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지난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청와대에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송이를 돈 문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파양한다는 조선일보의 기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물타기로 언론과 여권이 전직 대통령을 도덕성으로 군불을 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8일 배성규 논설위원의 [돈 없다고 키우던 개 쫓아내는 前 대통령]이란 사설과 전날 [권성동, ‘文 풍산개 파양’ 통보에 “사룟값 아까웠나”] [양산 데려간 ‘김정은 풍산개’ 3마리... 文, 정부에 파양 통보] 기사 등으로 사실 관계를 왜곡해 문 전 대통령을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로 전제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조선일보의 보도를 받아 7일 페이스북에 잇따라 글을 올려 문 전 대통령이 돈 때문에 풍산개를 파양한다고 도덕성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룟값이 아까웠나”라며 "좀스럽게 세금 지원을 요구하지 말았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권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풍산개 관련 세금 지원이 어렵게 되자, 파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만절(晩節)을 보면 초심을 안다고 했다. 개 사룟값이 아까워 세금을 받아 가려는 전직 대통령을 보니 무슨 마음으로 국가를 통치했는지 짐작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도 강아지 분양받은 다음에 사육비 청구하는 몰염치한 행동은 안 한다”라며 "혜택은 자신에게 돌리고 책임은 국가에게 넘겼다.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명예도 지키지 못한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8일 사설에서 "퇴임 후엔 풍산개 3마리를 양산 사저로 데려갔다. 그런데 6개월 만에 갑자기 더 이상 못 키우겠다며 정부에 반납하겠다고 했다. 개 사료 값과 관리비 월 250만원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개 키우는 돈을 왜 국민 세금에서 달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아마도 전무후무할 일일 것 같다. 그 돈을 안 준다고 키우던 개를 내보내는 것은 냉혹하다. 그 개들은 SNS에서 쇼하는 도구였나. 키우던 개를 버리는 사람은 많지만 전직 대통령이 돈 때문에 이럴 수도 있나. 이 일에 ‘문 전 대통령의 본모습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라고 문 전 대통령을 파렴치한 인물로 묘사했다.

조선일보와 윤핵관 권성동 의원의 선을 넘은 행태에 더불어민주당의 분노도 폭발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들을 반환하고 싶다는 의사를 윤석열 정부에 전했다는 조선일보와 권성동 의원의 비난에 “치졸하고 천박한 여론 플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부가 일을 하지 않아 생긴 법의 구멍으로 인한 문제를, 마치 돈 때문인 듯 모욕적으로 뒤집어 씌우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선물 받은 풍산개는 현행법으로 엄연히 ‘대통령 기록물’이고, 대통령 기록물은 법에 따라 기록관으로 이관이 필요하다”라면서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키우던 분이 데려가시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문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 ‘다운이’를 평산으로 데려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전 정부와 현 정부가 기록관으로 이관되어야 할 ‘기록물’의 범주에서 동물은 제외하는 등 법령 개정을 전제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 개정 없이는 기록물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어, 문 전 대통령 측이 계속 건의했지만 현 정부 출범 후 시행령 개정은 대통령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셔라’고 해 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쓴 기사에 전직 여당 원내대표란 분까지 가담하셔서 ‘좀스럽고 민망한 일’ 운운하니 기가 찬다”라고 권 의원과 조선일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번 일은 돈 때문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 때문이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받아쳤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곰이와 송강이 파양? 비용 문제? 악의적인 여론몰이에 분노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태원 참사 '물타기'를 의심했다.

윤 의원은 "이 일을 빌미 삼아 전 대통령님을 모욕하고 반려인으로서의 진정성마저 의심하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힌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사안을 이렇게까지 키운 대통령실의 처사 또한 한심하기 그지 없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 사이에서 새끼 7마리를 낳았다고 SNS에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4주 되었으며, 7마리나 되니 이름 짓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 사이에서 새끼 7마리를 낳았다고 SNS에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4주 되었으며, 7마리나 되니 이름 짓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2016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받은 판다 한 쌍은 국가소유지만 사육 여건상 에버랜드에 위탁되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께 받은 ‘청동 올리브 가지’ 같은 선물들도 국가기록원에 소장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곰이와 송강이도 마찬가지다. 곰이와 송강이는 ‘국가 소유’이기에 기록관에서 관리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에는 동물을 관리한 인력이 없는 상황이었고 곰이와 송강이가 반려동물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한 협의 및 대통령기록관, 행안부, 문 전 대통령님 사이의 협약을 통해 풍산개들의 관리를 문재인 전 대통령님께 ‘위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지만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약속했던 정부는 지난 6개월 간 모든 조치를 이유 없이 미루고 있었다"라며 "시행령 개정은 입법 예고까지 되었지만 대통령실의 반대로 국무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이 법을 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법과 원칙의 문제’이며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며 "시행령을 개정하고 관리 예산을 마련하기로 한 윤석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도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이 문제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꼬고 비난한다.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제 얼굴에 침을 뱉는, 매우 어리석고 협량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전 대통령님은 여러 반려동물을 키워왔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토리’를 입양해 지금까지 키우고 계신다"라며 "그런 대통령님이 몇 년을 함께 지낸 풍산개들과 헤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지만 위탁에 대한 법적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국가에 반납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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