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일각에선 ‘전술핵 배치’ 주장

북한이 올해 44회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 위협 무력 수위를 급상승시키며 7차 핵실험 가능성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 남한에 전술핵을 배치해 억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가파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핵무기는 위력에 따라 야전에서 주로 활용하는 ‘전술 핵무기’와 국가 간의 전략적 교전 단계로 활용하는 ‘전략 핵무기’로 구분한다. ‘전술핵’은 폭발 위력 등을 ‘전략핵’에 비해 줄인 핵무기를 말한다. ‘전략핵’이 대도시 전체를 초토화하는 메가톤(Mt·TNT 100만 톤 위력)급 폭발력으로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무기라면,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은 무기로 킬로톤(Kt·TNT 1,000톤 위력)급으로 보통 20㏏ 이하의 핵무기를 일컫는다.

국민의 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월 12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0월 5일, “기존 대응 방식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어렵다”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상대로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미국의 확장 억제만 믿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준비하는 액션을 시작해야 김정은의 핵 협박을 이겨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0월 16일, 조경태 의원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술핵 배치를 우리 지역구 부산 사하구에 하겠다”고 선언했다. 자기 지역구에 전술핵 배치를 선호할 수 있는 구민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되묻고 싶다. 

현 국민의 힘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9월 22일, 당시 대선 예비후보 시절 ‘안보 11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북한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공약했는데, 미국 국무부가 정면 반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바 있다. 

당시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 확실한 것은 “미국은 지지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공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미국 정책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밝힌바 있다.

●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전술핵무기 철수’

미국의 확장 억제는 두 가닥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북한의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의 징조가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B-2, B-52 등), 전략핵잠수함(SSBN) 등 전략 자산을 폭넓게 전개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무기로 공격을 감행했을 경우, 미국이 북한에 대해 그 이상의 핵무기 보복을 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북한이 실제 핵사용을 못하도록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술핵은 1950년대부터 주한미군이 많게는 수백 발의 전술핵을 배치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한국과 미국은 전술핵무기 국내 철수와 1992년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를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채택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북한의 국제핵사찰 수용을 받아내면서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모두 철수했는데, 이를 다시 들여와 주한미군이 운용케 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여권의 이상기류에 미국 정부는 어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도 낮고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냉전 이후 강력한 핵무기 체제를 구축하면서, 비핵보유국의 핵개발을 철저히 차단하는 상충된 정책을 펴왔다. 이런 정책은 탈냉전 시대인 지금도 유효하다. 월등한 핵무기 위력을 근간으로 다른 나라의 핵 확산 노력을 저지하는 한편, 한국이나 일본 등 미국의 우방에 핵우산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핵개발 노력을 저지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처럼, 미국의 정책은 전술핵 재배치보다 확장 억지에 가깝다. 그때그때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급파하는 전략이다. 지금은 전술핵을 전투기에서 운용한다. 유사시 미국 본토나 미국령 괌에서 미 공군기가 출격하면 한국 내에 전술핵을 굳이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일관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 미국도 한국도 ‘전술핵 재배치 반대’

실제 전술핵 재배치까지는 난관이 많다. 국내 전술 핵무기 재배치에 대해 미국 정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미국이 그동안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반대해 온 만큼 이번에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리충길 과학교육부장과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리충길 과학교육부장과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당장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매우 부정적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0월 11일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전술핵 배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동맹 측 입장과 그들의 바람을 한국이 얘기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외교적 길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반대의사를 피력한 셈이다.

미국은 남한의 전술핵 배치가 동북아 핵무기 경쟁의 신호탄의 촉발을 우려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일본,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부르고, 동북아 핵군비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핵보유 또는 전술핵 배치는 그동안 국내 보수진영에서 자주 내세워왔던 주장이다. 핵 무장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 전략에 맞서고 안보를 강화하자는 것. 하지만 이는 주변국은 물론 동맹국인 미국도 반대하는 문제로 국제정세에 대한 몰이해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일본과 대만이 따라하고, 중국은 반대로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증가할 수 있다. 결국 핵무기 재배치는 전면적인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 문제 해결에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에서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명분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전술핵 배치는 가능성이 전무하다”며 “만약 정부가 잘못된 판단으로 전술핵을 배치한다면 우리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수출과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얼마나 경제적 손실이 크겠나”라며 “북한처럼 외로운 고도에서 갇혀 사는 나라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공동으로 발간한 ‘북핵 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제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기준으로 이미 67~116개의 핵탄두를 만들 핵물질을 확보했고 2027년까지는 151~24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사용을 억지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

북핵문제 해결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인 검증체제와 이행계획서에 대한 규명은 현재 매우 난망한 실정이다. 북한당국이 현 남한당국에 매우 불신하고 있는 시각을 저감시키려면 인내심 있는 꾸준한 대화의 복원 하에 긴장완화를 누그러뜨리는 방책이 우선 시급한 1순위 처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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