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담백한 정신세계 형상화
공간도 내면으로 스며드는 창호
11월 2~30일 신라갤러리 개인전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서승원 작가의 색은 한지창호에 걸러진 색이다.서양의 유리창에 투과된 색이 아니다. 발효되고 걸러지는 우리만의 정체성을 가진 색을 추구하고 있다. 힌 옷감마저도 다듬이질로 발효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 아닌가. 조형성에서도 달빛에 한지창호에 어른거리는 듯한 흐트러진 형태를 보여준다. 공간마저도 평면에 스며드는 모습이다. 내면으로 향하는 창호 같다. 붓 터치 한번에 정확한 톤을 꽂아 넣은 작가의 필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른바 루벤스나 앵그르가 즐겨 사용한 프리마 묘법이다.

대구 갤러리 신라에서 11 월 2 일부터 30 일까지 한국 기하학적 추상의 개척자이자 단색화의 대표작가인 서승원(1941~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신라에서 개최되는 서승원의 2016 년 개인전 이후 6 년 만에 개최되는 신작 전시다.

서승원 작가는 동시성(simultaneity)이라는 화두로, 20 대부터 여든이 넘은 오늘날까지 동시대미술에 대해 고민해오고 있다. 젊은 시절 그는 한옥, 책가도, 오방색 등과 같은 한국적인 요소를 작품에 끊임없이 녹여왔다. 창호지, 문, 꽃, 도자기, 가구 등 한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통적인 요소에서 응축해낸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통해 이전 세대의 앵포르멜 경향 회화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그는 한국 A.G. 협회 회원으로 전위미술 운동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조형언어를 꾸준히 탐구하였다. 특히 흰색의 한지를 통해 물질성과 한국적 색채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초기의 원색적이고 기하학적인 추상 작업을 시작으로, 1980 년대까지는 우리의 정신을 드러내는 중성색을 바탕으로 기하학적 작품 세계를 이어왔다. 1990 년대부터 형과 색이 자유로워지면서 변화된 구조 속에 자기 자신을 이입시키는 감성적인 회화 작업을 하고자했다. 2000 년대 이후 다시 해체기를 가졌다. 형을 완전히 소멸시켜 더 자유로워진 감성,그리고 명상적인 정신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형과 색채의 끊임없는 변주를 통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평면이면서 평면이 아닌 것, 공간이면서 공간이 아닌것,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공간이면서도 평면이고 평면이면서도 공간이 되는 화면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은 공간과 색면이 내면으로 숨어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형도 부수고 면도 없애면서 모든 것이 색 속에 숨어 들어가고 있다.

“나의 작업에서 ‘거른다’는 행위 혹은 표현은 굉장히 중요하다. 색을 거른다는 것은 담백한 우리의 정신에 이르기 위한 행위다. 걸러진 우리의 색, 형태, 촉감 등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지름길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에게서 한국미술의 제길 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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