방산산업이 국가 방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우주진출 관련 기술 등 중요한 국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한화 측에 민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설득력 있게 내세워야 하는 과제가 주어질 수 있다.

한편 한화그룹은 오는 11월 말 본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이후 승인받게 되면 내년 3월 경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모든 절차를 마칠 전망이다. 인수를 마치고 나면 잠수함, 전투함, 보조함 등 군용 선박의 노하우까지 얻을 수 있어 '한국형 록히드마틴'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걸음 더 나서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1980년대 말 KSS-I급 잠수함 건조를 시작으로, KSS-II 사업에 참여했으며, 2021년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 설계 및 건조한 KSS-III 도산 안창호함을 만들어 낸 바 있다. 또 한국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4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을 국내 최초로 100% 자체 설계해 1989년부터 건조해 실전 배치하는 등의 실적을 낸 바 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추진 발표 뒤 내놓은 참고 이미지. (자료=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추진 발표 뒤 내놓은 참고 이미지. (자료=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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