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업체에 3억을 받아 나눈 제보자들의 '내용증명 답변서' 짜맞춤

[서울 =뉴스프리존]김은경, 심주완 기자= 뉴스프리존은 최근 이슈가 되고있는 '재개발 아파트 재건축 사업 관련 이슈 조합' 취재를 하고자 한다. 이번 [취재리포트]는 1년 6개월 '인지수사'를 한 '이문1구역 조합' 문제를 연재한다. 동대문경찰서측은 이문1구역에 대한 수사는 '인지수사'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인지수사를 1년반 동안 진행해온 동대문경찰서 (사진=은태라 기자)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인지수사를 1년반 동안 진행해온 동대문경찰서 (사진=김은경 기자)

이문1구역 조합은 동대문경찰서로부터 '인지수사' 대상이 되어 J조합장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70여명의 조합원들이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뉴스프리존이 이문1구역 조합 관련 취재를 시작한 것은 2종류의 '수상한 문건' 제보를 받고서다.

'수상한 문건'은 이문1구역 조합 문제에 대해 수사기관에 모든 것을 아는 대로 제보하겠다는 내용이 질문ㆍ답 형식으로 "꾸며진" <진술조서(참고인)> 문건을 말한다. 문건의 참고인 명의는 이문1구역 S 전 감사다.

S 전 감사는 수사기관인 동대문경찰서에 각종 제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유력 제보자 3인 중 1인이다.

취재진은 수상한 문건 <진술조서(참고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지난 10월 2일 동대문경찰서를 찾은 바 있다. 수사팀에서는 진술조서 문건에 대해 "경찰서 조서 형식이 아니며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가 쓴 것이 분명해 보인다"라는 의견을 말했다.

또 하나는 제보자 3인 중 2인이 관여한 '내용증명'이다. (현 J조합장이 조합장 재선 당선 이전 공백 기간에) 모 자문단장 L씨는 E철거업체에 조합 총회에 쓴다고 현금 3억을 요구해서 받았다. 그렇게 받은 3억 중에 1억5천은 (3인 중) 또 다른 1인 K씨에게 건네졌다. 

그리고 후에 철거업체에서 받은 3억에 대한 '내용증명'이 꾸려진다. L씨는 철거업체에 내용증명을 써달라고 해 E철거업체는  "3억을 귀하 L씨에게 대여했으니 반환해 달라"고 써서 보냈다.

그러자 E철거업체가 받은 답변서에는 '3억은 J조합장이 요구해 L씨 자신은 중간 심부름만 했다'는 요지로 A4용지 4장 분량의 일명 '소설'이 써져 왔다고 한다.

답변서가 '소설'인 이유는 <조합 해임총회로 인해 (전 조합장 해임총회 발의자인 J조합장이)돈을 마련 못해서 중간에서 (L씨)자신은 J조합장에게 E업체를 소개해서 돈을 구해오는 심부름만 한거다. 업체가 J조합장에게 선정해 달라는 청탁으로 3억을 당시 대여한것은 누구나 다 알수 있는것> 이라는 취지의 글만 4장이어서다. 그래서 E업체는 L씨에게 답변으로 "3억은 귀하에게 대여했으니 조합에 청구해서 받아서 (귀하가) 주면 될 것"이라고 써서 보냈다고 한다.

"내용증명을 써달라해서 써줬더니 '업체와 조합장' 유착 뇌물 고발"

E업체 P부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L씨가 조합일에 쓴다고 현금으로 3억을 대여해 달래서 줬는데 조합에 증빙이 있어야 청구를 한다며 내용증명 써달라해서 써줬다. 그래서 써준건데 업체와 조합장이 유착이 있다고 고발을 하더라"며 "3억을 달라고 한것도 L씨, 받아간것도 L씨, 내용증명 써달란 것도 L씨다. 내가 L씨를 만나서 직접 줬다. 조합장은 누군지 알지도 못한다. 얼굴 단 1번 봤다. 3억은 (L씨)본인이 요구한거고 조합에 뇌물을 쓰려고 했다면 조합장에게 직접 주지 '자문단장'이라는 사람에게 주겠냐"고 반문 했다. 

정리하면 '내용증명 써달래서 썼더니 (그 내용증명으로) 조합장이 철거업체에 뇌물을 받았다고 둔갑해 고발했다. 그런데 경찰서는 사람 불러다가 말하래서 전부 말했는데 (담당수사관은) 듣는건지 관심도 없고 그 사람들 말만 가지고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한쪽 이야기만 듣고 결론 내려면 뭐하러 불렀나, 검찰가서 모든 것을 다 말할거다' 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이후 J조합장을 만나 3억건에 관해 입장을 들어보았다. J조합장은 그들 간에 3억이 왔다갔다 한 것 조차 몰랐다고 했다. 요지는 "철거업체 선정 또한 조합과 무관한 일이며 시공사가 선정하는 부분이다. 제가 조합장 재선 전에 일이기도 하고 알지도 못하는 3억인데 L씨가 수사기관에 사용처를 말하길 '1억5천은 K씨에게 갔고 3천은 제가 받았다'고 했다더라"며 "그런데 또 3천만원은 이 일과 전혀 무관한 과거에 있던 L씨와의 채무껀이다. 그 3천을 여기에 엮어 할말을 잃었다. 더구나 3천은 예전에 빌렸다가 갚았던 돈이고 조합일과는 아예 상관도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외 3천만원 빌린것도 사연이 있었다는 스토리를 말하면서 변제를 마친 증빙자료를 인터뷰 후에 취재진에 보내왔다. 

J 조합장은 은행 지점장 출신이다. J조합장에 따르면 자신은 이문1구역 '재선'조합장으로 처음 조합장이 되어 조합일에 어두울 당시 K씨로 부터 L씨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이들에게 생소했던 조합의 여러 일들을 자문 받으며 조합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던 중 L씨로부터 150억원대 쓰레기처리 시설 관련하여 선정 제의가 들어와 이를 거절했다. 그 뒤부터 동대문경찰서에서 '인지수사'가 시작돼 이제까지 조사를 받으러 다녔고 참고인으로 조사 받은 조합원만 70여명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취재진은 그다음 L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2차례 통화와 한차례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업체로부터 받은 금액은 총 5억이라고 했다. E업체 3억과 X업체에서 2억이라며 이 모두 J조합장의 지시로 본인은 두 업체를 오가며 심부름만 했다고 말했다. 5억은 해임총회에 들어갔다며 쓴 비용을 정리한 엑셀 프린트 자료를 보여줬다.

또 K씨에게 1억5천을 건넨 것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당초 E업체에 요구할 때 그 돈의 용처에 대해 누구에게 얼마 얼마 간다는 것을 말하고 업체도 또한 이를 알고 건넸던 것이라고 했다. 또 이는 모두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L씨는 거듭 그 돈들을 요구한 것은 J 조합장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심부름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가 내민 자료 중 '내용증명'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취재진 눈에 들어왔다.

L씨와 K씨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 캡쳐 내용이다.

3억 내용증명이 꾸려진 과정. L씨는 K씨와 카톡을 통해 의논을 한다.(사진=김은경 기자)
3억 내용증명이 꾸려진 과정. L씨는 K씨와 카톡을 통해 의논을 한다.(사진=김은경 기자)

K씨는 "아무튼 그 자식을 잡을려고 해도 당시 받은 돈으로 총회를 하고 그 인연으로 정금식에게 혜택을 받은 것으로 수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L씨 : (E 업체)이 내용증명 받고나면 뭐라 하는지 꼴 좀 보려구요

K: 반드시요. 정금식도 (E업체 회장)도 같이 가야 할 놈들입니다.

L씨: 그러하입시다.

이런 대화가 있은 뒤 L씨는 E업체에 내용증명을 써달라는 요청과 함께 앞서 언급한 K씨가 작성한 4장짜리 답변서를 보내게 된다. 그 내용은 'E업체가 J조합장(당시 전 조합장 해임총회 발의자)에게 업체 선정 청탁을 위해 건넨 돈이며 그 과정에서 L씨 본인은 심부름만 한 것으로 E업체도 다 아는 내용'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다.

L씨는 사무실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내용증명 답변서 작성은 그렇게해서 K씨가 직접 쓴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 증거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그리고 본인은 해임총회에 쓸 돈을 위해 심부름만 한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철거업체에 L씨가 보낸 3억에 관한 내용증명 답변서 4장 중 한장
E철거업체에 L씨가 보낸 3억에 관한 내용증명 답변서 4장 중 한장

한편, 본지가 수상한 문건들에 관해 취재를 하는 중에 J조합장은 '업무상 횡령 배임'으로 수사중으로 범죄일람표에는 3억 내용증명 관련 '뇌물 수수'는 빠졌다. 이는 앞서 E철거업체 등의 소명과 함께 J조합장과의 무관함이 조사과정에서 소명됐다고 해석된다.

또,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문1구역 수사가 시작된 후 K씨는 1억5천에 대해 부동산업을 하는 P씨에게 변제한 것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따라서 2편에선 내용증명 답변서를 포함해 이에 대한 K씨의 입장을 듣고 기획취재에 반영할 예정이다. 〈2편은 이와함께 지난 2월경 KBS 시사직격에 이문1구역 조합 비리 관련하여 출연한 조합 전 감사 S씨의 입장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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