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미사일이 떨어져 폭발이 일어난 곳은 골프장이 아니고 탄약창고와 유류창고 인근"

[ 정현숙 기자]= 현무 미사일 낙탄 사고를 내고도 보도 시점 유예(엠바고)를 걸어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한 군이 이번에는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공식 방문한 야당 의원들의 방문에 면회실에 쇠사슬까지 걸고 출입을 막았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들이 7일 오후 현무-2C 낙탄 사고와 관련해 강릉비행단을 찾은 가운데 부대 정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들이 7일 오후 현무-2C 낙탄 사고와 관련해 강릉비행단을 찾은 가운데 부대 정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소속 김병주, 김영배, 송옥주 의원과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지난 4일 밤 빌생한 현무 미사일 낙탄 사고 진상 조사차 낙탄이 떨어진 강릉 18전투비행단 정문에 도착했다.

그런데 미리 대기하고 있던 육군미사일전략사령관 이정웅 중장이 나서 "현장으로 못 들어간다"라며 현장을 확인해 사고규명에 나서고자 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규정상이란 말만 반복하며 부대 출입을 막고 나섰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으로 미사일 전문가로 알려진 김병주 의원이 "평상시엔 통화가 잘된다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께선 오늘 전혀 통화가 되지 않는다"라며 "그냥 갑자기 온 것도 아니고 하루 전 정식으로 공문 통보하고 오늘은 국방부 장·차관에게도 문자를 보낸 후 국방위원들이 왔는데 왜 현장을 못 보게 하는 거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정웅 중장이 "지금 현장은 완전히 보존되어 있다"라고 답하자 김병주 의원은 "보존되어 있으면 보여주면 되지. 부대 책임자가 누구냐?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중장은 "알겠다"라는 대답만 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영배 의원은 "대통령이 철저한 규명 지시를 했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현장 공개를 해야 한다"라며 "지금이라도 빨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중장은 "은폐 축소할 의도도, 시도도 전혀 없다"라고 맞서면서 끝내 출입을 봉쇄했다.

이 중장은 '탄두가 그대로 있느냐'는 질문에는 "탄두와 잔해는 모두 수거해 간 상태다"라고 말해 의원들로부터 "그게 무슨 현장 보존이냐"라고 반문했다. 결국 군이 사건 현장을 은폐했다는 취지의 질타다.

민주당 의원들과 군의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졌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하고자 정문 옆 면회실 갔지만 면회실 유리문을 쇠사슬로 안에서 칭칭 묶고, 부사관이 문을 꼭 잡고 출입을 봉쇄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사병들이 문을 막고 있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현장 방문이 불발된 국방위 의원들은 부대와 인접해 있는 강동면 풍호길 마을 회관을 찾아 미사일 낙탄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증언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폭발 현장 영상을 촬영해 SNS에 최초로 올린 주민도 참석했다.

주민들은 "미사일이 떨어져 폭발이 일어난 곳은 골프장이 아니고 탄약창고와 유류창고 인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일어난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 밤새 두려워 떨었지만, 지금까지 군이나 대통령 그 누구도 해명, 사과, 설명 하나 없었다"라며 "마치 버려진 느낌이었다"라고 불만을 토해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민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병사, 탄약, 유류창고가 있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라며 "국방위 차원에서 이 부분은 명명백백하게 밝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9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외교참사로 국민을 부끄럽게 하더니, 이젠 오락가락 국방참사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진상을 규명하려는 국회의 조사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탄 사고 현장을 찾았던 김병주 의원은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군 당국이 부대 방문을 불허한 것에 대해서 “뭔가 감추는 게 있기 때문에 막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저는 하고 있다”라고 방문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김 의원은 “화염이 많았던 지역하고 탄두가 박혔던 지역이 민가로부터 2km인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국방부에서 발표했다. 그런데 제가 구글 지도하고 열어 보니까 그 가까이에 병역 막사라든가 유류고, 탄약고 이런 게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그 지역 강릉 주민들하고 이야기를 해 보니까 또 많은 제보가 들어오더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대폭발과 함께 엄청난 인명피해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래서 막지 않았나”라고 군의 야당 국방위원들의 현장 출입 거부를 해석했다. 그는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들은 강릉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대통령실의 해명도 오락가락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더 심각했다. 그래서 방공호를 만들어 달라고까지 요청을 하시더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강릉이 외가라고 대선 때 그렇게 떠들면서 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되니까 외면해 버리고 일체 사과 한마디 안 하고 그 지점에 분노를 많이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 정도 되면 대통령실에서 파악해서 사과하고 또 재발 방지 대책도 하고 이런 노력을 해야 되는데 대통령실도 안 보였고, 군부대도 안 보이고, 강릉시도 안 보이고, 강릉시 주민들은 전쟁의 공포 속에서 10시간 가까이 떨었는데 이게 말이 되냐”며 “그래서 그런 것들을 명명백백히 좀 더 밝히기 위해서 현장에 갔는데 그것도 막고 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국정감사 때 김영배 의원이 ‘그 사항이 대통령실에 보고가 됐나’ ‘대통령은 어떤 지시를 했나' 라고 물으니 합참에서는 '대통령실에 보고됐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사고 발생 3일 후) ‘대통령한테 새벽에 보고를 했고, 대통령이 철저히 조사하도록 했다’고 해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들이 7일 오후 강원도 강릉비행단 인근 마을에서 현무미사일 낙탄 사고와 관련해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10.7
사진: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들이 7일 오후 강원도 강릉비행단 인근 마을에서 현무미사일 낙탄 사고와 관련해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10.7

특히 강릉 부대 현장조사 거부와 관련해 육군대장 출신 김병주 의원의 화력한 이력이 열거되면서 출입을 고의적으로 막은 군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합참 합동화력과장과 전략기획차장을 거쳤고, 야전군에서는 30사단장, 육군 미사일 사령관과 3군단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했다.

'4성 장군과 미사일 전문가,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이 확인하겠다는데, 왜 쇠사슬로 문을 걸어 잠갔는가?'라는 의문이 증폭하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 김병주 의원이 현장 조사에 들어가면 또다른 진실이 규명될 것을 막고자 쇠사슬로 걸어잠근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눈길이다.

김정호 '코너아시아'대표는 SNS를 통해 김병주 의원의 군이력을 상세히 기술하면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라는 직책은 한국군 지상군 전체를 총지휘하는 육군 대장이 맡는 중요한 자리"라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했다면 육군 커리어로는 만렙을 찍은 셈. 낙탄 사고가 난 현무II-C 미사일은 육군 미사일 사령부가 운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지금 저 부대는 육군 미사일 사령관에 한국군 지상군 총사령관 출신 의원이 진상 조사를 위해 왔는데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못 들어가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릉 지역구 국회의원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마저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폭발과 섬광은 많은 강릉시민과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초래하였고,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兵器)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라면서 "낙탄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부터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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