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베카갤러리 초대전... 신작 선보여

진도 운림산방 후예...21세기형 산수화 구현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동양에서 산수란 도(道)가 구현된 물상이다. 그러기에 인격수양에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여겼다. 대부분 산수화 속에 인물이 등장하는 이유다. 선비들은 원림을 조성하거나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지어 자연을 삶의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산수화는 이상적인 자연의 구현이었다. 허진(1962∼) 작가의 최근작에서 사람들의 등장이 산수화 속 인물들을 연상시킨다.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치장된 인간군상들은 화폭을 지배하듯 눈에 가장 잘 띈다. 그래서일까 화폭이 전체적으로 정리되고 안정감을 준다. 삼청동 베카갤러리에서 15일까지 열리는 허진 초대전은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다.

남농 손자인 허진 작가
새로운 화풍 ' 新산수화'를  보여주고 있는  허진 작가

허진 작가는 조선 후기 남종산수화의 거장 소치 허련(1808∼1893)후예다. 소치, 미산 허형(1861∼1938), 남농 허건(1908∼1987)으로 이어지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남농의 손자가 허진 작가다. 산수화는 그의 예술적 DNA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화폭의 바탕 배경은 특정 할 수 없는 동물들로 채워져 있다. 아마도 익명의 동물들은 산수화에서 자연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연이라는 물상을 동물로 극대화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자연을 사육되는 동물처럼 다루는 것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물로 대변되는 자연속에 인간 군상들은 안주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스스로 도가 구현되는 물상들을 옥죄고 있으니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그러면서도 인간군상은 태양의 빛으로 고흐가 가장 좋아했던 노란색이다. 상체와 하반신은 번갈아 검정색이다. 검정은 가장 우아하고 고급스런 색이다. 빛의 곧음과 검정의 기품을 갖춘 인간상의 표상이다. 다름아닌 21세기형 선비정신의 호출이다.

작가는 근래 아내를 사별하는 큰 아픔을 겪었다. 고통의 깊이 만큼 화폭도 깊어졌다. 이 시대에 더욱 산수화 정신의 요구되고 있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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