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2년 현재, 전세계에서 한글을 배우는 나라는 얼마나 될까요?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 지원을 목적으로 정부의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 사업을 총괄·관리하기 위해 국어기본법 제19조의 2에 의하여 2012년 10월에 창립된 공공기관입니다.

현재 세종학당재단은 82개국에 234개소가 있으며, ‘21년 기준 총 34,192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요. 그리고 ‘재외동포재단’에서 2020년에 펴낸 ‘재외한글 학교 현황’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한글학교 수는 119개국의 1,591개소, 학생 수는 재외동포 8만 6천 704명, 외국인 1만5천 110명이며, 교원 수는 1만 5천 644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참으로 놀랍고 고마운 일이 아닌가요? 그만큼 우리 한글의 우수성이 전세계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글을 쓰기 때문에, 매주 방영되는 <KBS의 우리말 겨루기>를 공부 삼아 즐겨 봅니다. 그런데 마지막 우승자를 보면, 대개 ‘띄어쓰기’에서 탈락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띄어쓰기가 어렵다는 얘기이지요.

중국어나 일본어를 대하다 보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글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당시에는 중국어와 일본어처럼 띄어쓰기가 없었습니다.

『나랏말싸미중국에달아문자와/

서로사맛디아니할세이런전차로/ 어린백성이~~~~』

이렇게 시작되는 훈민정음 서문부터 띄어쓰기가 없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띄어쓰기가 없는 글을 잘못 읽으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라는 어처구니없는 글이 되고 맙니다. 그 띄어쓰기 없는 한글의 불편을 지적하고 띄어쓰기를 사용하도록 계도(啓導)해 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인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였습니다.

헐버트 박사가 띄어쓰기를 일깨워 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띄어쓰기가 없는 불편한 글을 그대로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23세 청년이었던 헐버트 박사는 조선의 청년들에게 서양 문화와 영어를 가르쳐달라는 조선 정부의 요청을 받고, 1886년 제물포를 통해 조선에 입국했습니다.

조선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할버트 박사는 조선인보다도 조선을 더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조선에 들어온 지 3년 후인 1889년에 선비와 백성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라는 뜻의 <사민필지(士民必知)>를 저술했는데, 이 책은 순 한글로 만들어진 조선 최초의 교과서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으로서 짧은 시간에 한글 학자가 된 그는 다수의 논문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시작했고, 서재필, 주시경 등과 함께 독립신문을 발행했는데, 그 신문은 최초로 띄어쓰기를 한 한글 신문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한글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던 헐버트 박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중국인들은 익히기 어려운 한자를 그만 버리고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할 정도였지요.

헐버트 박사는 1949년 8월 5일, 서울에서 눈을 감았고, 대한민국 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헐버트의 장례식을 사회장으로 거행한 후, 현재의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했습니다. 그리고 1950년에는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건국 공로 훈장, 또 2014년 한글날에는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

그가 죽은 지 50년이 되는 1999년에 세워진 기념비에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고, 자신의 조국보다 한국을 위해 더 헌신했던 호머 헐버트 박사 이곳에 잠들다.』라는 글귀가 비석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띄어쓰기, 마침표 등은 글자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우리의 삶에 띄어쓰기와 마침표가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의 삶에 쉬는 일요일이 있어야 하고, 도반(道伴) 동지(同志) 그리고 친구들과 차 한 잔, 막걸리 한 잔쯤은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인생이 풍요로운 것입니다. 또한 하루 일도 쉼표와 마침표가 있어야 하고, 일도 농사도 배움도 예술 활동도 글을 쓰는 일도 모두 쉼표와 마침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쉼표 없는 인생, 마침표 없는 인생, 그런 인생은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지요. 살아가는 동안 한글을 사랑하며, 한글을 띄어쓰기와 마침표, 쉼표, 느낌표, 물음표 등을 적절히 활용하며 우리 글을 바르게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매일 글을 쓰는 저도 띄어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컴퓨터 <한글>의 띄어쓰기를 애용합니다. 그것도 여러 번 검사한 후에야 글을 마감합니다. 이렇게 글 한 편 쓰는 데도 엄청난 공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인생의 쉼표와 마침표, 그리고 느낌표와 물음표에는 얼마나 큰 공력(功力)이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지요.

우리 아름다운 한글에 띄어쓰기를 제대로 해, 자랑스러운 한글을 지키고 빛나게 하면 어떨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10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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