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홍명보식 색깔 구축이 명장 반열 등극의 지름길 될 수 있어

울산 현대(이하 울산)가 1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치른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 A 37라운드 강원 FC와의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22승 10무 5패(승점 76)로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6회 연속 우승 대업을 달성했던 전북 현대를 밀어내고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정상에 등극하는 감격을 맛봤다. 이는 울산에게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결과물로 이로서 울산은 K리그1 통산 3회 우승을 일구며, 전북 못지않은 K리그 명문 구단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게 됐다. 이번 울산의 우승은 팀을 지휘하고 있는 홍명보(53) 감독에게도 매우 값진 우승으로 받아들여진다.

홍명보 감독이 현대 울산 우승결정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프로축구단
홍명보 감독이 현대 울산 우승결정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프로축구단

홍명보 감독은 1990년대 이후 한국축구의 레전드로 U-23세 이하 대표팀 황선홍(54) 감독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이만큼 선수 이력이 화려한 홍명보 감독은 2005년, A대표팀 코치로 합류 지도자 생활에 첫발을 뗀 후 2007년 U-23세 이하 대표팀 코치, 2009년 U-20세 이하 감독에 이어 U-23세 사령탑에 올라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이라는 역사를 썼다. 지도자로서도 한국 축구 발전을 책임질 기대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홍명보 감독의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은 2013년 급기야 지도자로서 최고 영예인 A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그야말로 홍명보 감독의 지도자 생활은 '탄탄대로(장래가 아무 어려움이 없이 수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호사다마(좋은 일에는 탈이 많음)'일까 홍명보 감독은 지도자로서 엄습한 치명적인 '독'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축구계를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원인은 바로 2014년 제20회 브라질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의 1무 2패 최악의 성적으로 인한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그중 특히 아프리카 알제리전 참패(2-4)는 홍명보 감독이 그동안 쌓은 지도력 명성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악재로 작용, 급기야 그라운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분명 홍명보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에 한 획을 그은 축구인이다. 따라서 홍명보 감독의 축구계와의 이별은 아쉬움이 컸다. 선수의 은퇴 후 진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 지어 진다. 그것은 바로 지도자와 행정가, 그리고 축구와 무관한 일반 직업군이다.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이 야인 생활을 청산하고, 2017년 말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로서 다시 축구계로 복귀했다는 사실은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하지만 3년 동안 홍명보 감독에게 행정가로서의 직책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보기 좋고 아름다울 수 없었다. 이는 홍영보 감독이 선수와 지도자로서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점에 홍명보 감독 개인적으로도 현장 복귀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을 것은 틀림없다. 물론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 평가는 '호불호(좋음과 좋지 않음)'로 갈린다. 이점에 지도자 생활의 특혜(지도자 자격증 미취득)와 브라질 FIFA 월드컵에서의 ‘의리 축구’ 논란, 그리고 전술의 단조로움에 대한 건은 앞으로 홍명보 감독이 지도력으로 이를 불식시켜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020년 12월 울산 사령탑에 올라 2021년 첫 시즌 준우승 아쉬움을 털어내고, 이제 비로소 K리그 우승을 일궈낸 홍명보 감독이다. 그렇다면 클럽 축구에서 제2 지도자 생활을 다시 시작한 초년생으로서 아직 갈길은 멀다. 40년 K리그 역사에서 명장 반열에 오른 지도자는 리그 3연패를 달성했던 차경복(작고. 전 일화 천마), 박종환(84. 전 일화 천마) 감독과, K리그 전관왕 및 아시안클럽컵(현 AFC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한 전 수원삼성 김호 감독을 비롯, '닥공축구'로 K리그뿐만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전북의 르네상스 시대를 구축했던 최강희 감독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지도자는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한다'라는 속설이 세계 축구사에 사실로 굳어진 지 벌서 오래전이다. 이는 곧 유명 선수가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유명 선수 출신이 유명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분명 홍명보 감독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인 카리스마에 의한 리더십과 더불어 올림픽 동메달 견인 지도력을 갖추고 있어 이의 실현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반면 홍명보 감독이 묵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너무 유명한 선수로서의 강인한 이미지에 의한 소통 미흡과 더불어, 선수 시절 능력만을 인식, 너무 자기 주관적인 지도력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전술의 단조로움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홍명보식 색깔이 묻어나는 전술과 전략적인 면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솔직히 정상을 정복한 울산의 축구 색깔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한 문제에 의문부호가 늘 따라다니고 있다.

이점에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점에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과 2022 FA컵 결승 진출 실패가 있다. 이는 한편으로 지도자에게 자극과 간절함이 없으면 실패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은 한 때 지도자로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의 생활을 잊고 거듭나는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명장으로 일컬어지는 지도자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이제 그 특별함을 깨우치고 터득하는 것은 홍명보 감독의 사명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홍명보 감독은 2022 시즌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은 금빛 지도력도 잠시 머물 수밖에 없는 '부귀영화(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영화로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점에 이미 잇따른 실패(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 포함 :2015.12~2017.5)를 경험했던 홍명보 감독에게는 배부른 지침서가 되어야 한다.

2018년 최강희(63) 감독이 전북 현대를 떠난 이후 감독의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K리그 무대다. 이에 명장 감독의 등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2022시즌 K리그1 우승을 이끌며 지도자로서 옛 명성을 되찾는데 한 발짝 더 다가선 홍명보 감독이야 말로 명장 반열에 등극할 수 있는 최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현재 한국 축구는 명장 지도자 탄생에 목말라 있다. 이에 홍명보 감독에게 쏠리고 있는 관심은 그 어느때 보다 높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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