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대선후보 시절 손바닥에 새긴 왕(王)자와 눈썹의 흰털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이번에는 귀신을 쫓는 액막이 '숯칠'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유승민 전 의원 SNS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이마 윗부분에 헤어밴드를 두른 듯 검은칠을 한 모습이 선명하다. 김건희씨는조문기간 내내 같은 모습으로 뉴스에 노출됐고 윤 대통령의 검은칠은 현재는 사라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영정과 위패가 없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조문으로 무속설이 재점화되면서 국민의 존중은커녕 대통령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에 무게가 실리지 못하고 한낱 가십거리로만 떠올라 국정운영의 총체적 난맥상이다.

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의 이마에 검은 머리띠를 넓게 두른 듯한 모습을 두고 "숯칠은 예전부터 전해지는 속설인데, 대통령 부부가 귀신 퇴치용 숯을 머리에 발랐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 이마의 검정칠은 지금 사라졌지만, 김건희씨는 아랑곳없이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팬카페 등 일각의 지지자들은 얼굴을 작게 보이게 하거나 머리숱을 채우는 미용 목적이라고 옹호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각은 천공을 따르는 대통령 부부가 미신을 믿어 귀신을 쫓기 위해 숯을 바른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분향소에 영정과 위패를 생략하라고 한 건 사망한 당사자 영혼이 정확히 찾아오지 못하게 하려는 무속의 일종이라고 한다. 김건희씨가 분향소에 오면서 이마에 검은칠을 한 것도 예전부터 부정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귀신 퇴치용으로 이역시 무속에서 발현된 것으로 굳이 미용 목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기이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천공이 유튜브 '정법시대'에서 강연한 발언들도 국정 운영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의혹이 확산하면서 미신을 신봉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의 '정부 책임론'에도 바로 사과하지 않고 굳이 6일 연속 조문한 후 6일 만에 사과한 행보를 근거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 추도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메시지를 냈다.

앞서 천공은 지난 2일 정법시대 유튜브를 통해 "나라님인 대통령이 애도기간을 선포해놨으면, 온 국민은 애도기간을 가져야 한다"라며 "토요일까지인데, 새벽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애도부터 하는 것 말고 할 게 없다“라고 윤 대통령의 '매일 조문'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안하다. 우리가 노력하마’ 이 말을 속으로만 하지 말고 입으로 뱉어야 한다"라며 "이제 입으로 뱉었다고 흉볼 사람도 없다”라고 말했다. 천공의 이런 발언 이틀만에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나온 것이다.

이날 천공은 유튜브 강연에서 156명의 젊은이가 사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하늘이 준 엄청난 기회'라는 망언으로 '인신공양설인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국민 성금'까지 제안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정치 일선에 발을 딛겠다는 의중도 과감하게 드러냈다.

천공은 "이대로 놔두지 않겠다. 이제부터 내가 움직이겠다”라며 "어른들 입에서 나오는 게 남 탓과 불평불만에 찡그린 얼굴 밖에 없고, 그런 것들이 다 몰려들어 내가 ‘압사’ 당하는 것이다. 내가 창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혼신을 쏟아 이 나라를 빛나게 하겠다. 이제 그 일을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 사과까지 천공의 예언은 매번 적중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천공은 한 강연에서 “용산은 수도 서울의 최고의 땅” “용이 여의주를 물고 와야 한다”라면서 윤석열 정부의 용산시대를 예고했다.

천공은 또 "필요 없는 조문을 가면 4차원의 기운이 나에게 묻어올 수 있다. 탁한 기운이 붙어올 수 있다" 등의 발언으로 윤 대통령의 영국 여왕 장례식에도 조문 없는 조문 외교를 만든 장본인으로 떠오른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지금 진짜 절실히 필요한 일은 석고대죄하며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라고 대통령의 등 떠밀린 사과를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교행사 추도사를 빌려 내놓은 윤 대통령의 뒤늦은 사과를 피해자와 유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라며 이같이 되물었다.

박 원내대표는 6일 SNS 입장문을 통해 “사과는 진정성이 충분히 전달되고 공감 가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정부와 자신의 연이은 그리고 명백한 잘못을 놓고 왜 그토록 사과에 인색하고 주저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과는 유무나 횟수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며, 제때에 했는가, 무슨 마음가짐으로 했는가, 어떻게 표현했는가, 즉 시점과 진정성이 핵심”이라며 “대선 기간 중 자신의 반려견 토리에게 준 인도 사과와 대통령 임기 중 마트에서 색깔 논란을 일으킨 아오리 사과를 빼고는 진짜 사과다운 사과를 접한 국민은 없다”라고 꼬집었다.

연일 윤 대통령의 행보를 직격하고 있는 정청래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국가는 없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다"라며 "왜 뭐하려고 대통령이 되었나? 이상한 언행, 이해할 수 없는 행색. 국민들은 궁금하고 부끄럽다"라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김상수 작가는 페이스북에서 "천공(이병철)이 멘토라는 기괴한 이 부부는 이마에 '액(厄)막이' 숯검댕이 칠을 하고 기이하게도 분향소 철수 때까지 매일 분향소에 조문을 하러 간다"라며 "영국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참배 조문한다고 갔다가, 의도적으로 기피를 하지를 않나, 어디 제정신이 아닌 미친 것들 아닌가?"라고 몰아 붙였다.

올해 3월 YTN은 천공이 윤 대통령의 고비때마다 도와주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경선후보에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선 토론 소감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해 무속인 천공의 윤 대통령 멘토설에 힘을 실었다.

유 전 의원은 "토론이 끝난 후 대기실에서 저 보고 정법강의 들어보라고 추천을 하더라고요. 천공이라고 하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강의가 정법 강의예요. 그런데 정법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냐, 정법 유튜브를 한번 봐라. 정법 그거를 미신이라 그러면 안 된다"라고 당시 부터 천공에 심취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유승민 전 의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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